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고3 담임을 맡아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수능날이 가까울수록 점점 아이들은 여러 가지 질환(?)에 걸려 학교를 빠지고 병원 진단서를 가져온다. 그렇게 아이들이 느슨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것을 보면 담임교사로서 견딜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과거 장교 시절 군대에서 배운 대로 학생들을 훈육하고 지도하려고 하는 욕망이 강력하게 튀어나온다. ㅋ 공포로 학생들을 다스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학생들을 지도할 것인가? 다시 한번 고민에 빠지게 된다.
공포와 체벌 교육
그런 고민을 하던 와중에 미셀 푸코의 ‘감시와 처벌’이란 책을 읽게 되었다. 그는 학교를 포함한 근대 사회 대부분의 제도가 개인을 통제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과거 권력자들은 범죄자들에게 가혹한 형벌을 공개적으로 행함으로‘공포’로써 시민들에게 권력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주어 따르게 했다. 하지만 근대에 와서 이런 권력이 훈련, 감시, 규범화를 통해 인간이 질서에 순응하게 하는 미시 권력으로 전환되었다고 했다. 이는 학교, 군대, 병원 등 규율이 강조된 훈련기관속에서 점점 순종적인 인간을 양성하였다. 특히 학교에서 1) 공간을 분할하고 2) 시간을 통제하고 3) 규범화된 제재로 행동에 대한 감시, 상벌제도, 시험의 수단을 써서 훈육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여러 교실로 공간을 분할한다. 그리고 1교시 - 7교시까지 시간표를 정하고 각자 자신이 가야 할 수업 장소로 계속 이동한다. 그리고 그 수업시간에 보여야 할 학생의 태도에 위배되면 벌점을 주고 잘하면 상점을 부여하므로 규율을 진행한다. 그렇게 학교에서 학생들을 마땅히 해야 할 행동을 유도하는 규율을 통해 순종적인 인간을 만들어간다.
판놉티콘, 미셀 푸코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만 학생들을 대하는 것이 21세기 현재 MZ 세대에게도 통하는 방법일까? 때론 의구심이 든다. 요즘 아이들은 꼭 학교를 가야 하는 곳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과거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학교를 다니지 않으면 나중에 큰 일난다. 사회에 나가면 망한다. 그렇게 반 협박(?)을 하기도 했는데 요즘 아이들에게는 그런 협박이 먹히지 않는다. 오히려 학교를 자퇴하고 알바를 하면 한 달에 200만원도 벌기도 하고 배달 알바를 하면 500만원을 넘게 벌기 때문이다. 요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도 취업하기 힘든 시대에 직면하고 있고 열심히 공부해서 공무원이 되어도 적은 월급으로 그들이 생각하는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서 그들은 평생 직업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자유를 추구해나간다. 그런 아이들에게 학교란 어떤 공간일까? 단순히 좋은 대학을 보내는 기능적 수단으로 전락할때 더 이상 아이들을 설득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특히 그런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고3 아이들에게는 더욱 심각하게 드러난다.
미셀 푸코는 권력이 사람들에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합리적, 이성적 지식, 지식체계라고 하였다. 스스로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행동할 수 있는 지식을 부여하고 사람들이 그 지식을 사용하여 알아서 선택하고 순종하도록 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합리적인 지식체계 안에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스스로 내면화하여 행동하게 만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권력의 지식체계
이제 학교에서 공포, 두려움으로 학교에 나오게 하고 규율을 강조하므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식보다 더 나은 대안을 찾아야 할때인 것 같다. 그래서 푸코는 ‘성의 역사’라는 책을 통해 생명권력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고전적 권력은 기본적으로 칼의 권력이고‘죽게 만드는’ 권력이었다. 하지만 근대국가 이후에 권력은 살게 만드는 권력이다. 한 개인들이 권력체계 안에서 스스로 성장하고 동기부여받아서 자발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권력이 생명권력이라고 했다. 이는 학교에든, 사회에든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공포와 상벌을 통해 행동을 유도하는 교육방식이 필요하지만 이제는 효과적이지 않다. 오히려 자신을 성장시키고 자기 욕구를 충족해주는 방식으로 행동을 유도하는 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학교 교육을 통해서 자아실현의 욕구를 자극하고 성취감을 맛보게 하고 자신이 좀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것을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스스로 학교라는 장소, 수업과 교사를 통해 자신도 괜찮은 사람이고 성장할 수 있는 사람임을 기대하는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학교도, 수업도, 교사도 변해가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