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뉴스를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하루 만에 엄청난 비가 쏟아져 많은 지역이 침수되고 심지어 반지하에 사는 사람은 죽음에 이르렀다. 그렇게 많은 피해를 입은 사건 앞에서 일반 시민들의 반응과 정치인의 반응이 너무 달랐다. 폭우가 내릴 때 한 구청장은 비가 내려 전을 먹어야겠다고 전집에 가서 사진을 찍고 SNS를 올리는 사건도 있었고 대통령은 반지하에서 죽게 된 현장 앞에서 찍은 충격적인 포스터도 보게 되었다. 우리는 폭우로 인해 너무 슬프고 애통한데 그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왜 그들은 우리와 다른 생각과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 고민이 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몇 가지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강남역 폭우 그리고 정치인들의 반응
먼저 영화 기생충에서 부자들과 가난한 주인공이 비 올 때 보이는 반응이 달랐음을 보게 된다. 부자들은 비가 오면 텐트에서 분위기를 내며 즐기지만 주인공은 반지하에서 살기 때문에 비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하고 반응한다. 하나의 은유적 표현이겠지만 이것이 이번 뉴스에서 보여주는 정치인들의 모습과 비슷하지는 않을까?
기생충에서 폭우에 대한 부자와 가난한자의 반응
무엇이 일반 시민과 정치인의 인식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 먼저 현상을 바라보는 인식의 틀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세계를 이해하는 인식의 틀(세계관)이 어떻게 형성될까? 서양 철학에서 인식론을 보면, 두 가지 견해가 있다. 리얼리즘은 선험적 체계를 강조한다. 인간 안에는 현상을 인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체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반대 입장은 경험주의이다. 경험주의는 인간 마음은 빈 칠판과 같아서 외부에서 경험되는 대로 구성되고 인식된다는 입장이다. 생각해보면 이 두 가지 입장이 모두 맞는 말 같다. 우리는 내부적으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선험적 체계도 있고 외부 환경에 의해 구성되는 측면도 동시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두 가지 입장을 종합한 것이 칸트였다. 하지만 교육적 측면에서는 어려서부터 성장과정에서 외부환경으로 경험하고 보고 배운 것이 우리의 인식의 틀을 결정하는 큰 요소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떤 가정 속에서,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에 따라 인식의 틀은 형성되고 경험을 통해 강화된다.
칸트의 인식론
하지만 정치인은 대중을 상대로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현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잘 숨기고 훈련받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왜 이런 상식적인 사건 앞에서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 것일까? 언어는 사고에 대한 표현방식이고 언어를 통해 그 사람의 생각과 본질을 알 수 있다. 정치인은 대중에게 어필하는 사람이라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잘 포장하고 숨기지만 무의식 중에 나오는 말(언어)을 통해 그 본질이 들통나기도 한다.
뇌 신경가소성 이론
뇌과학적으로 보면, 뇌의 발달과정에서 경험된 외부정보들과 학습으로 형성된 뉴런은 점점 강화되고 퇴화되어 선입견과 인식의 틀을 형성한다. 어렸을 때는 뉴런이 젊기 때문에 외부 경험과 정보를 통해 쉽게 변화하고 재구성된다(신경가소성 이론).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뉴런이 한번 생성되고 강화되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게다가 나이가 들고 난 후에는 뉴런이 빠르게 생성되고 강화되지 않기 때문에 점점 더 바꾸기는 어렵다. 그래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과 감정을 언어를 통해, 행동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의 본질은 언어와 선택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정치인의 본질이라고 해석하면 이 나라 국민으로서 좀 슬픈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뉴런이 더 싱싱하고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무엇이 올바르고 정의로운지 가르쳐야 할 책임감도 느낀다. 그냥 공부 잘하는 기계, 문제 잘 푸는 기계를 만드는 교육이 아니라 주변에 힘든 사람들을 보면 함께 아파하고 공감하고 도울 수 있는 그런 어른으로 키워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스스로의 다짐을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