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하루를 여는 마음 26-304

2026. 03. 04.

by 산이

소리 없이 비가 내린다. 내리는 비가 슬프지 않게 바람도 소리 없이 나부낀다. 비를 맞으며 걷는 걸음이 무겁지 않고, 가는 겨울을 훌훌 털어내듯 마음에 묵은 때를 비에 씻어낸다. 비에 젖은 나뭇가지에 푸른 기운이 돌고 대지는 목마름을 달래고 있다. 지저귀는 참새는 비를 피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고, 숲 속은 정적만 감돈다. 숨 죽이고 숲을 걷노라니, 빗방울의 아주 작은 소리가 귓가에 와서 노크하며 부른다. 봄이 온다고.

자연의 소리에 반응하며, 자연과 닮은 마음으로 살아보고 싶다. 걷는 길의 가장자리에 소리 없이 싹을 틔우며 돋아난 작은 풀, 한 포기도 소홀히 대하지 않고 살피는 햇살처럼 살고 싶다. 도처에 빛이 스며들지 않은 곳이 없다. 생명이 도저히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에도 빛은 스며들고, 그곳에도 어김없이 푸른 생명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때, 그 경이로움은 말할 수 없이 크다. 도처에 스며든 빛처럼 마음을 쏟고 싶다. 손길이 필요한 곳이 어디든지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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