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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Jun 17. 2024

다이어트는 장비빨, 행복은 요리빨


다이어트는 장비빨


느슨해진 다이어트에 대한 의지를 다시 불태우고자 장비를 하나 새로 장만하기로 했습니다. 이마트에 장을 보러 갈 때마다 아내가 한눈판 틈을 타 전자기기 코너를 들락거렸는데, 이때 눈에 꽂혀버린 한 제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스마트 체중계


전문적인 BMI 측정 같은 건 헬스장에 가는 사람이나 하는 것이라 배웠습니다. 요즘에는 비만 예방을 위한 취지로 보건소에서도 무료로 해준다는데, 제가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은 아니라 패스합니다.


그렇다고 몸무게뿐만 아니라 골격근량, 체지방 지수와 같은 전문적인 수치로 몸의 상태를 파악해보고 싶은 욕구는 늘 있었던 터라 스마트 체중계는 그런 저에게 딱이었습니다.


몸무게 재듯 체중계에 올라가서 핸드폰으로 블루투스 연결만 하면 끝입니다. 그러면 깔끔한 앱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쉽게 다양한 체중지표의 측정이 가능하죠.



일단 측정이 끝나면 각 지표들은 신호등처럼 빨강, 노랑, 파랑으로 표시가 됩니다. 당연히 빨강이면 심각한 것이고 파랑이면 좋은 것이겠죠?


그럼 측정을 완료한 저의 건강 신호등 상태를 한번 보실까요?



“허허, 이 것은 마치 명절에 꽉 막힌 교통체증의 그것과 같구나.”


몸무게는 과도한 상태였고, 근육량, 단백질, 체수분은 한참 모자란 상태였습니다. 건강한 몸상태는 근육이 지방보다 많고 수분과 단백질이 풍부한 상태일 텐데 그것과 완전 정반대더군요.


그나마 희망적이었던 것은 BMI 지표상으로는 완벽한 비만 상태이지만, 체지방률, 비만도 지표로 따지면 아직 비만 상태는 아니었다는 점이랄까요?


긍정적인 지표와 부정적인 지표가 동시에 있다는 사실은 그나마 고무적이었습니다. 다이어트를 해도 체중이 줄지 않고 그대로인 상태가 어언 2달 가까이 가고 있어서 실망하는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었거든요. 거북이걸음이긴 해도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실낱같은 희망을 주었습니다.



행복은 요리빨


저탄고지가 답이라 생각하고 다시 고기위주의 식단을 만들어 먹고 있습니다. 단지 밥상에 고기가 올라오면 그놈의 알코올이 그렇게 당긴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뭐 별다른 방법은 없었고, 반주정도 곁들이되 한주에 한두 번만 먹자는 식으로 여유롭게 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숙제 끝나면 장난감 가지고 놀도록 해줬는데, 숙제를 끝내고 책을 읽으라면 읽겠습니까? 애 같은 어른일 따름인 저도 아이들과 비슷한 정신연령이라 생각하면 한주에 한두 번 정도는 풀어주는 게 맞겠다 생각했지요. (이건 무슨 기적의 논리지?)



여하튼 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합니다. 이제는 마트에서 질 좋은 고기 고르는 눈썰미도 생겼고, 어떤 고기가 가성비가 좋은 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마트의 경우 소고기는 미국산 보다는 호주산 뉴질랜드산이 더 제 입맛엔 맞았고 돼지고기의 경우에는 이마트보다는 동네 마트가 더 저렴하고 질이 좋았습니다.


고기의 종류는 하나만 계속 먹으면 질리니 매번 육, 해, 공의 고기를 서로 쓰까? 서 요리를 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나트륨 섭취는 해야 하니 소금은 뿌려야 합니다. 다만 소금은 줄이고 미원을 조금 뿌리는 게 맛은 더 좋습니다.  

그럼 운동은?


저의 경우에 다이어트에 속도가 붙지 않는 이유는 식단보다는 운동 부족이 더 커 보입니다. 야심 차게 계획했던 팔 굽혀 펴기 100번 연속하기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니 살짝 번아웃이 오더군요. '내가 이 나이 먹고 뭐 좋자고 이 개고생이지?' 하는 현타도 오고요.


그리고 운동 목표를 조금 상향해서 이제는 풀업(이라 쓰고 철봉 매달리기라 읽음.)이라는 것도 시도를 해봐야지 했던 게 의지를 꺾어버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니 팔 굽혀 펴기를 그렇게 했는데 맨몸 풀업 1개를 못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당최 운동이라는 것은 알다가도 모르겠더군요.


듬성 듬성 잡초 뽑기를 당한 듯한 잔디밭 같은 운동 일정표


그렇게 쓰라린 풀업의 실패를 겪고 나니 운동의 쓸모를 더더욱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운동을 하면서 느꼈던 상쾌하고 짜릿한 감정보다는 스트레스만 받는 것 같았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더더욱 의지력을 깎아먹었고 결국 매일 하던 운동을 하루하루 미루다 보니 어느덧 3일에 한번, 어쩔 땐 4일에 한번 이렇게 운동을 미루고 있더군요.


도저히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횟수를 줄여버리고 하루 운동하고 하루 쉬는 패턴으로 바꿔봤는데, 아직도 운동에 대한 의지는 되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다시 운동하는 멋진 아빠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 고민을 좀 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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