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운동 vs 겨울 운동
요즘 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있는가? 맑고 푸르고 청명한 하늘. 거기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까지 무엇을 해도 참 좋은 날씨다. 이런 날은 자연암을 타기도 좋고 그냥 암장에서 운동을 해도 좋다. 안 되던 운동도 더 잘되는 느낌? 운동도 날씨빨을 받습니다. 암요 그렇고 말고요.
365일 날씨가 이러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지만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을 갖고 있다. 물론 요즘은 이상 기후로 인하여 운동하기 좋은 봄과 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그래서 내가 점점 운동이 안 되는가 봅니다.
내가 가장 처음 운동을 시작한 건 늦겨울이었다. 진짜 추운 겨울을 지나 운동을 시작했기에 사실 처음에는 겨울 운동이 왜 힘들다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힘들다고 할 만큼 운동을 하지 않아 안 힘들었건대.. 그때는 그걸 알지 못했었지..
그렇게 처음 운동을 시작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다시 겨울 운동이 찾아왔을 무렵 사람들이 왜 겨울 운동이 힘들다고 하는지 나는 알게 되었다. 일단 가장 힘들었던 점은 집 밖을 나가는 것이다. 따뜻한 전기장판을 뒤로한 채 운동을 가야 하는 그 마음. 진짜 오늘은 하루 쉴까? 이 생각을 암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오만 번을 한다. 그렇게 힘든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운동을 가서도 쉬이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 입고 온 옷을 벗고 운동복으로 갈아입기가 너무 곤욕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하면 뒤에 운동은 조금 나아지는데 이 힘든 구간은 매일 반복해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왜 운동복을 갈아입기 힘드냐면 우리 암장의 이용료는 다른 암장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내가 우리 암장의 한 달 이용료를 말하면 다들 진짜 그거밖에 안 한다고? 할 정도로 싸다. 월 이용료가 저렴하다는 장점은 곧 단점이 되기도 한다. 저렴한 이유는 그만큼 시설이 낙후되었기에 가능한 것. 그 말은 즉슨 냉난방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계절에 대한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것이지요.
아무튼 그렇게 운동복을 갈아입어도 고난이 끝난 것은 아니다. 첫 번째 고난은 다른 계절보다 더 오랜 시간 몸을 풀어줘야 한다는 것. 회사를 다니거나 다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크게 상관이 없겠지만 나는 운동을 하지 않는 시간을 거의 앉아있거나 누워있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렇기에 나의 근육은 누구보다 단단하게 굳어있어서 그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 온도가 따뜻한 곳에서는 더 쉽게 풀리겠으나 우리 암장의 온도는 간신히 0도를 넘긴 상태. 그렇기에 꼼꼼하게 몸을 풀어줘야 한다.
사실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는 스트레칭도 하지 않고 바로 벽에 붙었다. 남들이 뭐라고 하던 말건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건강했고 또 어렸기에 자만했다. (전혀 어리지 않으면서 왜 어리다고 생각했을까?) 그러던 어느 날 내 자만이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무려 그날은 스트레칭도 한 날이었다. (물론 대충 ㅋㅋㅋ) 운동을 하려고 벽에 매달린 순간 다리가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뭐 이 정도쯤이야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고 다음 동작을 하려는 순간 다리에 쥐가 나버린 것이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암벽화는 자신의 발에 딱 맞춰 신거나 혹은 더 작은 사이즈로 구매한다. 너무 딱 맞는 크기의 암벽화 덕택에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았고 그렇기에 쥐가 올라온 것. 나는 다급하게 내려와 다리를 주물렀지만 한 번 올라온 쥐는 내가 벽에 붙을 때마다 다시 나에게로 왔다. 그래서 그날 나는 운동을 하나도 하지 못했으며 왜 남들이 그렇게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는지 깨달았다.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고 몸으로 배워야 하는 나는야 바보.
그렇게 열심히 스트레칭을 하고 운동을 시작하면 두 번째 고난이 시작했다. 바로 매우 차디찬 홀드를 잡아야 한다는 것. 앞에도 말했지만 우리 암장의 온도는 간신히 0도를 넘긴 상태. 그 상태에서 24시간 있던 홀드를 잡으면 그 차가움이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한 겨울 컵홀더 없이 차가운 음료를 손에 잡은 느낌이라고 하면 감이 오시려나? 차가움이 예상돼 홀드를 잡기 싫지만 한 홀드를 잡고 오래 매달릴 능력이 없어서 다음 홀드를 잡아야 하는 그 서러움. 여러분은 모르실 거예요. 아니 모르시는 게 나아요.
그와 정반대인 여름 운동은 어떨까? 과연 행복하기만 할까? 그렇다면 내가 이 글을 쓰지도 않았지.. 여름 운동은 여름 운동만의 헬게이트가 펼쳐진다.
여름 운동의 첫 번째 고난은 가만히 서 있어도 더운 그 시점에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장마까지 겹쳐져 습기라도 올라가는 날에는 정말 지옥이 펼쳐진다. 그냥 있어도 땀이 주룩 주룩 흐르는데 몸을 움직여서 운동을 하면 내가 땀을 흘리는 건지 땀에 절여지는 건지 전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사실 클라이밍을 하기 전까지 나는 땀이 나지 않는 체질이었다. 찜질방에 가장 높은 온도에 들어가도 살짝 땀이 맺히는 정도? 이런 나를 친구들이 부러워했었고 그렇기에 나도 겨울보다 여름을 더 좋아했었다. 땀이 나지 않는 게 건강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란 걸 모른 체 말이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다 보니 나도 땀이 난다는 걸 알았다. 그것도 누구보다 많이 흘린단 걸 말이다.
그렇게 땀이 많이 나다 보니 겨울과 다른 의미로 홀드 잡기가 힘들어진다. 바로 손에 땀이 나서 홀드를 잡으면 미끄러진다는 것. 분명 내 손으로 홀드를 꽉 움켜잡았는데 왜 때문에 그 홀드가 빠져나가는 걸까요? 누가 나모르게 홀드에 기름칠해놨나? 생각이 들지만 그 모든 건 내 손에서 나는 땀 때문이라는 것.
클라이밍 하기 전까지 몰랐다. 손바닥에도 땀이 난다는 사실을.. 그러고 보면 나는 참 모르는 게 많은 것 같다. 도대체 이 나이 먹도록 너는 뭘 하고 살아온 거니?
여름에 땀 때문에 고통스러운 건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진짜 어마무시한 땀을 흘리기 때문에 운동이 끝나고 앉아서 쉴 수가 없다. 의자나 매트에 앉으면 내가 앉은 고대로 땀자국이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땀을 식히고 앉아야만 한다. (이건 뒷사람을 위한 배려다) 운동을 끝내고 나서 힘들어 죽겠는데 앉지 못하는 그 슬픈 현실. 이건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대망의 마지막은 운동복을 갈아입을 때다. 땀에 쩔은 운동복은 잘 벗겨지지도 않는다. 진짜 그 끈적끈적한 운동복이 몸에 쩍쩍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을 때의 그 절망감. 운동복을 입고 바로 집에 가고 싶으나 남들이 보면 어디 진창에 구르다가 온 사람처럼 보일까 봐 그러지도 못하는 현실. 알랑가 몰라.
여름 운동 겨울 운동할 것 없이 이렇게 힘들다고 징징거리면서 왜 운동을 하냐고요? 언제나 말씀드리지만 너무 재미있거든요. 진짜 성취감이 장난 없거든요. 거기다 겨울에는 운동을 끝내고 집에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 후 이불속에 들어오는 그 느낌, 여름에는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한 후 먹는 맥주 한 캔의 여유. 그것은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가 되지 않으니까요.
이래서 저는 오늘도 징징거리며 운동을 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