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자 Apr 01. 2024

술이 맛있는데 다이어트는 어림없지


이번주는 다이어트를 폭망한 기간이었다. 겨우 76kg대를 유지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스멀스멀 몸무게가 오르더니 어느덧 77kg대로 복귀했다. 아침은 걸렀고, 탄수화물도 잘 참고 안 먹었는데, 가장 험한 것을 만나고 말았으니, 그것은 술이었다.


이번주 평균적인 몸무게 상태 77kg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술자리에 참석해야 하는 건 어쩌면 사회인의 숙명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술 권하는 사회도 아니고 “운동해요.”, “바디프로필 찍어요.”, “한약 먹어요.” 등의 변명을 하면 술을 거절하는 게 자연스러운 사회가 되었기 때문에 의지만 있다면 술을 멀리 할 수 있다. 문제는 내게 그 의지가 없었다는 게 문제였다.


사실 나는 술을 잘 먹는 술꾼은 아니다. 주량도 소주 한 병 정도로 애매한 수준이고 술을 먹으면 두통도 생기고 매슥거려서 술을 잘 소화하는 체질도 아니다. 그래서 내가 술을 즐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즐기려면 일단 그것을 잘해야 하는데 나는 술자체를 잘하지 못하니 말이다.


이번주 식단


술을 잘하진 못하지만 술자리를 즐긴다면 언어도단일까? 나는 술자리는 즐기는 편이다. 오손도손 모여서 술 한잔씩 걸치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가족 이야기, 사업 이야기 등을 하고 있자면 “사람 사는 게 별거 있나 이게 사람 사는 거지 캬!”를 외치게 된다. 나는 술을 좋아하진 않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술자리는 좋아한다.


결국 사람이 문제였다. 사람들을 좋아하니 술자리를 끊기 어렵고, 술자리에서 한두 잔 마시다 보니 다이어트를 실패하고 있었다. 매몰차게 사람을 끊어내고 다이어트라는 목표에 매진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요번 주에 다이어트를 폭망 한 이유는 또 있다. 그 이유는 가족여행 때문이었다. 6살, 4살 두 딸들을 데리고 갈매기 먹이로 새우깡을 주려 인천 월미도로 갔다. 월미도는 생각보다 방대한 크기를 자랑했고, 아이들은 그 넓은 월미도를 신나게 뛰어다녔다. 인파 속에서 아이들을 잃어버릴까 노심초사하며 아이들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다 보니 더 이상 여행이 여행이 아니었다. 똥개훈련이었다.


토요일 오전, 오후를 그렇게 아이들 쫓아다니며 체력을 소진했으니 부모들에게도 보상이 필요했다. 그것도 아주 맛있고 원기를 회복해 줄 보상이 필요했다. 그 보상은 월미도에 가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조개구이’ 집 탐방이었다.


인천 월미도 조개구이


한 5년 만에 먹는 조개구이는 꿀맛이었다. 살아서 줄곳 물을 뿜으며 싱싱하게 꿈틀대는 조개를 화롯불에 살포시 얹어두면 지글지글 끓는 소리와 함께 조개껍데기가 열리는데, 그 야들야들하고 탱글탱글한 속살을 간장 고추냉이 소스에 듬뿍 찍어먹으니 그 맛이 환상이었다.


조개구이에 소주도 빠지면 섭섭하니 조개 한 점에 술 한잔씩 규칙적으로 섭취하게 되더라. 화롯불에 몸도 노곤하고 태양이 지는 인천 앞바다를 바라보며 감상에 젖으니 이제야 여행에 온 기분이 들었다.(유튜브에 정신 팔린 아이들에게는 좋은 풍경을 못 보여줘 심심한 사과를 올린다.)


여행은 먹으러 가는 거라고 배웠다. 다행히 이번 여행은 맛집을 잘 찾아 성공적인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여행은 성공적이었고, 맛난 음식에 술 한잔도 좋았으나, 다이어트는 잊어버리고 말았다는 게 흠이었다. 뭐 그래도 좋았다.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건 양보할 수 없는 최우선 순위가 아니던가?




다이어트는 망했지만 아예 성과가 없는 한 주는 아니었다. 그래도 굼뜬 나라는 녀석을 움직이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이번주는 다이어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래로 처음으로 운동이란 것을 시작해 보았다.


처음부터 힘들게 하면 쉽게 지치고 말 것이 자명해서, 처음에는 약하게 시작허기로 했다. 넷플릭스를 켜보니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았다. 혼자 헬스장에 가면 자전거나 20분 타고 오는 나란 놈을 강하게 리드해 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넷플릭스에 나오는 운동 선생님들은 내 니즈에 딱 맞는 분들이었다.


넷플릭스의 다양한 기초 운동 프로그램


10분 운동이라길래 ‘뭐 그렇게 힘들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운동 초보자인 내가 해본 결과 몸도 부들부들 떨리고 땀도 송골송골 맺히는 것이 진짜 운동을 하는 느낌이었다.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힘들더라도 참고하라는 운동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졌다. 악마의 미소를 띤 그분들의 열정에 나는 겁먹은 강아지처럼 한 동작 한 동작을 힘겹게 따라 했다.


사실 생각해 보면 내가 가장 날씬했던 때는 군생활 때가 아니었나 싶다. 그때는 똥배도 없었고 나름 근육도 있었던 것 같고, 몸무게도 70kg대로 준수했던 것 같다. 내가 그렇게 건강한 몸매를 유지했던 이유는 매일 반복적으로 실시했던 아침운동 때문인 것 같은데, 그때는 항상 간부들이 병사들을 이끌었다. 그래서 규칙적으로 운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의 지시와 명령으로 운동을 한다는 것이 한 인간으로서 자유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비애감도 든다. 그러나 운동에 있어서 만큼은 나를 이끌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나는 자유의지로 운동을 할만한 고결한 인간이 아님을 잘 알기 때문이다. 지금은 목표보단 수단이 중요한 시점이다. 난 뚱뚱하다. 비만인이다. 정상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다시 한번 내 자유를 박탈할 때이다. 운동하자. 그리고 살을 빼자. 다음 주는 팔 굽혀 펴기도 시작해 보자.

이전 03화 어? 밥이 맛있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