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가득한 된장국

치앙마이생활

by 김미희랑여데레사

일찍 서둘러 장에 가려고 나섰다 새벽시장인데 늦장 부리다 늦은 아침이 되었다 재래시장에 가려면 40여분은 걸어가야 한다 가까운 길은 아니지만 시골길을 걷는 재미가 솔솔 하다

한 달여 전까지도 물만 조금 보이던 논에 직파한 모는 벌써 많이 자라 있었다. 남자들의 바지와 셔츠 모자를 씌운 허수아비가 여기저기 세워져 있다. 영락없이 일하다가 잠깐 허리를 편 아저씨가 서있는 듯하다. 허수아비는 볼 때마다 미소가 지어지고 어쩜 저리도 잘 만들었나 하고 감탄한다.


우리나라에서 보였던 금송화가 어느 집 정원에 보이기에 거 기도 기웃, 젖소를 키우는 집들이 몇 채 있어서 그들도 바라보다가 장에 오니 거의 파장이었다.



치앙마이에 온 지 벌써 두 달아 지났다. 매년 겨울마다 오지만 올해는 유난히 한 국 생각이 난다. 고작 한 달이라고 한국음식 생각이 간절하다. 그래서인지 촌닭 한 마리를 사다가 푹 고아 한국식 삼계탕이라도 끓여 먹을 작정이었다. 치앙마이의 재래시장에 가면 한국재료를 비슷한 것으로 구할 수 있다.



그러나 늦게 온 탓에 촌닭은 다 팔리고 없었다. 꿩대신 닭이라고 돼지고기 수육감이 있어 큰 것을 반으로 잘라 달라 했더니 저울에 대보고는 85밧이라 했다. 냉동육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오는 길에 람야이나무아래 어린잎들이 군데군데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나라 호박 느낌의 식물인데 하얀 꽃이 몇 개 보였다. 박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칠까 하는데 어떤 여인이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새 순을 꺾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도 궁금한 마음에 되돌아가 자세히 잎을 살펴보았다. 마침 호박순이나 고구마순을 뜯어다 된장국을 끓여 먹곤 했던 기억이 났다.



혹시나 싶어 이것을 나에게 팔겠느냐고 물었더니 한 움큼을 떼어 옆에 있는 작은 바나나잎에 돌돌 말아 나에게 건네준다. 잠깐 기다리라더니 애호박모양의 작은 열매도 하나 건네준다. 우리나라 같으면 신문지나 종이에 싸서 주었을 텐데. 여기는 잎에 싸서 고무밴드에 묶어 주거나 한다. 얼마를 주어야 할지 몰라 물었더니 괜찮다고 그냥 가란다. 활짝 웃으며 인사하는 그 아낙의 치아가 참 고르다고 느꼈다. 고맙다고 몇 번 머리를 조아리고 옆지기 보스코의 가방에 넣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낙이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며 아는 체 한다. 우리도 활짝 웃으며 '코푼카'하고 소리 지르며 두 손을 흔들었다



집에 오자마자 가져온 잎을 깨끗이 씻는다. 거친 부분의 겉껍질을 위에서 아래로 고구마줄기, 호박잎 다듬듯 했다. 밭에서 막 따온 싱싱함과 건네주던 그 아낙의 미소가 어우러져 콧노래가 나온다.



먼저 물에 멸치를 넣고 끓이다가 뚜껑을 열고 다시마 두 조각을 넣는다. 그동안에 송송 썬 푸른 잎에 시어머니표 된장을 1/2 수저 넣고 조무락조무락 간이 들게 비볐다. 마늘씨도 갈아 넣는다.


우려낸 육수에 된장을 조금 더 풀고 양념된 잎을 넣어 보글보글 끓였다. 작은 양파와 풋고추도 하나 송송 썰어 넣었다. 맛을 보며


-그래 좋아 바로 이 맛이야!


풋풋함과 구수함이 입 안 가득했다. 옆지기에게도 자랑하며 맛을 보였다.



-옆집언니 네 한 그릇 드릴까


-좋지




뭔가 더 넣으면 더 맛있지 않을까 하여 고추장 반스푼 넣었다 순간 아뿔싸 된장국에서 된장찌개맛으로 변신되었다. 그냥 구수함이 좋았는데 후회가 되었다. 딱 고만 큼이 좋았는데 갑자기 드라마 상도에서 욕심을 부리면 화를 자초한다는 계영배가 떠올랐다. 고추장을 넣은 건 과욕이었을까! 그래도 옆지기는 맛있단다


작은 냄비에 한 그릇 담아 준 된장국을 들고 옆집 언니에게 직접 갖다 주러 간단다. 옆지기는 자초지종 된장국이 된 이야기를 하셨겠지.


옆집언니는 어렸을 적 고향에서 어머니가 끓여 주셨던 된장국생각이 났다고, 잘 먹었다고 타국에서 이런 맛을 보여주어 고맙다면서 언니는 쪼끔밖에 못 먹었다고


-서방님이 어찌나 맛나게드시 던 지.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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