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투티를 만나다
예쁜 새 한 마리가 나무 등걸에 앉아 있다. 약간 구멍이 난 곳이라서 윗부분만 보이는데 참 귀족스럽게 보였다. 나무를 쪼고 있었다. 순간 폰을 열어 이 아이를 찍고자 했는데 아차 늦었다 날아가버렸다. 어쩌지 참 멋있던데 나무를 쪼고 있어서 '딱따구리'구나 생각했다.
옆지기가 저쪽 가지에 있다 하며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이고야 이번에도 녀석은 날아가 버렸다. 몇 발자국 가다가 저기 다저기 하며 가리킨다.
발걸음을 멈추고 줌으로 확대해서 조심스럽게 녀석과 만났다. 볼수록 귀하게 생겼다.
부리가 길고 뾰쪽하다. 그 길이만큼이나 머리 깃털이 뾰쪽한 모자를 쓴 듯 앞뒤가 거의 같다. 인디언 추장이 쓰는 것 같은 장식이다. 머리 뒷부분이 더 멋있다. 등부분은 흑색 흰색 연갈색등으로 얼룩말 같은 무늬인데 규칙적이지 않으면서도 규칙적인 듯 아름답다. 아랫부분의 털은 보지 못했고 발도 아주 날카로웠다. 머리에서 턱. 가슴까지는 갈색의 매끄러우면서도 뽀송해 보이는 털이다. 몸체와 구별되는 목은 굵으면서도 길다
뾰쪽한 부리와 곧추세운 머리칼이 아주 귀한 집 아들 같은 생각이 들었다. 고고한 멋쟁이라서 나 스스로는 수놈이려니 했다.
다행히 한참을 보며 영상을 찍었다.
혼자보기 아까워 두 곳의 단톡에 사진과 영상을 올렸다. 한 곳에는 숲해설가님이 계셔서 무언가 답이 오기를 기다리며 조심스럽게 딱따구리일까요 하며 물음표를 던졌다. 아니나 다를까 곧 답이 왔다.
'후투티'란다 후후하고 울어서 후투티라고 순우리말이라고 덧붙이셨다. 여름 철새인데 지금도 있는 걸 보니 텃새가 된 모양이라고까지 올려 주셨다.
와, 그 단톡에 올리길 잘했다.
정확한 답이 와서 고마웠다.
그런데 영상을 찍으며
-딱따구리 보세요 하고
내 음성을 넣었으니 어쩌나 하고 부끄럽고 후회스러웠다. 아무려면 어떠냐 정확히 이름을 알려주었으니 다행이지 했다.
또 친구 한 명이 조심스럽게 톡을 넣었다.
-그 새 후투티 같은데라고
-아이고야 박사님이 또 있구나.
하고 그 단톡에도 정식 이름을 제대로 알려주었다. 그 친구는 어디서 보았느냐며 정확한 장소를 묻는다
우리 집 앞 천변이라 했더니
-세상에나 자기 남편은 그 후투티를 보기 위해 경주까지 새벽 2시에 갔었다고 한다.
물론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 주는 장면들을 찍으셨단다.
그 귀한 새를 집 앞에서 보았다고 칭찬을 한다.
또 한 친구는
-윤무부교수님이 좋아했던 후투티를 보게 되어서 고맙다고 톡이 왔다.
-와 박사님들이 많구나 내 주위에, 하며 웃었다.
오는 길에 백로를 만났다. 멋진 폼을 뽐내고 있는데 물 위의 반영이 더 아름다웠다. 사랑하는 이가 물아래에서 물 위의 그이를 바라보며 서있는 듯했다.
갑자기 아사달과 아사녀가 생각났다. 그리운 사람을 보고파 그리다 물에 빠졌던 그곳 영지가.
후투티와 백로를 만나고 와서 좋아하는 보이차를 예쁜 찻잔에 따르고 황남빵을 다식으로 앞에 놓고 앉으니 그 무엇이 부러우랴
지금 이 순간 여기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