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
도전적으로 집중할만한 일을 찾아라!
일중독자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 중독의 ‘중독’에 방점을 두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일’에 방점을 두어 일을 잘하는 전문가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일중독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훌륭한 사람들이며 부러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한 가지 일에 몰입하며 느끼는 즐거움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일에 중독되면 일을 잘하게 됩니다. 일을 잘하면 돈도 잘 벌고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으니 행복합니다. 행복감이 주는 기쁨으로 일중독자들은 계속 일에 몰입하게 되므로 일을 더욱 잘하게 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일중독자들은 일을 잘하는 선순환구조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이런 일중독의 선순환구조의 어디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것일까요? 일중독자들도 처음부터 일을 잘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누구나 초보로 시작합니다. 그러나 누구는 초보에서 전문가로 성장하고, 누구는 초보 수준을 빨리 탈출하지 못합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이 질문의 답은 ‘도전적 집중상태를 경험할 수 있는 일을 수행하고 있는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도전적 집중상태는 자신이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의 난이도에 따라 경험할 수도 혹은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도전적 집중상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범위를 살짝 넘어서는 어려운 난이도의 일을 수행할 때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전적 집중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자신의 능력범위와 일의 난이도는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요? 능력범위는 자신이 일의 난이도를 직접 수행해 보면서 알아가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군대에서 사격훈련을 하신 분들이라면 잘 아실 ‘영점조준’ 사격을 예로 들어봅시다. 총을 한동안 안 쏘다가 쏘면 목표에 명중하기 힘듭니다. 이유는 자신이 총을 잘 못 쏴서가 아닙니다. 조준경이 내 사격자세와 일치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준경을 내 사격자세와 정렬하기 위해 ‘영점조준’ 사격이라는 것을 합니다.
일단 조준경을 보고 5발정도를 쏘면 탄착군이라는 총알이 맞은 동그란 형태가 형성되는데, 이 탄착군을 보고 조준경을 조정합니다. 만약 조정 후에도 목표에 명중하지 못하고 탄착군이 형성되었다면 다시 조준경을 조정합니다. 이런 작업을 2-3번 정도 반복하면 정확한 목표지점에 총을 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능력범위를 알아보려면 먼저 하려는 일을 몇 번 정도 반복적으로 수행해 보아야 합니다. 조금 해봤는데 너무 쉽다면 조금 난이도를 높이고, 반대로 너무 어렵다면 난이도를 조금 내리는 식으로 말입니다. 우리는 이런 능력범위의 조정과정을 피드백이라 부릅니다.
능력범위만 조정한다고 해서 도전적 집중을 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정확한 목표설정이 없다면 능력범위를 조정하는 피드백도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일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와 관련해 명확한 목표설정이 필요합니다. 미하이 칙센트마하이 교수의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라는 책에서는 목표를 정하는 방법에 대해 두 가지를 강조합니다.
첫 번째는 많이 들어보셨을 SMART목표설정입니다.
S(specific): 구체성
M(Measurable): 평가 가능성
A(Attainable): 달성 가능성
R(Relevant): 관련성
T(Time-frame specific): 시간제한
5가지의 목표설정 지침은 2개의 지침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구체성은 목표를 얼마나 상세히 적을 수 있는지 여부이므로 평가 가능성, 달성 가능성, 시간제한은 구체성의 하부영역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관련성은 목표에 대한 자신의 흥미, 욕망의 정도와 관련된 부분이므로 구체성과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결과적로 요약하면 목표는 평가 가능하고 달성할 수 있는 시간제한을 둔 구체적인 목표이면서 동시에 자신이 흥미가 있는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장기목표를 두고 중, 단기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종적 목표달성을 위해 장기적 목표는 너무 과도하게 잡아서도 안되지만 너무 협소하게 잡아서도 안됩니다. 장기목표는 중, 단기 목표를 수행하는 방향지시등 역할을 하며 동시에 성취했을 때 깊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목표입니다. 장기목표의 수행기간은 6개월에서 1년 이상으로 다양하게 잡을 수 있습니다.
중기목표는 장기목표에 이르는 중간단계의 목표로 설정합니다. 마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중기목표의 수행기간에 대해 1-2달 정도로 길게 잡을 수도 있지만 대게 몇 주 정도가 일반적이라고 말합니다. 단기목표는 매일 수행할 수 있는 단순한 목표를 의미하는데 수면습관, 식습관, 매일 운동목표 등의 일상적인 활동도 포함됩니다.
도전적 집중 상태는 다른 말로 몰입상태라 말할 수 있습니다. 몰입상태에서 인간은 자신이 천하무적이라는 극적인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시간의 흐름을 잊고 하는 일에 완전히 집중하여 일이 술술 잘 풀리는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이런 몰입감은 일을 하는 것 자체에 흥미를 느끼게 하고, 일이 주는 결과적 보상보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의 보상을 추구하게 합니다. 그래서 일을 잘해서 무엇을 얻겠다는 생각보다는 일 자체가 즐겁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일중독자들이 일을 열심히 하는 이유는 이런 도전적 집중상태가 주는 즐거움 때문 아닐까요? 일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 일이 따분하지 않고 즐거운 상태일 때 우리는 일을 더 잘하는 선순환구조를 경험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그 일의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도전적 집중상태를 경험하여 일을 잘하는 전문가가 되는 과정을 한마디로 통찰한 공자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도전적 집중으로 일을 즐기는 최고의 전문가로 거듭나는 것은 어떨까요? 일중독자라는 명칭은 어쩌면 전문가를 시기, 질투하는 사람들의 변명이 아닐까요? 일에 몰입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이렇게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을 일중독자라는 멸칭으로 비난하기만 하는 것은 올바른 삶의 태도라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도전적 집중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들의 행동을 보고 배워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이 어떻게 도전적 집중을 활용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지 그 비밀을 훔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