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고 연애하는 것도 아닌데 권태기가 찾아옵니다.
운동이라는 애인은 참 어렵습니다. 조금씩 썸을 타듯 친해지다 어느 순간 격렬하게 사랑하고, 익숙해졌다 싶어 서로의 매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니 곧 권태기가 찾아옵니다. 운동과 연애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운동과 헤어지고 그냥 화려한 솔로로 복귀할까 잠깐 망설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운동과 헤어진다면 앞으로 다시는 건강한 몸이라는 결혼 같은 순수한 행복은 느끼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그래서 '이건 내 생애 마지막 연애이다.'라는 생각으로 운동과의 헤어질 결심을 뿌리칩니다.
문제는 운동의 난이도가 조금 어려워졌다는 것과 운동을 해도 뚜렷하게 살이 빠지는 결과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하는 건 힘들게 힘들어졌는데, 그에 따른 결과는 보잘것이 없었다는 것이죠. 누구나 동기부여가 잘되진 않습니다. 돈이 벌려야 장사가 재밌는 것이고, 키스를 해야 연애가 짜릿한 것처럼 말이죠.
운동을 하니 76kg 정도는 한 끼만 굶어도 빠집니다. 그런데 뭔 음식만 먹었다 하면 78kg에 근접하니 이건 앞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뒤로 가는 것도 아니고, 주차장에서 후진하다가 차들 속에 갇힌 멍청한 운전자 같은 느낌이네요.
팔 굽혀 펴기 100번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새로 시작한 운동은 별거 없었습니다. 그냥 멋있게 말해 풀업, 실상은 철봉매달리기를 하나 추가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게 안 쓰던 근육을 써서 그런지 하고 나니 하루 이틀은 앓아눕게 되더군요. 젊은 시절에는 밤새서 놀아도 다음날 쌩쌩했는데, 이제는 하루만 무리해도 그 여파가 한 주가 가니 세월이 야속합니다.
어차피 망한 거 그래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억지로 운동을 하고 이렇게 글을 씁니다. 글을 쓰기 위해 운동을 한 건지 운동을 했기에 글을 쓰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타자를 두드리는 지금의 심경은 혹한기 훈련을 끝낸 군인의 심정입니다.
요즘에는 하도 사람들이 힘들고 열심히들 살다 보니 매체에서는 곧잘 '살아가다 한 번쯤은 게을러도 괜찮다.'라고 위로하는 말들이 많이 들립니다. 하지만 실상은 한 번만 게을러지는 게 아닌지라 계속 게을러져 결국 패배감에 휩싸이곤 하죠. 그래서 쉽사리 여유를 가지라고도 위로하지 못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한번 안 하기 시작하니 다시 하는 게 너무 힘들더군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중요한데, 포기하지 않는 게 더 중요했습니다. 저는 멈춰 선 운동 기관차를 다시 가동하기 위해 열 배의 의지력이 필요했습니다.
식단은 이미 포기했고, 그냥 잘 먹고 잘 삽니다. 아침에 공복상태인 게 조금 힘들지만 견딜만합니다. 아침을 물 한잔으로 대신한 지 꽤 오래됐습니다. 그리고 식단은 몰라도 운동은 계속합니다. 근육이 한번 붙으니 체중이 쉽게 빠지진 않아도 또 쉽게 찌지도 않네요.
내 몸의 건강한 세포의 영역을 오늘도 한 뼘 늘려갑니다. 내 몸속의 살덩어리 들을 전부 평정하는 그날이 아직 멀게만 느껴집니다만, 그래도 제 몸속에서 벌어지는 난세의 혼란은 잠재워야겠습니다. 천하통일 까짓 거 한번 해보죠. 건강한 몸의 평화를 찾는 그날까지 계속합니다. 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