멀어지는 마음을 잡고 싶은 나, 도망치고 싶은 그
나는 사랑을 확인받고 싶었고, 그는 피하고 싶어했다.
같은 사랑을 나누고 있었지만, 마치 평행선을 걷는 것처럼 서로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연애를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그는 벌써 한 걸음 물러섰다. 감정의 무게가 감당되지 않는 듯, 그는 거리를 두려 했다.
"우리 그만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아. 미안해. "
우리가 만난 지 3일째 되던 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와 나는 연애를 시작한 당일부터 3일간 한 공간에서 하루종일 붙어있었다. 그는 연애에 있어서 책임감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은, 감당하지 못할 일 앞에서 오히려 빠르게 물러서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책임지지 못 할 것 같은 일이면, 얼른 발을 빼는 것이다. 최대한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연애를 하는 3일 동안 지칠 대로 지친 얼굴로도 나를 챙겼고, 눈에 띄게 피곤해진 몸으로 집안일과 감정적인 배려를 모두 감당해냈다. 집 안의 청소, 빨래, 요리 등 모든 일은 그의 몫이었다. 거기에 나라는 사람에 대한 정신적 적응까지 해야했다. 그렇게 그는 사흘 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나를 위했다. 그리고 나를 감당하지 못하겠다며 이별을 고했다. 회피형도 비슷하게 부담과 감정 충동을 피하려고 미리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그는 책임감이 강한 회피형이라 그 성향이 더 뚜렷하게 보였던 것 같다.
" 우선 자고 일어나서 다시 생각해볼래? "
나는 그를 놓치기 싫었다. 일주일 채 되지 않아 사랑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나의 불안은 그를 잡았다. 그렇게 그는 처음으로 나와의 관계를 이어가기로 선택했고, 그의 회피 반응은 일단 멈췄다. 그렇게 1년 가까이는 큰 문제가 없이 잘 넘어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도 여느 커플과 같이 다툼이 지속되기 시작했다. 그는 다툴 때마다 매번 자신의 진심을 말하지 않았다.
" 지친다. "
" 힘들다. "
" 여기서 뭘 더 해야할지 모르겠다. "
다툴 때마다 그가 내게 했던 말이다. 그는 말보다 침묵이 익숙한 사람이었다. 내가 감정을 표현하면, 그는 항상 지치고 힘들다고 말했다. 내가 말하는 서운함들에, 자신이 줬던 사랑이 모두 부정당하는 기분을 느꼈다. 그는 매번 최선을 다해 사랑을 주지만, 하나라도 불만이 생겨서 토로하면 몹시 힘들어했다. 그는 불만을 말하지 않고 꾹 눌러두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나처럼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이, 더 버거웠을지도 모른다. 자신은 화가 나도 쌓아두기만 하는데, 나는 감정을 바로 표현하는 사람이 되고, 그는 그런 나를 이해하기 더 힘들어졌다.
그는 전형적인 회피 애착 유형이었다. 회피형은 보통 갈등상황이 생기면 그곳에서 도망친다. 상대방의 감정을 들으면, 자신이 무너지는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불안형은 회피형이 갈등을 피하면 쫒아간다. 부부치료 전문 수전 존슨 교수의 저서『Hold Me Tight』에서는 위와 같은 관계를 '자라'와 '촉새'로 비유한다. 불안형인 촉새는 불만이 생기면 회피형 자라를 마구 쪼아댄다. 하지만 촉새의 생각과 달리 자라는 공격을 받았다 생각하고 등껍데기 안으로 숨어버린다. 촉새가 쪼아댈수록 더 깊은 내부로 숨는다. 그렇게 불안형 촉새와 회피형 자라는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끝내 닿지 못한 채 등을 돌린다. 외롭게. 그와 나는 전형적인 자라와 촉새였다.
사랑은 감정을 퍼부으며 쪼아대는 촉새처럼 하면 안 된다. 마찬가지로 자라와 같이 숨어서도 안 된다. 사실 촉새는 상대를 마구 찔러대지만, 듣고싶은 말은 하나다. 자라도 은신처에 숨어서 힘겨워하지만, 촉새와 듣고 싶은 말은 같다.
" 내 곁에서 평생 머무를 건가요? "
결국, 사랑을 확인 받고싶은 마음이다. 상대에게 인정받고 존중받고 싶은 것이다. 안정감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이렇게 회피형과 불안형 모두 결론은 동일하다. 그런 마음의 발현이 다를 뿐이다. 우리 둘 다 결국은,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상대를 더 깊게 이해하고 사랑하고 싶었다. 그 사랑을 통해 이런 깨달음과 지식을 발견했다. 나는 감정을 조금 덜어내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는 감정을 조금 더 꺼내어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서로 다른 두 마음이 맞닿는 단 하나의 지점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
사랑은 끌고 다니는 것도, 피하는 것도 아니다. 이해와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불안 속에서 그를 더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