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을 믿을 수 없다. 체중계가 잘못된 것이다!
나는 분명히 어제까지만 해도 74kg였다. 근데 하루 만에 77kg가 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게 정녕 죽어라 단식한 결과란 말인가!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
3일간 단식하느라 죽을 뻔했는데, 죽다 살아난 뒤 먹은 음식이 모두 살로 갔다. 단식 중단 후 주린 배를 급하게 채운 탓일까? 후폭풍이 이렇게 거세게 밀려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적어도 요요가 서서히 올 줄 알았는데,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 버리고 말았다.
반쯤 포기하고 있을 때, 살은 더 폭증했다.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몸무게가 78kg였는데, 두 달간 개고생 해서 다시 78kg를 넘어가니 이게 뭔 상황인지 멘붕이 왔다. 인생이 허무하고, 우울하고, 기분이 다운되다 못해 좌절감이 몰려왔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에 떨어졌을 때도 이렇게 우울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공부는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공부는 그럴지 몰라도 몸은 배신하더라. 몸은 파업이 끝나고 나면 바로 원상태로 되돌아가는 회복탄력성이 대단한 놈이었다. 살을 뺀다는 게 만만치 않으리라는 건 알았지만, 요요를 직접 겪고 나니 사기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무슨 일이든지 '파이팅'이 없으면 지속하기가 어렵다. 다이어트를 그만두고 그냥 평범하게 살아야 하는지, 내 인생에 복근이란 녀석은 영영 찾아볼 수 없는 것인지. 온갖 상념 속에 빠져들었다.
그냥 그래서 밥은 잘 먹자고 생각하기로 했다. 저탄고지가 대세라던데, 대충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지방을 많이 먹는' 그 콘셉트만 가져다 쓰기로 했다. 구체적인 의학지식을 토대로 식단을 짜면 좋겠지만, 요요에 점령당한 나에게는 그런 사소한 공부할 의지도 없었다. 그저 다이어트를 이어간다는 명분이 필요했다.
운동은 일절 하지 않았다. 요리하기도 귀찮아 죽겠고, 살아있는 것 자체가 수치인데 운동은 무슨 운동인가? 애들이 좋아하고, 아내가 좋아하는 요리를 만들어 낸다는 가장의 사명감하나로 버텼다.
그래도 아침은 걸렀다. 16시간 단식하려면 아침을 거르라고 배웠다. 나는 원래 아침은 잘 안 먹는 편이었기 때문에 아침 거르기는 쉬운 과제였다. 다만 점심쯤 되면 단 게 당긴다는 게 문제였는데, 하루 걸러 한 번씩 바닐라 라테를 섭취하며 단것에 대한 유혹을 달랬다.(단것을 먹었는데? 무슨 소리?)
일주일간 16시간 단식, 대충 저탄고지 식단 흉내내기로 다이어트를 이어간 나는 급격한 체중감량은 포기했다. 3월까지는 적어도 75kg 이하로 빼고 4월에는 목표 몸무게인 73kg를 달성하려 했던 원래 목표를 수정하기로 했다. 딱 76kg만 유지를 해도 장족의 발전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사실 운동을 전혀 안 하고 식단만으로 살이 빠지는지 의문이긴 하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식단으로 살을 빼는 것이고, 운동을 해야 유지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운동을 병행하지 않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닌지 걱정이 됐다. 그래도 운동은 정말 하기 싫다. 숨쉬기도 운동으로 쳐주면 안 되나?
그래도 마지막 결과가 나쁘지 않다. 간헐적 단식이 통했는지, 대충 한 저탄고지 식단이 먹혔는지 모르지만, 78kg대의 몸무게는 아닌 것으로 만족한다. 3일 단식으로 4kg를 감량하고, 하루 만에 4.5kg가 찌고, 다시 일주일 만에 2kg를 빼고 나니 몸을 수건 빨듯 물로 불렸다가 짰다가 하는 듯한 기분이다.
너무 몸을 혹사시키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귀찮아도 어쩔 수 없다. 작은 움직임이라도 움직여야 할 때이다. 다음 주부터는 운동이라는 놈을 좀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