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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Apr 15. 2024

이게 정말 최선입니까?

2월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이제 4월 중순에 접어드니 거의 두 달 반 가량 살을 빼려 노력했다. 목표 체중 73kg에 근접했던 건 3일 금식을 하고 간헐적 단식을 정말 확실하게 지켰을 때인데, 75kg까지 줄인 게 최선이었다. 금식을 중단하고 간헐적 단식을 정말 간헐적으로 하다 보니 체중은 금세 다이어트 시작할 때 체중인 78kg로 돌아왔다. 소위 말하는 요요현상이다.


‘한 3 달이면 5kg는 금방 빼지 않을까?’라고 쉽게 봤던 게 잘못이었다. 내 몸 안에 있는 지방이란 놈들은 끈질기게 자신들의 기득권을 사수하고 있었다. 개혁이 어려운 이유는 기득권을 가진 자들을 설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혁이 기득권자들의 이권을 뺐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나는 내 몸 안의 지방들에게 퇴거명령을 내렸지만 공권력은 나약했고 저항은 거셌다.


76kg대를 얼마 유지하지 못하고 77kg로 복귀

개혁이 실패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저항세력만이 개혁실패의 원인은 아니다. 개혁을 추진하는 당사자인 정부가 부패하면 개혁은 실패한다. 내 뇌 속에 자리 잡은 정부는 자신의 이득에 쉽게 굴복하는 부패한 정부였다. 배고픔을 조금이라도 느끼면 먹을 것을 찾았고, 관계를 유지한다는 명분하에 술자리를 즐겼다.


집에서도 점점 탄수화물을 잘 찾아먹어 대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는 간헐적 단식의 파트너인 저탄고지 식단은 버려지고 말았다. 쌀밥은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처럼 잊기 어려운 유혹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콜릿과 과자들은 언제나 식탁에 멀지 않은 곳에서 내게 자신들을 먹어달라 손짓했다. 그 손짓을 나는 거부하지 못했다.


저탄고지 식단과 실패한 결심, 미나리 삼겹살과 볶음밥


다이어트 개혁은 이렇게 허망하게 무너지는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 돌아올 때 돌아오더라도 목표한 정상은 한번 찍어야 한다. 73kg, 현시점에서 5kg 정도 뺀다는 목표가 무슨 한라산 등정같이 대단한 목표도 아니지 않은가? 동네 뒷산에도 오르지 못하면 창피하기 그지없는 일일 것이다. 포기하면 안 된다.


그럼 다시 간헐적 단식과 저탄고지만 기대에 금방 요요라는 참혹한 결과에 좌절하고 말 것인가?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새로운 방법이 절실하다. 새롭게 의지를 다지고 다시 도전할 목표가 필요하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운동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나는 잘 안 움직이는 사람이다. 앉아있는 것보다 누워있는 게 편하고, 뛰는 것보다 걷는 게 좋다. 땀을 흘리며 개운함을 느끼지 못해 그 좋다는 찜질방도 별로 즐기지 않는다. 그런데 운동이라니? 걷지도 못하는 아기에게 뛰어보라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내가 최근에 헬스 관련 유튜브를 자주 본다는 것이었다. 운동하는 건 싫어도 운동을 하고 근육질헬스 유투버들을 보는 건 자극이 되고 좋았다. 살을 빼고 나면 근육도 키워봐야지라는 무의식적인 기대도 하고 있었나 보다. 그런 기대감 때문에 다양한 운동방법을 접하고 있었고,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 고르는 건 수월했다.


내가 해야 하는 운동은 단순하고, 익숙하고, 명확한 목표 설정이 가능한 운동이어야 했다. 그래서 내가 정한 운동은 ‘팔 굽혀 펴기 100개 한 번에 하기’였다.


팔굽혀 펴기 100개 루틴 2주차, 3주차


팔 굽혀 펴기는 군대에서도 많이 했고 평상시에도 애들 업어주며 종종 하던 익숙하고 단순한 운동이다. 그리고 팔 굽혀 펴기를 한 번에 100개를 한다는 목표는 명확한 목표였다. 한 번에 잘해야 20개가 한계인 나로서는 100개를 한 번에 한다는 건 굉장히 도전적인 목표였다.


유튜브나 인터넷에 검색하면 팔 굽혀 펴기 100개 한 번에 하기를 완수하기 위한 다양한 루틴이 나온다. 그중 하나를 골라 시작했다. 6주 완성 코스로 하루하고 하루 쉬는 방식으로 시작하기에 부담이 없었다. 1주 차에는 비교적 쉬운 개수로 시작해서 2주, 3주로 갈수록 점점 횟수를 늘려가간다. 운동을 시작하니 성취감도 컸다. 하다 보니 욕심도 생겨서 스쾃도 겸하기로 했는데 지금까진 할만하다.


물론 마지막 루틴을 시도할 때는 양이 “음매~”하는 듯한 신음소리가 절로 날만큼 정말 힘들다. 헬스장에서 하면 부끄러울 소리를 집에서 하니 부담 없이 지르고 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어쩌겠는가? 내 저질 체력을 원망할 수밖에…


어쨌든 운동이라는 새로운 성취가 소멸되던 다이어트 의지를 다시 불태운다. 두 달 반동안 뭐 했나 싶지만, 후회로 얼룩진 인생을 살 순 없다. 그냥 계속 해가는 것밖에 특별한 방법이 없다. 운동을 계속하고 식단을 조절한다. 이 간단한 규칙을 계속 지킨다. 망하면 다시, 다시 망해도 다시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는 해병대 정신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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