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치유하는 마음 다스림, 아로마테라피 7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남전대장경, 숫타니파타
인도와 벵골이 원산지인 베티버는 1~2미터까지 자라 커다란 포기를 형성하는 식물이다. 원산지에서는 ‘쿠스쿠스’라고 불리며, 베티버의 땅속 줄기와 뿌리에서 에센셜 오일을 추출한다. 베티버의 뿌리는 토양의 침식을 방지하고 땅을 안정화시키는 특성을 지닌다. 그래서 우기가 있는 국가에서는 베티버를 대량으로 재배한다. 식물의 이러한 성질 그대로, 베티버의 향기는 마음의 흔들림과 무너짐을 막아주는 데 도움을 준다.
요즘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만남을 살아간다. 몸은 집에 있지만, 컴퓨터와 휴대폰을 통해 강의를 듣고, 사람을 만나고, 소통한다. 메타버스라는 플랫폼은 가상 세계를 더욱 정교하게 구현하며, 실제로 그 공간에 존재하는 듯한 감각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가상의 땅에 투자하고 사고파는 시대가 된 지금, 우리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그라운딩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나는 아로마테라피가 세상이 발전할수록 더욱 필수적인 요소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가상의 세계가 당연해진 아이들 세대일수록, 땅의 에너지를 몸으로 느낄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감각, 뿌리의 에너지인 베티버의 향기가 절실한 이유다.
베티버의 향기는 우리를 다시 땅으로 데려온다. 물리적인 세계로 돌아오게 만든다. 뜬구름을 잡는 듯한 가상의 세계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 내가 이 땅 위에 서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한다. 흔들리지 않고 삶의 중심을 잡고 싶을 때, 베티버의 향기는 큰 도움이 된다. 《홀로서기 심리학》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당신을 괴롭히는 문제의 90%는 당신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이다. 그것을 인정하고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 홀로서기의 시작이다.”
우리가 아이를 키우는 궁극적인 목적은 건강한 성인으로 독립시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자립했을 때 비로소 독립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진정한 독립은 심리적으로 혼자 견뎌낼 수 있을 때가 아닐까 싶다. 요즘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시대다. 특히 기존의 구시대적 사고에 머물지 않고 시대의 흐름을 빠르게 읽는, 창의적인 어린 부자들도 많다. 그렇다면 이들은 이미 독립한 것일까. 경제적 풍요로움과 달리 심리적으로는 불안정한 사람들을 우리는 자주 본다. 그렇다면 우리는 ‘독립’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경제적 자립과 더불어, 심리적으로 홀로 설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독립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베티버는 삶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는 데 탁월한 도움을 준다. 그래서 특히 현대인에게 필요한 향기다. 어린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마음의 뿌리를 깊이 내려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함께한다. 지나친 감정 기복, 과도한 자기 비난, 오래된 마음의 상처, 습관적인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베티버의 향기는 깊은 지지를 건넨다. 베티버는 지금 내가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것을 연결해준다.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던 내면의 의식을 들여다보게 하고, 감정적 문제의 근원을 차분히 드러내 준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가상의 세계, 수많은 관계와 이슈 속에서 우리는 물결에 휩쓸리지 않는 힘이 필요하다. 베티버의 향기는 진정한 자아에 중심을 두고 정서적 문제의 뿌리를 살펴볼 수 있게 돕는다. 외부 환경이나 타인의 탓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거칠 때 우리는 안정감을 느낀다. 베티버의 향기는 마음 깊은 곳의 정서적 문제를 마주하게 하여,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힘을 세우는 초석이 된다.
인도에서 베티버는 오랫동안 향기적·의학적 가치를 지닌 식물이었다. 스리랑카에서는 베티버를 ‘평온의 오일’이라 부르며, 타밀어로는 ‘땅에서 파낸 뿌리’라는 뜻을 지닌다. 아유르베다 의학에서는 베티버를 갈증 해소, 열사병, 열과 두통 완화에 사용해 왔으며, 관절과 피부 염증, 류마티즘 관절염에도 활용해 왔다.
요즘 환경호르몬과 현대적 환경의 영향인지, 자폐 성향을 지닌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베티버는 실제로 자폐 성향의 아이들에게도 도움을 준다. 깊은 진정 효과를 통해 마음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한다. 코코넛 오일에 베티버 오일 한 방울을 섞어 척추 라인에 발라주면 도움이 된다. ADHD 성향을 지닌 아이나 어른에게도 베티버의 향기는 많은 도움을 준다. 손바닥에 베티버 오일을 한두 방울 떨어뜨린 뒤 비벼 향기를 맡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남자아이와 남자 청소년에게 척추와 발바닥에 발라주면 감정적으로도 긍정적인 변화를 돕는다고 전해진다.
베티버 에센셜 오일은 중추신경계의 균형을 맞추는 데 강력한 도움을 준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했을 때, 긴장과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경직되었을 때 발라주거나 향기를 맡는 것만으로도 진정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우울감을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신체적으로 빈혈이 있을 때에는 베티버 오일을 복부나 명치에 희석해 바른 뒤 향기를 맡는 것이 도움이 되며, 레몬 에센셜 오일을 음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공황장애 등 깊은 우울 상태에서는 베르가못과 베티버를 블렌딩해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베티버의 향기는 사람을 과거의 상처나 미래의 불안에 가두지 않는다. 오직 지금 이 순간의 현재로 데려온다. 그 안에서 감정의 고요함과 잔잔한 행복을 회복하게 한다.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연습을 가능하게 하여, 진정한 회복의 시간을 통과하도록 돕는다. 그렇게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중심을 지닌 채, 보다 건강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