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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Mar 09. 2024

7일 단식, 생과 사의 기로에 서다

다이어트 1주차

나는 목표가 있다. 내 정상 몸무게인 67kg로 돌아가는 것이다. 기간은 내 나이 40이 되기 전 한 해가 남은 2024년까지로 정했다. 이제 다이어트에 실패한다면 앞으로 40대에는 다시는 성공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균성 피부염으로 온몸에 두드러기가 생겼고, 얼굴에는 여드름보다 더한 곰팡이 같은 것들이 피어난다. 근육량은 점점 줄어들고, 이제는 걸을 때 무릎도 아프다.  30대 초에 분명 70kg 초반이었던 몸무게는 어느덧 80kg를 바라보고 있다. 과도한 음주와 운동부족으로 생긴 역류성 식도염은 매일 저녁 나를 괴롭힌다.


고혈압이 왔고, 지방간이 있다 한다. 일반적인 대사 장애에 걸린 것이라 치부할 수 있지만 나에겐 이제 뒤가 없다. 생존을 위한 다이어트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나는 두통이 심한 편인데, 거의 1주일에 2~3일은 두통에 시달린다. 그래서 진통제를 항시 복용하기 시작했는데, 약에 내성이 생겼는지 정량 1알 가지고는 약효가 듣지 않는다. 2알 이상은 먹어야 좀 효과를 본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진통제로도 별 효험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늙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병에 걸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뚱뚱한 나의 몸을 보면 분명 정상은 아니다.


어느 날 아이가 나에게 묻는다.

"아빠는 왜 이렇게 뚱뚱해?"


어이가 없다. 내가 그렇게 뚱뚱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순수하고 정직하다. 잘생긴 것과 못생긴 것을 편견 없이 정확히 구별하고, 날씬하고 뚱뚱한 것을 정확하게 판단한다. 아이가 볼 때 내가 뚱뚱하다면 뚱뚱한 것이 맞다.


"이제 아빠도 살 뺄 거야."


이런 빈말도 여러 번 했다. 이제는 더 이상 빈말만 하기는 싫다. 그래서 정직한 아이의 말에 정직하게 답하고 싶다. 아빠는 이제 정말 뚱뚱하지 않다고, 의사 선생님이 그렇게 말했다고 말이다.




내 현재 상태를 공개한다.


성별:남자

나이:39세

몸무게:78.5kg

키:173cm

평소 음주량: 일주일에 2번 정도 소주 1병 반이상 폭음

BMI지수


다이어트 시작일 3월 4일. 천천히 간헐적 단식으로 시작했다. 운동은 하지 않았다. 운동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활동이다. 싫어하는 것보다 쉬운 것을 먼저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16시간은 밥을 먹지 않는 간헐적 단식을 위해 극단적으로 1일 1식을 1주일간 지속했다.


효과는? X


간헐적 단식에서 지켜야 할 부분이 간식을 안 먹는 것이라고 하던데, 나는 아이들 과자 남긴 것을 주워 먹고, 케이크를 버리기 아까워 긁어먹었다. 변명하자면 내가 알뜰살뜰한 주부마인드라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간식을 먹으면 간헐적 단식의 효과가 반감되고, 1일 1 식해도 소용이 없다. 그걸 몰랐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7일 단식!


7일 단식은 단식으로 급격한 체중감소 효과를 보기 위함도 있었지만, 사람이 단식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훈련할 때 밥차가 터져서(진짜는 아니고 훈련에 굶는 과정이 포함되었음.) 3일을 굶다 아사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7일을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나, 책, 유튜브를 뒤져보니 대략 7일은 무난하게 단식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7일로 정했다.


단식 1일 차

먹은 것: 물 2리터, 아이스 아메리카노 1잔

몸상태: 두통, 기력저하, 스트레스

정신상태: 굶주림은 거의 없는데, 살짝 짜증이 밀려옴

일상생활: 일, 육아, 운동 등은 그렇게 지장 없음.


총평: 마음을 굳게 먹고 시작했는데,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극심한 굶주림도 없었고, 버틸만했다. 그런데 확실히 짜증이 밀려왔다. 못 먹고 있다는 것에 대한 짜증이라기보다, 몸이 불편할 때 느끼는 짜증이었다. 마치 사람들로 꽉 찬 지옥철에서 끼여있을 때 느끼는 짜증 같은 것이었다. 나는 내 짜증을 가족들에게 전파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대화를 줄였고, 웬만하면 미소로 응대했다. 그래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큰소리는 확실히 단식시작 후 벌어진 일이었기에 걱정이 되었다.


단식 2일 차

먹은 것: 물 2리터, 아이스 아메리카노 1잔, 녹차 2잔

몸상태: 꽤 심한 두통, 갑작스러운 우울감

정신상태: 굶주림에 극심하게 몰려옴, 인생이 억울함

일상생활: 일, 육아, 운동하는데 약간의 지장이 있음.


총평: 아침에 일어났는데, 내 생애 전혀 느껴보지 못한 자살충동을 느꼈다. 우울해서 자살충동이 생긴다는데, 내가 느낀 것은 좀 더 날카롭고 선명한 것이었다. 영화에서 보면 빙의된 사람들이 묘사되곤 하는데, 빙의가 된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아 뭐 하러 사나 죽어야지.'라는 명령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바로 정자세로 앉고 심호흡을 했다. 긍정적인 마음을 먹으려 했고, 나를 칭찬했다. 10분 정도 지나자 안정이 되었다.


2일 차의 특징은 꽤 심한 두통과 극심한 굶주림이다. 단식 관련 매체들에서 공통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은 단식 2일 차가 그렇게 힘들다는데, 그 말이 맞았다. 배가 쪼그라들다 못해, 배안에서 무언가가 계속 긁는 느낌이었다. 이때 그냥 포기할까 싶었지만 최대 고비만 넘기자고 생각하고 버텼다.


단식 3일 차(단식 중단)

먹은 것: 물 2리터, 아이스 아메리카노 1잔

몸상태: 두통지속, 종종 현기증이 남

정신상태: 굶주림은 견딜만해짐, 극심한 스트레스에 휩싸임

일상생활: 일도 잘 안되고, 육아도 문제가 생김.


총평: 3일 차가 되니 굶주림은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피폐해짐을 느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 생고생을 하고 있나 생각이 들었고, 인생이 허무했다. 앉았다 일어날 때 살짝 현기증이 났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할 때는 중풍에 걸린 사람처럼 비틀거렸다. 분명 몸에 문제가 생긴 게 틀림이 없었다.


저녁에 가족들과 장을 보는데,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주로 돼지고기, 닭고기 위주로 장을 보았는데, 내가 이 고기들로 할 요리들을 생각하니 군침이 싹 돌았다. 나는 요리를 잘한다. 동파육, 탕수육, 냉제육, 치킨 가라아게, 고등어 찜, 매운 돼지갈비찜 등 나는 고기들로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맛있는 것들을 하나도 못 먹는다니! 너무 허무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잠을 청했다. 평소에 늦게 자는 편이라 11시에도 잘 못 잔다. 그런데 문제는 1시가 되어도 말똥말똥해서 분명 정신은 잠을 자고 싶은데, 몸이 잠을 자지 않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거기다 먹은 것도 없는 위에서 위산이 역류라는 느낌이 들어 더부룩함을 참을 수 없었다. 현기증은 더 심해졌고, 두통도 강하게 밀려왔다. 이제는 더 이상 헛된 만용을 부릴 때가 아님을 직감했다. 나는 단식을 멈추기로 했다.


<3일 단식 결과 몸무게 변화>

단식한 후 매일 저녁9시에 몸무게를 재보았다. 78.3kg에서 74.3kg로 4kg가 감량되었다.


이제는 단식은 한주에 1번 정도가 좋을 것 같다. 급격한 몸무게 감소 효과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부작용이 컸다. 1일 1식은 그래도 한 번은 제대로 먹을 수 있다는 기대로 하루를 살 수 있는데, 단식은 그런 희망조차 없으니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들었다. 이제는 1달간 간헐적 단식을 하면서 저탄고지 식단으로 다이어트를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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