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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Apr 29. 2024

꾸준한 노력은 힘들다

[게으른 뇌에 행동 스위치를 켜라], 오히라 노부타카

탁월한 재능을 얻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인생을 살다 보면 수많은 재능을 목격하게 된다. 어떤 사람은 어려운 수학문제를 손바닥 뒤집듯 쉽게 풀어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한번 들은 음악을 그대로 파악해 피아노로 연주하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기가 막힌 프리킥으로 득점을 하여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황홀한 춤선으로 많은 사람들을 홀리기도 한다.


우리들은 몇몇 사람들이 보여주는 이런 탁월한 재능에 환호하고 열광한다. 탁월한 재능은 사람들 대부분이 가지지 못하는 희소성이 있기 때문에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마치 평소에는 보지 못하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보면 나도 모르게 감탄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다면 탁월한 재능은 원래 있던 자연처럼 선천적으로 획득하게 되는 것일까? 우리들은 탁월한 재능이 보여주는 결과에 대해서는 감탄하지만, 탁월한 재능을 가지게 된 과정까지 흠모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탁월한 재능은 선천적인 능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무심결에 알고 있기 때문이다.


탁월한 능력은 타고난 재능과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 완성된다. 노력을 하기 싫은 대부분의 우리들은 탁월한 재능에 어려운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굳이 바라보고 싶지 않다. 그저 탁월한 재능이 보여주는 빛나는 결과만 보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끊임없는 노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심각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세계적인 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인생을 갈아 넣는 미친듯한 노력이 필요할 수 있겠으나, 우리들이 사는 이 조그마한 한반도 레벨에서는 내가 발휘할 탁월한 능력 하나를 발굴하는 건 그렇게 큰 노력이 필요한 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 대부분은 꾸준한 노력이란 것 자체를 안 하고 살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나를 돌아보자. 다이어트를 한다면서 어제도 술을 먹어댔고, 계획했던 책 읽기는 한쪽도 못했다. 한글 공부를 제대로 하겠다고 사놓은 이오덕 선생의 전집 5권은 먼지만 쌓여 만지기도 싫을 지경이다. 아이들에게 매일 저녁 책 한 권씩 읽어주겠다고 다짐한 게 아이들 돌 때인데, 이제 몇 년 뒤면 초등학생이 될 판이다. 나는 하겠다고 한 일을 꾸준히 한 적이 없는 사람이다.


계획하고 후회하고 관두고, 또 계획하고 후회하고 관둔 일이 쌓여만 가니 계획이란 것 자체도 귀찮다. 어차피 안 할 일 계획한들 뭐가 달라지겠느냐 이런 생각이다.


제대로 노력하는 삶을 살아서 나도 죽기 전에 탁월한 재능 하나정도는 뽐내고 싶지만, 인간의 행동 메커니즘이 나를 자꾸 방해한다. ‘고통회피’, ‘쾌락추구’ 이 단순한 두 개의 행동 스위치를 누르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 줄 몰랐다. 뛰면 걷고 싶고 걸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게 인간 본성이다. 누가 노력이란 스위치를 즐겁게 누를 수 있겠는가?


꾸준히 한다는 건 그래서 어렵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하고, 단기적인 지금의 이익보다 장기적인 내일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인간은 한 번도 그렇게 진화한 적이 없는 동물이다. 하루하루 생존이 지상과제였던 인간이 단기적 이익이 아닌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한다는 건 자살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이런 인간 진화의 결과에 맞서 노력이란 것을 한다는 것은 인간역사 30만 년에 반하는 행동이다. 이런 의미에서 탁월한 능력을 뽐내는 사람들은 어쩌면 별종에 가깝다.


평범한 인간인 내가 탁월한 능력을 가진 인간을 꿈꾸는 건 바벨탑을 짓는 인간처럼 신성모독을 범하는 것일까? 태어난 것을 범부로 태어났으되, 꿈꾸는 건 귀인이라면 이건 내 그릇을 모르고 까부는 당랑거철(螳螂拒轍) 사마귀가 아닌가. 그저 내 분수를 알고 안분지족(安分知足)하며 살아가는 게 게 정답일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적으며 마치고 싶지만 거짓말 같아서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 나는 내일도 계획한 대로 행동하지 못해 실패할 것이고, 노력하기보다는 편안하고 싶을 것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 되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어떤 심리학적인 테크닉을 구사하더라도 결과는 같다. 다만 우리가 꾸준히 노력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알고 그 결과에 실망하지 않는 자세는 중요하다. 꾸준히 하기를 실패하더라도 마지막 불씨를 살려두려면 꾸준히 하지 못한 것을 두고 절망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아 오늘도 실패했구나. 뭐 당연한 결과지.’라고 털어버려야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


우리는 그저 살아갈 뿐이다. 꾸준히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고, 치열하게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내가 살고 있는 현재와 내가 살아온 과거만이 나를 나답게 한다. 앞으로 살고 싶은 미래를 위해 현재와 과거를 너무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어차피 인생 케세라세라(Que sera sera) 아닌가? 이루어질 일은 언젠간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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