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교사 Jul 22. 2022

아이들의 꿈을 두드리는 두드림학교 이야기

학교에서 소외된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들

최근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입니다. 여배우의 연기도 너무 좋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변호사로서 성장하는 모습에 박수를 치고 응원하게 됩니다.

왜 사람들은 지금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지금까지 자폐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편견을 깨고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바라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이는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편견, 차별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 학교안에서 차별받고 편견으로 대우받는 학생들은 누구일까? 교사로서 생각해보면 성적이 낮은 학생들, 학교 부적응 학생들,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들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들과 학생들에게는 훈계하고 지적하지만 이런 현상들이 왜 일어나게 될까? 이는 구조적인 문제, 시스템의 문제, 어른들의 인식이 더 큰 문제 원인을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학력이 좋은 직장을 얻게 되는 수단, 신분 상승의 원동력이라고 여기는 인식과 시스템에서 더 큰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시험으로 모든 능력을 결정하는 단 하나의 평가 체계, 학교 공교육의 목적이 입시라는 목적성과 이에 따른 경쟁체제, 그리고 이를 통한 학업 스트레스 등이 더 큰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로 인한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갑니다. 그것이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일탈행위로 나타나기도 하고 수업시간에 자는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사보타지) 더 이상 참지 못한 학생은 결국 학교를 자퇴하고 나가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학교를 다니는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학생들을 우리는 '학교 부적응' 학생이라고 부르고 수업에 뒤처지는 학생을 '기초학력 부족 학생'이라고 부릅니다.   


주로 고3 입시를 하는 교사로서 항상 부딪히는 고민들과 갈등이 심해질 때쯤 평소 아는 선생님의 소개로, 교내에서 진행하는 “두드림 학교”를 알게 되었습니다. 두드림 학교의 정책 방향을 알아보니 ‘2013년 이후 초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 폐지에 대한 우려, ADHD 등 정서행동문제, 다문화 탈북가정 학생 수 증가로 기초학력향상 정책이 더욱 필요해졌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코로나로 인해 학력 격차는 더 벌어지고 학생들의 사회성, 공동체성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학교에서는 공부 잘하는 소수의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소외되고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많은 학생들을 돕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몇몇 자원한 선생님들이 모여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회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램 대상 학생과 내용을 구성하였습니다.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 기초 학력이 부족한 학생들, 자기 진로를 찾고자 하는 학생들, 소외되고 관심이 필요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담임선생님의 추천으로 모집하였습니다. 가장 먼저, 참여한 학생들에게 자신의 진로를 찾도록 하였습니다(비전스쿨). 또한 외부 강사를 통해 목공교실과 요리교실을 진행하였습니다(상상스쿨). 그리고 모둠별로 심리 상담, 학습코칭을 진행하였습니다(멘토링 학습 지도). 마지막으로 시험기간 전에 시험공부를 위해 학습 전략과 코칭을 해주었습니다(스터디 캠프).   

   

처음 선생님들과 어떻게 프로그램을 구성할지 회의할 때 의견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내신 대비를 위해 일대일 학습 지도 위주로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과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이 공부에 관심이 없으니 레크리에이션, 운동, 게임 위주로 활동해야 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결국 회의 끝에 학생들에게 두 가지 프로그램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설문조사를 시행하였습니다. 그런데 설문 결과 예상외로 절반 이상이 활동 위주보다 내신 대비 학습 지도를 선택하였습니다. 선생님들도 이런 설문 결과에 좀 놀랐습니다. 이를 통해 공부하기 싫고 학교에 잘 적응 못한 학생일지라도 마음속에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수업시간에는 소외된 학생들이지만 이곳에서는 신뢰할만한 선생님들이 자신을 정말 잘 도와줄 것이라는 신뢰감이 생겼기 때문에 숨기지 않고 이런 마음을 보여준 것 같아 감사했습니다.    

  

 학생들의 의견을 참고하여 프로그램 활동을 구성하여 진행하였습니다. 매회 30분 동안은 롤모델 교육법, 직업탐색 카드, JOB MAP 작성 등을 하며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활동에 대한 소감도 발표하며 공유했습니다. 아이들도 다른 친구의 발표를 들으면서 마음을 열고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작지만 소중한 그런 꿈 이야기를 들으면서 따뜻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서로에게 힘이 될 친구들을 조금씩 만나고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학생들의 꿈을 두드리고 학생들의 마음을 두드리는 첫 발걸음을 띄게 되었습니다.   

   

 진로탐색 시간 이후에는 모둠별로 나눠 자신이 원하는 내신 대비 공부나 레크리에이션 활동 등을 진행하였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함께 여러 가지 운동을 하고 게임을 하며 관계를 맺게 되었습니다. 고3 학생들을 주로 담당하여 공부시키는 것에 익숙한 저에게 학생들과 함께 운동하고 놀고 대화하는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고3 입시 부담에서 조금 내려놓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저에게 더욱 힐링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상상스쿨 프로그램으로 1학기에는 목공교실을, 2학기는 요리교실을 운영하였습니다. 외부강사를 통해 목공 시간에는 의자를 만들어 전시하고 요리교실에는 여러 가지 요리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요리교실이 인기가 많았습니다. 우리 학교는 남학교라서 모두 남학생들이었는데 이렇게 요리를 좋아했나? 할 정도 수업시간에 생동감이 돌았습니다. 요리를 만들고 수업이 끝난 후 자신이 만든 요리를 담당 선생님들께 드리는 모습에서 훈훈한 정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맛도 좋았습니다.    

  

멘토링 학습 지도로 저는 1학년 2명의 학생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관계를 맺으면서 학습 지도뿐만 아니라 진로에 대해서도 도움을 주고 상담도 함께 해주었습니다. A학생의 꿈은 성우였습니다. 특히 애니메이션 더빙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온라인상에 애니 더빙팀에 들어가 친구들과 함께 꾸준히 더빙해서 영상을 업로드하곤 했습니다. 온라인 활동은 활발했지만 학교생활에서는 소심하고 친구 없이 혼자 다니는 학생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랑 처음 만나 대화할 때 마음을 잘 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학생이 자기의 애니 더빙 영상을 보여주었고 저도 온라인상에 브런치 작가로 글을 주기적으로 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글 쓰는 채널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채널을 알려주고 공유하면서 관계 라포가 형성하였습니다. 그 이후 시험기간 때는 토요일 학교에서 만나 시험공부도 도와주었고 점심시간, 방과 후 시간 때 모르는 내용을 알려주었습니다. 전혀 관심 없던 과학 수업에 대해 이제는 관심이 갖게 되었고 기말고사 때는 제가 가르쳐준 내용을 다 맞게 되어 기뻐하는 모습도 생각납니다. 또한 성탄절 때 선물로 성우들의 인터뷰한 책을 선물해주었는데 그 학생은 다음날 교무실로 찾아와 주신 책을 하루 만에 다 읽었고 너무 재미있었다고 즐겁게 말하는 모습이 기억납니다. 그 후에 연말쯤에 그 학생은 두드림 학교 선생님들께 감사의 표현으로 직접 제작한 애니 더빙 영상을 보내주었습니다. 두드림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1년 동안 많은 선생님들의 따뜻한 사랑을 경험하며 자란 학생의 성장과정과 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B학생의 꿈은 철도전문가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지하철역에 가서 지하철과 역사를 찍기 위해 출사를 나가곤 하였습니다. 특히 일본 철도에 관심이 많아 개인적으로 일본어도 공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정서가 불안정하고 소심했습니다. 쉽게 친구들을 사귀지 못하고 혼자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아이였습니다. 어느 날 토요일 오후에 그 학생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그 학생은 울면서 저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니 부모님이 자기 애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싸워서 집에서 나왔다고 하였습니다. 그 학생은 평소 ADHD 약을 복용하고 있던 학생이었습니다. 부모님과의 관계 문제와 ADHD 복용 등 학생의 힘든 내용에 대해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오랫동안 들어주고 공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학생은 감정이 가라앉고 나서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였습니다. 평소 생활태도로는 전혀 그런 문제와 어려움이 없을 것 같은 학생이었는데 마음속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사건 이후 그 학생은 저에 대한 신뢰감이 커졌고 관계가 깊어졌습니다. 그리고 시험기간에 불러 주말, 방과 후, 점심시간에 같이 과학 공부를 하였고 나중에 기말고사에서 가르쳐준 내용을 만점을 받고 과학공부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고 얘기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우연히 그 학생이 작성한 수행평가 발표 내용을 보게 되었습니다. 수도권 광역전철 배차간격의 문제점과 광역전철의 구조적인 문제를 정확히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내용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 학생이 이렇게 머리가 좋고 똑똑한데 가정의 문제가 있고 정서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교사로서 학생을 가르칠 때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뛰어넘어 학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더욱 확신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두드림 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한 1년의 시간을 돌아보면서 저에게도 많은 유익이 있었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뜻있는 선생님들과 자발적으로 함께 방과 후에 남아 학생들과 진로 상담하고 함께 영화, 목공, 전시회 등 문화 체험하고 부족한 학습내용에 대해서는 학습코칭을 하면서 도울 때 학생들이 교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따르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관심도 받지 못해 겉도는 아이들이 두드림 학교 시간만큼은 자유롭고 편안하게 지내고 자신에게 관심 가져주고, 있는 모습 그대로 전적으로 수용해주는 교사들을 통해 처음으로 가족 외에 어른들과 건강하게 관계를 맺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1년을 보낼 때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되고 자라는 것을 보게 되는 것이 교사로서 큰 기쁨이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에티켓과 매너 사이 그리고 배움의 기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