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천천히 먹게 되었다.
하루에 2번만 밥을 먹어야 하니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며 먹게 된다. 자연스럽게 아침을 걸렀을 때와의 차이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간헐적 단식의 의무감 때문에 점심을 기다리고 저녁을 기다리게 된다. 음식을 먹는다는 게 큰 기쁨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사실 다이어트라고 해서 별게 없다. 먹고 싶은 음식 중 탄수화물을 의식적으로 줄이려 노력하고, 과자나 초콜릿 같은 간식은 거의 안 먹는 것이다. 남들이 말하는 힘든 다이어트와는 거리가 멀다.
요번 주는 회식이 있어서 기름진 연어회를 안주 삼아 소맥 10잔 이상을 맛있게 말아먹었고, 점심에 햄버거가 당겨서 빅맥 라지세트와 치킨너겟, 밀크셰이크를 먹은 적도 있다. 전혀 다이어트 식단이라 볼 수 없다.
저번주에 운동한다고 마음먹은 건 작심삼일도 안 갔다. 하루하고 나니 괜히 서러운 마음이 들어 아예 안 해버렸다. 삼십 대 초반만 해도 그 힘들다는 크로스핏도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영 운동이 하기 싫다. 운동을 해서 잘 보일 일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아저씨라는 단어에는 이런 슬픈 사연도 같이 있던 것이다.
마음을 내려놓고 천천히 하자고 다짐하고 나니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 다이어트라는 힘든 것에서 그저 건강한 습관 갖기 정도로 쉬운 것이 된다. 몸무게를 줄인다는 걸 극기훈련처럼 해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군생활하듯 하고픈 마음은 없다.
운동을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 운동회 때 축구시합을 했는데, 자신 있게 드리블해서 골인을 시켰던 것이 자살골이었다는 부끄러운 역사 때문인지도 모른다.(나를 막는 친구들이 아무도 없었을 때 골대 방향이 틀렸음을 직감했어야 했다.)
부끄러운 역사를 뒤로한 채 운동을 시작해 본다. 넷플릭스를 뒤지다 보니 내게 맞는 운동 프로그램이 많다. 5분 코어훈련, 10분 스트레칭 등 초보자용 운동 프로그램들이 있다. 자 그럼 어떻게 한담?
뭐 어째 그냥 5분짜리부터 해보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