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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May 06. 2024

팔 굽혀 펴기는 어려워

[팔굽혀펴기 100개, 6주 계획]


알아들었으면 움직여!


극단적인 단식에서 시작해, 저탄고지 식단, 간헐적 단식으로 이어진 나의 다이어트 이야기는 이제 어느덧 분기점을 맞았다. 2달 전쯤부터 시작한 팔 굽혀 펴기와 스쾃 운동이 마지막 6주 차를 맞은 것이다.


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단순했다. 아예 밥을 안 먹는 단식을 해도, 조금씩만 먹는 간헐적 단식을 해도 내가 목표로 했던 몸무게 73kg까지는 안 빠졌다. 배고픔을 참으며 고통의 나날을 보내면 약간씩의 성취로 2~3kg 정도는 빠졌다. 하지만 성취의 결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술이라도 한잔 먹은 날 이후에는 바로 요요가 찾아와 그간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4월말~5월초 몸무게, 시작 몸무게 78kg와 별 변화가 없다.


'안 먹는다.', '덜 먹는다.'의 방법을 빼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내가 찾은 방법은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었다. '움직인다.'가 방법이었다.


유튜브에서 내가 할만한 운동을 찾았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인도에 따라 운동 동영상을 뒤졌다. 40세가 가까운 나이임에도 내가 선뜻할만한 운동은 별로 없었다. 운동을 못하는 저질 체력이기도 했고, 운동은 정말 싫어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선택지는 별로 없었다.


단순무식하게 팔 굽혀 펴기를 시작했다. 군대에서 해봤고, 자세는 잘 모르겠지만 그나마 따라 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만만한 운동이 팔 굽혀 펴기였다.


단순하게 시작했지만 목표는 만만치 않았다. '쉬지 않고 1세트에 팔 굽혀 펴기 100개 하기'가 내 목표였다. 시작할 때 내 팔 굽혀 펴기 최대기록이 20개였음을 감안하면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이기도 했다.


그러나 유튜브가 좋은 게 무언가? 계속해서 자기는 성공했으니 너도 해보라고 유혹하는 가장 좋은 매체가 유튜브 아니던가? 영상에서 멋들어진 몸을 뽐내며 운동을 재촉하는 사람들의 세 치 혀에 나는 그만 설복 돼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나는 홀린 듯 팔 굽혀 펴기 100개 연속하기 6주 차 계획에 빠져들었다.


출처: 유튜브


계획은 이랬다.


-운동은 하루 운동, 하루 휴식의 패턴으로 실시한다.

 (월-수-금, 일-화-목, 토-월-수 패턴)


-1주 차~3주 차까지는 기초적인 체력과 자세를 위주로 운동한다.


-4주 차부터는 점점 1세트 횟수를 늘려간다.


-5주 차~6주 차는 1세트의 횟수를 극단적으로 늘려 1세트 100개를 위해 매진한다.


1주차 계획표는 딸내미들 그림판이 되어 버려졌다. 2개라도 온전하니 다행이다.


단순무식하기 이를 데 없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다수의 운동 전문 유튜브가 경험했고, 유용하다고 주장하는 플랜이니 의심하지 않고 따라가자고 다짐했다.


1~2주 차는 그런대로 할만했다. 이게 운동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쉽게 했다. 아마 처음부터 무지막지한 어려운 운동 과정을 접하면 쉽게 포기하게 되니, 약간 맛보기 방식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그래서 1~2주 차에 자신감이 붙은 나는 이왕 하는 거 상체만 하지 말고 하체도 해보자는 생각에 스쾃도 같이 해보기로 했다.


3주 차부터는  1세트에 스쾃 10개 정도를 곁들였는데, 운동의 맛이 괜찮았다. 살짝 버거운 느낌이 햄버거 패티의 눅진한 육즙같이 고소했다. 팔이 너덜너덜해지면 허벅지를 부풀린다는 생각으로 세트 사이사이를 그렇게 오래 쉬지 않고 몰아서 운동했다. 그러니 전체 운동시간이 20~30분도 안 걸렸다. 운동시간은 별로 길지도 않은데, 운동이 끝나면 상체와 하체를 모두 불뚝불뚝하게 만드니 아주 효율이 좋았다.


미친 4주차~5주차 계획표


문제는 4주 차부터였다. 팔 굽혀 펴기 전체 운동 횟수가 100개를 넘어가기 시작하니 몸이 고장 난 경운기처럼 덜덜 떨렸다. 스쾃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팔이 미친 듯이 아프고 가슴이 탱탱볼처럼 부은 상태이니 상대적으로 허벅지의 고통은 덜했다.


5주 차~6주 차의 팔 굽혀 펴기 횟수는 150개를 넘어 200개를 바라보고 있었고, 한 세트당 50개를 마무리하라는 계획표를 바라보면 슬픈 패잔병의 모습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미 100개의 팔 굽혀 펴기로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마지막 세트가 40개~50개가 넘어가면 더 이상 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도 있는 힘을 다해 횟수를 채우려 노력하다 보면, 고양이들 교미 소리보다 더한 요상한 소리를 내며 털썩 쓰러졌다.


6주 차에는 거의 불구의 몸뚱이가 되었다.


6주 차를 끝내고 나니 원래 목표로 했던 팔 굽혀 펴기 연속 100개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한번 운동할 때 팔 굽혀 펴기를 200개씩 하는데 연속으로 100개를 하는게 그렇게 대단한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00개 연속이 가능한지 따로 실험해보진 않았다.


그래도 6주 차 계획 중 연속 50개 이상 하는 부분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니, 연속 50개는 가능한 수준으로 체력이 올랐다. 시작할 때 20개도 못하던 몸뚱이가 전체 200개, 연속 50개 이상을 해내는 몸뚱이가 되었나니 자뭇 놀라운 결과였다.


아직 내 몸이 날씬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유튜브에 나오시는 양반들처럼 근육이 울퉁불퉁하지도 않다. 최근에 TV에 나온 전현무의 다이어트 이후 모습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직 갈길이 멀었다.


이왕 이제 운동을 하기 시작했으니 계속 다른 운동도 도전해 봐야겠다. 그래서 이제는 풀업이라 쓰고  철봉 매달리기라고 읽는 운동도 해보려고 한다. 살기 위해 운동하는 아저씨들 모두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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