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형 애착을 알아가며 사랑을 지켜낸 기록
사랑받고 싶었지만, 마음은 늘 불안의 웅덩이에 빠져 있었다.
푸르른 8월의 어느 여름날, 나는 중학교 동창인 그를 다시 만났다. 그와 내 나이는 22살이었다. 나는 성인이 되고 여러 번의 연애를 했지만, 모두 상처만 남기고 끝났다. 다시는 사랑을 못 할 것만 같던 어느 날, 문득 그의 이름이 떠올랐다. 그렇게 그에게 먼저 연락을 걸었다. 이것이 내 진정한 첫사랑의 시작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사랑을 내게 준다. 하지만 나는 그와의 관계 처음부터 불안에 시달렸다. 그에게 상처를 받을까봐 내가 먼저 상처를 주기도 했다. 그가 나를 버릴까봐 무서워 항상 애정을 갈구했다. 대구에 사는 그에게 매일 부산으로 오라고 떼를 썼고, 밤이 되면 감정이 통제되지 않아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 시절의 나는, 온통 불안의 중심에 서 있었다.
하루는 다른 지역에 사는 그에게 술에 취해 당장 데리러 오라고 말을 했다.
" 지금 당장 데리러 와주라. "
"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은데, 집에 들어가기 힘들어? "
"그럼... 바로 나 바래다줄 수 있는 사람 부를게."
그 말과 동시에 전화를 끊고, 가까이 살던 전 남자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고 아팠던 선택이었다.
나는 상대를 갉아먹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불행하길 바랐던 건 아니었다. 그저 사랑을 확인받고 싶었을 뿐이다. 이제껏 만난 사람들과는 다르길 바랬다. 그는 나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연애 초반에는 그런 나의 방어기제를 잘 알지 못했다. '나는 왜 이렇게 사랑을 확인 받고 싶을까.' 생각하며 홀로 자책만 했다. 그러나 현재는 어느정도 과거의 나를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건 내 '애착'의 문제였다. 당시의 나는 불안형이라고 불리는 몰두형이었다. 애착유형은 유아기, 부모와의 정서적 유대에서 비롯된다. 이렇게 형성된 애착은 성인이 되어서도 사랑의 방식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보통 부모에게 일관되지 않거나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많이 겪었을 때 아이가 불안정 애착이 형성된다. 몰두형 애착을 가진 사람들은, 나처럼 늘 사랑을 확인받으려 애쓴다. 몰두형은 끊임없이 사랑의 확신을 갈망한다. 상대가 어느 정도 사랑을 주는 것으로는 채워지지 않는다. 진심어린 사랑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보여줘야 겨우 안심한다.
나는 이런 나의 몰두형 애착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나는 그를 너무도 사랑하고, 그래서 불안했다. 감정적으로 화를 내고 슬퍼하던 과거의 내 모습도 이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이런 불안정 애착도 문제를 알게된 순간부터 달라질 수 있다. 모든 것의 시작은 깨달음이다. 나는 내 사랑의 방식이 문제가 있음을 자각했다. 그때부터 하나 둘씩 노력했다. 그를 사랑하는 만큼, 이제는 그를 믿어보기로 했다. 욱하는 감정이 올라올 때면, ‘이건 오래된 내 감정의 패턴이구나’ 하고 인지했다. 그 순간 나는 예전처럼 화를 내는 대신, 조용히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조곤조곤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의 첫 번째 변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