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씽킹], 간다마사노리
자기 계발 시장에는 사실 사기꾼들이 판친다.
마법 같은 한마디, 마법 같은 한 가지 방법, 마법 같은 자기 암시만 익히면 인생의 승자가 되기는 어렵지 않은 세상입니다. 사실 유튜브, 블로그, 자기 계발서 시장 등을 염탐하고 있으면 100억 부자 되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아 보이죠.
목표를 작성하고 하루에 100번씩 말해서 내 머리에 각인시켜라.
목표를 1000번만 외쳐봐라.
이미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생하게 상상하고 온몸으로 전율하듯 그 감정을 느껴라.
자기 계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그런 조언들입니다. 이 조언만 따르면 세상에 불가능한 것은 없으며, 내 인생에도 놀라운 사건이 연이어 생긴다고 강조하는데 사실 모든 부분을 공감하기는 힘듭니다.
모든 자기 계발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우리들이 불사불멸의 존재가 되도록, 또 우리 안에 있는 것들 중 최고의 것에 따라 살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략>... 따라서 무엇보다도 지성이 '인간'인한, 인간에게 있어서도 지성을 따르는 삶이 가장 좋고 가장 즐거운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이기도 하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p372~373
인류사적으로 볼 때 고대 지성의 최고 결정체이자, 최초의 만물박사인 슈퍼 울트라 천재인 아리스토텔레스는 결국 인간이 신적인 완벽함에 다가서려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요즘말로 꼰대의 전형인 '노오력'을 강조하는 그의 주장을 들으니 한편으로 씁쓸합니다.
이런 어르신도 성공하려면 '노오력'밖에 답이 없다 했는데, 후대의 자기 계발서를 쓴 사람들이 그냥 '목표'만 주야장천 외우기만 하면 된다고 하니, 요즘에는 이에 대한 역반응인지 '그놈의 성공포르노를 그만 보여줘라!'라며 자기 계발서를 반대하는 주장도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저는 사실 종교가 없습니다. 그러나 신이 존재하면 좋겠습니다. 신이 있다면 무지한 저에게 완벽한 답을 해줄 수 있을 것이고, 그 답에 따라 살아간다면 인생을 얼마나 행복하게 살 수 있겠습니까? 이런 이기적인 이유에서라도 신이라는 완벽함이 존재하고 그 존재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하루하루 밥벌이에 지쳐있는 일반인인 저로서는 그런 완벽한 신의 경지를 경험하는 놀라운 '역사'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저 내가 바라는 하루하루의 모습이 있을 뿐이고 그것을 적어도 완벽하게 달성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을 뿐이죠.
목표만 주야장천 외워대는 건 정말 '노오력'을 제외한 쉬운 부분만 강조하는 것이니, '노오력'을 계획하고 이를 완벽하게 달성하는 하루를 살고 싶다는 게 요즘의 내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놈의 성공포르노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다른 대안으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목표를 외우고, 목표만 가슴에 새기는 방법이 아니라 정말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고, 나태함과 좌절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순간에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
이런 질문에 최근에 답하는 한 책이 있어 소개하려 합니다. 이 책의 이름은 '스토리씽킹'입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방법은 간단하게 말하면 '내 인생의 스토리를 스스로 만들어보라.'는 것입니다. 내가 내 인생의 작가가 되어, 나라는 주인공을 어떤 삶을 살도록 만들지 결정하고, 그 삶에 닥칠 수 있는 고난과 역경, 그리고 이를 어떻게 극복해서 결국 성공하게 되는지 나만의 영웅서사시를 만들어보라는 말이죠.
이야기는 사실 힘이 셉니다. 톨킨의 불후의 저서 '반지의 제왕'을 보시죠. 중간계라는 판타지 세계를 실제 존재했던 세계처럼 만들어 전 세계사람들을 홀렸지 않나요? 톨킨은 중간계라는 하나의 세계를 창조했고, 거기서 살아가는 주요 인물들이 가진 각자의 인생을 설계했습니다. 중간계에서 사용되는 언어도 진짜처럼 만들었다고 하니 톨킨이라는 이야기꾼은 참 대단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흘겨듣지 않습니다. 허균의 '홍길동전'과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보시죠. 당대의 사람들이 공감하는 스토리를 만들어 이를 통해 대리만족하게 만들었고, 비극적인 스토리를 보여주며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하지 않았나요? 스토리를 통해 우리는 위로받고, 희망을 꿈꾸며, 인생의 교훈을 얻습니다. 이와 같은 이야기의 힘을 내 인생에 적용해 보라는 것이 '스토리 씽킹'의 핵심주장입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요? 저자는 여기서 ‘퓨처 매핑’이라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앞으로 계획하는 미래의 순간까지 내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상상해 보고 고난이 온다면 그 고난은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고난을 이겨낸다면 어떻게 이겨낼지를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게 ‘퓨처 매핑’의 방법입니다.
‘퓨처 매핑’은 사실 좀 어색하고 어렵습니다. 내가 나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라는 것인데, 글쓰기도 어려운 현대인들에게 아예 소설을 쓰라는 건 좀 무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속는 셈 치고 그 방법을 적어봅니다.
1단계: 퓨처 매핑 틀을 만들고, 과제를 정한다.
2단계: 내가 과제를 달성했을 때 120% 행복해할 다른 사람의 모습을 상상한다.
3단계: 좌절스런 현재의 시궁창 같은 상황을 혼잣말하듯 적어본다.
4단계: 미래의 시점부터 역순으로 현재까지 달성도를 곡선으로 그려본다.
5단계: 기간을 삼등분하여 각 기간마다 소제목을 정한다.
6단계: 전체 제목을 정하고, 지금 당장 실행할 babystep을 적는다.
이게 뭔가 싶으시죠? 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제가 적어본 '퓨처매핑'을 예시로 보여드립니다.
저는 브런치 작품들 중 아직 쓴 글이 1개밖에 없는 초라한 프로젝트가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고전 열 번 읽으면 인생이 변한다.'라고 거창하게 시작한 프로젝트인데요. 고전이 사실 두렵기도 하고, 요즘 읽고 있는 책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기에 시작만 해놓고 계속하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다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퓨처 매핑'을 사용해 봅니다.
1단계: 과제정하기
(고전 1권 5 회독하는 방법이 뭘까?)
2단계: 나를 통해 행복해할 사람
(구독자님들이 축하해 주는 상상을 함)
3단계: 현상태
(고전 읽기가 너무 두렵고 힘듦)
4단계: 자신감의 정도 곡선으로 그리기
(처음에는 잘하다 게을러져 고생하겠지... 그래도 뭔가 성과는 있지 않겠어?)
5단계: 소제목 정하기
(시작은 천천히, 내가 그럼 그렇지, 50%의 성취도 성공이다.)
6단계: 전체 제목 정하기, 바로 할 일 정하기
(나의 고전 읽기 5 회독 도전기, 1/3씩 읽을 파트 나누기)
이런 식으로 퓨처 매핑을 해보았습니다. 사실 퓨처 매핑은 단기만 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기간을 3일로 아주 짧게 잡아 시험 삼아해보려 하는데, 이런 목표 달성법에 익숙하신 분들이라면 바로 3개월짜리, 1년짜리 퓨처 매핑을 하셔도 무방합니다.
저는 이 퓨처 매핑을 하는데 한 20~30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앞으로 3일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보니 대충 이야기가 바로 떠오르더군요. 저는 저를 잘 아니까요. 그런데 좀 기간이 길다면 상상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인생에는 무수한 우연이 찾아오고, 이 것을 어떻게 경험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퓨처 매핑'의 장점이라면 어느 정도 내게 벌어질 많은 일들을 상상해 봄으로써 미래를 대비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모르는 미래는 막연한 두려움이지만, 상상해 본 미래는 그래도 좀 두려움이 덜하니까요. 운이 좋아 내가 상상한 대로 된다면 이건 큰 기쁨일 테니 속는 셈 치고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일단 제가 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퓨처 매핑'이 유용했는지 아닌지 말이죠. 앞으로 3일간 5/17~5/19까지 한번 제가 적어놓은 대로 해보고, 잘 들어맞았는지 도움은 좀 되었는지를 솔직하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제는 막연한 성공포르노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노오력'을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 '몰입'을 통해 행복해지는 방법이 흔한 자기 계발을 타파하고 진짜 자기 계발을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스토리 씽킹'도 막연한 목표 설정만 강조하지 않고 구체적인 목표달성 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니 진짜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번 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