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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Apr 25. 2024

이기적으로 책 읽기

[초격차 독서법], 가미오카 마사아키


책을 읽었다는 말에 정답이 있는가?


'책을 많이 읽으면 인생이 변한다.'는 말에 대해 나는 이전에 브런치에 쓴 글에서 일종의 종교적 믿음이라고 말한 적 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안식일에 부활하셨다.'는 말을 믿을 것인지 믿지 않을 것인지는 논리적인 설득의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 그냥 내가 믿을 것이냐 믿지 않을 것이냐의 선택의 문제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 내 인생이 부활한다고 믿는다. 이건 내 선택이다.


'책을 읽는다.'라는 말과 '책을 읽었다.'는 말은 굉장히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행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을 읽으면서 딴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 속 문장의 내용이 아닌 나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면 책을 잘못 읽고 있다 말한다. 또 책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나서 책의 내용이 하나도 생각이 안 나면 그건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조금 관점을 달리해보면, 책을 읽으며 딴생각을 한다는 것은 비판적으로 책을 읽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나서 책 내용이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책을 다 읽지 못한 건 아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내 생각에 0.1%라도 변화된 부분 있다면, 더 나아가 0.1%라도 행동이 바뀐다면 그건 책 내용과 상관없이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저자와 대화를 나누는 행위 그 자체일 뿐이지, 책을 통해 즐거움을 얻든, 교훈을 얻든, 지식을 얻든, 혹은 아무것도 얻지 못하든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책을 읽는다는 것과 책을 읽었다는 것은 딱히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책을 많이 읽지 못하는 것은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 딱 답이 정해진 행동인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일 수 있다. 책 한 권을 온전히 집중해서 읽어야 하고, 책을 읽은 후에는 책의 내용을 빠짐없이 기억해야 한다는 그릇된 생각은 우리를 책에서 멀리 떨어지게 만드는 1등 공신이다. '책을 완벽하게 읽을 것'이란 고정관념을 극복하면 책을 많이 그리고 빨리 읽을 수 있다.


책을 읽어서 최종적으로 되고 싶은 모습은 각자가 다를 테지만, 어렴풋이 희망하는 모습은 대게 비슷하다. 책을 많이 그리고 잘 읽는 '숙련된 다독가'의 모습이 그것이다. '숙련된 다독가'는 책을 소모품처럼 읽는다. 책을 마구마구 접어대고, 파란 펜으로 쓱쓱 줄을 그어댄다. 책을 읽다가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마치 책이 공책인 것처럼 거침없이 글자를 적어 메모를 해댄다. 한 권의 책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 책을 읽다가 저책을 읽기도 하고, 책을 다 읽지 않았는데 읽기를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숙련된 다독가'가 책을 읽는 모습은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과 매우 다르다.


'숙련된 다독가'가 책을 다루는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들이 모래 놀이를 하는 모습과 같다. 삽으로 흙을 퍼서 모래성을 쌓다가 수돗물을 받아와서 모래에 붓기도 하고 모양틀에 흙을 넣어 불가사리를 만들다가 이내 모양을 바꿔서 사람의 형상을 만들곤 '이거 아빠야.'라고 우긴다. 친구가 트럭 장난감을 가져오면 이내 모래 놀이터는 공사장으로 바뀌고 아이들은 경쾌하게 일하는 건설 노동자들이 되어 즐겁게 집을 짓는다. '숙련된 다독가'에게는 독서란 변화무쌍한 아이들의 모래놀이와 같다.


어떻게 하면 '숙련된 다독가'처럼 책 읽기를 놀이처럼 즐길 수 있을까? 책을 끈질기게 붙잡고 사투를 벌이면 될까? 끈질긴 사투 끝에 독서량이 100권, 300권, 1000권이 되면 자동적으로 '숙련된 다독가'가 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듯하다.

 



끈질기게 계속하려면 무엇보다도 처음에는 시간이 적게 들고 쉬워야 한다. 하기 싫은 좋은 행동들을 하고 싶게 만드는 원리는 모두 같다. 운동도 명상도 독서도 처음에는 짧게 짧게 해야 한다. 그리고 난이도는 최하 난이도에서 시작해야 한다.


책을 빨리 읽으려면 짧은 시간을 정해 놓고 읽으면 된다. 인간이 최대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15분이라고 하니 15분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책을 쉽게 읽으려면 반복해서 읽으면 된다. 학습의 기본은 복습이다. 여러 번 읽으면 어려운 내용도 쉬워진다. 책 1권을 한 번만 읽고 치워버리면 아마 다음날이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책 1권을 적어도 3번을 읽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빨리 읽자면서 책을 3번 반복해서 읽자니 이게 무슨 모순된 말이냐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책을 빨리 3번 반복하여 읽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내가 활용하는 '부자들의 초격차 독서법'에 나오는 방법을 설명해 보겠다. 초격차 독서법은 쉽게 말해 책 한 권을 30분 동안 3 회독하는 방법을 말한다.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초격차 독서법]
1. 30분 동안 책을 3 회독한다.
-15분간 1 회독, 10분간 2 회독, 5분간 마지막 3 회독을 한다.

2. 1 회독을 할 때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페이지를 접어가며 읽는다.

3. 2 회독을 할 때는 접힌 페이지를 중심으로 파란 펜으로 줄을 긋고, 메모를 하며 읽는다.

4. 3 회독은 파란 펜으로 밑줄을 그은 부분만 본다.

5. 마지막으로 아웃풋노트를 적는다.
-아웃풋 노트는 짧게 10분 정도만 쓴다.
-책을 읽은 동기, 기억하고 싶은 내용, 앞으로 실천할 사항을 아웃풋 노트에 적는다.


초격차 독서법은 처음에 보면 이게 가능할까 싶은 다소 황당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책 1권을 30분간 3번 읽는 것이 가능할까? 여기서 책 한 권이란 200p정도의 일반 대중서적을 말한다. 조금 어렵고 학술적인 책이라면 30분 안에 끝내지는 못한다. 하지만 1시간 언저리로 3 회독을 마쳐야 초격차 독서법을 실천하는 것이다.


나도 이 책을 읽은 후 초격차 독서법을 실천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아무리 빨리 읽으려 해도 1 회독을 15분 만에 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읽단 빨리 읽는다는 내용만 동의를 하고 책을 읽을 때 꼼꼼하게 읽기보다 핵심내용과 내가 알고 싶은 부분만 읽는다는 생각으로 빠르게 책을 읽었다. 그래서 현재는 200p정도의 대중서는 내용의 난이도의 차이가 있지만 책 한권을 읽는데 2시간 정도가 걸린다.


그런데 문제는 2시간 정도 진이 빠지게 읽고 나니 2 회독, 3 회독을 할 수 없다는 데 있었다. 초격차 독서법에서 중요한 건 빠르게 읽는 것만이 아니다. 반복독서를 통한 내용 습득이 중요한 내용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아웃풋노트를 쓰는 것도 중요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 3가지 중요한 내용 중 하나밖에 성취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저자가 말하는 책을 빠르게 읽고 인생이 바뀌는 그런 드라마틱한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속는 셈 치고 다시 초격차 독서법을 실험해 보았다. 실험 대상은 나다. 과연 초격차 독서법을 읽은 2년 뒤의 지금의 내 모습은 얼마나 변해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직접 나를 대상으로 실험해 보고 싶어졌다. 실험할 책은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는 평범한 자기 계발서로 제목은 '퓨처셀프'다.



실험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1 회독: 소요시간(15분), 읽은 페이지(97p)

-내용은 거의 에피소드만 기억남.

(미스터 비스트의 미래예언, 빅터프랭클박사의 수용소에서 <의사와 정신> 원고를 빼앗긴 사건)

-중요내용 접으며 보기 실행.

(접으면서 밑줄칠 부분이 있는지 생각하면서 접음)


2 회독: 소요시간(10분), 읽은 페이지(86p)

- 파란 펜으로 밑줄 치며 읽음.

(밑줄칠 부분은 생각하며 읽다 보니 절대 시간이 부족했음.)

- 접은 페이지뿐만 아니라 추가적으로 파란 펜 밑줄 그을 부분이 보였음.

(핵심적인 책 내용에 대해 조금 근접한 듯했음.)

- 앞부분의 책 설명을 보니 파트 1, 2는 건너뛰어도 무방하다는 생각을 함.

(중요 내용은 미래의 나와 지금의 나를 연결하는 방법인데 이것이 파트 3 내용임)


3 회독: 소요시간(4분 22초), 읽은 페이지(97p)

- 5분이 되기 전 1 회독했던 페이지까지 도달해 읽기를 끝냄.

- 밑줄 친 부분만 보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넘김

- 아웃풋 노트에 적고자 하는 단어에 집중함.

(선택적 주의, 변혁적 관계)

 

[아웃풋 노트 작성]
-독서동기: 초격차 독서법 실험
-기억하고 싶은 내용
(1) 우리는 원하는 것만 경험하고 기억한다(선택적 주의)
(2) 근묵자흑이다. 변하고 싶다면 관계를 정리하라.
 서로의 미래를 바꾸고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변혁적 관계'를 구축하라.
-실행과제: 내가 원하는 미래의 내 모습 상상해 보기(10분간)

  

[실험결과 총평]

초격차 독서법에서 말하는 것처럼 200p를 30분 안에 3 회독을 끝내지는 못했다. 꽤나 집중해서 했지만 100p정도가 한계인 것 같다.


오늘 실험에서 깨달은 중요한 부분은 반복독서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1 회독을 할 때는 이 책을 내가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정도로 읽는 속도만 중시했다. 그런데 2 회독을 하면서 밑줄을 치면서 읽으니 어느 정도 책의 내용이 자동으로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 3 회독할 때는 책을 듬성듬성 읽었는데, 내가 원하는 부분만 강하게 기억되었다. 왜냐면 아웃풋 노트에 쓸 말을 기억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초격차 독서법'은 고전적인 꼼꼼한 읽기 방법이 아니다. 대충대충 듬성듬성 읽되,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책의 내용을 확실하게 기억하는 방법이다. 이는 책의 핵심내용을 이해하고 있다는 말과 다르다. 책의 핵심은 몰라도 된다. 내가 아웃풋노트에 쓸 내용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내가 원하는 것만 책에서 쏙쏙 빼먹는 게 저자에 대한 모독이라는 생각도 든다. 책을 읽는 게 저자와의 대화라고 했는데, 저자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저자의 말에서 내가 유용한 것만 취하려는 태도는 이기적인 것 같아서 그렇다. 그러나 확실히 '초격차 독서법'은 쉽게 빨리 읽을 수 있다. 꼼꼼하게 다 읽으려 했다면 100p를 3번 읽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대충 읽으니 가능했다.




앞으로 '초격차 독서법'을 더욱 활용해 책을 읽어야겠다. 이제는 더 많은 책을 빨리 읽어야 한다. 아직 내가 읽을 책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또 어려운 책은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다. 내가 정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솔직히 두렵다.


 그러나 내가 책을 읽는 목표는 명확하다. 나의 성장을 위해 책을 읽는다. 누가 나를 책 많이 읽는 사람으로 추앙하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책을 통해 얻는 지식을 뽐내기 위함도 아니다. 그렇다면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독서법을 실천하는 게 맞다. 그런 의미에서 '초격차 독서법'이 내게 주는 의미는 크다. 이제부터는 저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좀 이기적으로 책을 읽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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