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 한 장 얹었습니다

벽돌 한 장 얹었습니다

by 김미희랑여데레사

얼마 전에 옆동네 운암동성당에서 새벽미사를 드리게 되었다. 웬일인지 본당신부님이 아닌 제주에서 오신 신부님이 집전하셨다. 머리가 허연 어른 신부님이셨다. 주보 속에 제주교구 정난주마리아 성당 건립에 대한 신축모금액 약속 종이가 끼어 있는 것을 보고, 아 그렇구나! 성전건립을 위하여 도움을 요청하러 오셨구나 생각했다. 곧 퇴임하실 할아버지 신부님의 저력과 애잔함이 느껴졌다. 오죽하면 여기까지 오셨을까.



우리 성당도 성전 건립 중이다. 마감이 임박했다. 지붕이 올라가고 있고 내부 인테리어에 고심중이다. 우리 신부님도 여기저기 성전 건립을 위해 모금 활동을 다니셨고 나역시 지난 가을 용봉동성당에 봉사활동으로 함께 간 적이 있다. 그때 신부님의 심금을 울리는 강론에 가슴이 찡해지면서 눈에 눈물이 고였다. 순간 이 교우들은 어떤 마음의 움직임이 있을까, 신립종이에 성전건립기금을 얼마나 쓸까 조마조마하며 교우들을 둘러보았던 때가 생각났다.



제주 신부님께서는 정난주마리아, 아들 황경환, 그리고 ‘눈물의 십자가’등에 대하여 파워포인트를 준비해오셔서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듣는 동안 나는 제주 올레길 11코스에서 만났던 '정난주마리아 묘지'와 추자올레18-1코스 절벽에 위치한 성지 '눈물의 십자가'가 눈에 선했다. 걸었던 순간들의 추억을 소환했다. 제주신부님께서는 본당할머니들이 눈물어린 노동의 댓가를 성전건립기금으로 내놓는데 받기가 여간 민망한 게 아니었다고 어려움을 말씀하셨다.



나 역시 고민하였다. 우리 본당 성전건립을 위해서 한푼이라도 더 모으고 있는데 어떻게할까 걱정하다가 큰돈이 아니더라도 벽돌 한장이라도 얹어서 힘이 되고 싶은 생각에 바로 폰을 꺼내어 계좌이체를 했다.

일금 이십만원을. 이백만원이면, 아니 이천만원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돈이 많으면 참 좋겠구나하는 때늦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벽돌 한 장 얹었으니 정난주 마리아 성당이 완공되어 혹여 내가 그곳을 가더라도 조금은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았다.



강론 후 모금 금액을 약속하는 시간에 신부님께서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애창곡 애모를 반주도 없이 새벽미사임에도 불구하고 멋지게 부르셨다. 미사 후 나오면서 정난주마리아 묘지와 눈물의십자가 성지를 다녀왔다고 말씀드리니 무척이나 반가워하셨다. 악수한 그 손은 따뜻하였지만 제주바람에 억세어지셨는지 일을 많이하신 탓인지 꺼끌꺼끌 괭이가 느껴졌다.



며칠 지난 후에 문자가 왔다 제주에서.

'찬미몌수님, 이번 제주교구정난주성당신축모금에 귀한 정성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느님께서 보답하여 주시리라 믿으며 교우님의 성원에 힘입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낼 성전 신축에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교우님과 가정을 위하여 기도로 갚겠습니다. 정난주성당.임문철신부'

이렇게 씌어있었다.


하느님께서 보답해주시리라 믿는 다는 말씀에 나도 모르게 ‘아멘’ 하였다. 우리 가정을 위해 기도로 갚겠다는 말씀에 몸둘 바를 몰랐다. 기와 한장에 이렇게도 귀한 말씀으로 답해 오심에 황송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아무쪼록 신부님의 영육간에 건강주셔서 성전건립을 완수하시길 기도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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