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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샘을 아는 사슴 Jul 26. 2023

자력구제기

2. 사랑을 말할 때 내가 믿는 것들과 믿고 싶은 것들

사랑을 완전히 믿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완전히 믿고 싶다. 당연히 진부하게 한 형태의 사랑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사랑을 믿는 삶을 살면 삶이 더 살만하겠지?라는 강한 믿음이 있다.

혁오의 오혁은 두 개의 앨범 <24: How to find true love and happiness> 와 <사랑으로(Through love)>를 거치면서 어디든 답은 사랑에 있다고 했다. 난 그들의 노래를 그렇게나 많이 들었는데, 아직은 그 답에 고개를 끄덕이지 못한다. 그저 박자에 맞춰서 고개를 흔들 뿐이다.




오늘의 글은 사랑을 말할 때 내가 믿는 것과 믿고 싶은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




1) 기억

기억을 제외하고 사랑을 말하기는 어렵다. 어떤 것에 대한 기억이 많아지면 사랑도 많아진다.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느끼는 대부분의 순간은 기억에서 온다. 물론 좋은 기억들.

짧은 예를 들면 여러 사람이 모여서 저녁 메뉴를 고르는데 누군가의 고기 먹으러 가자!라는 말에 누군가가 "선민이는 고기 잘 안 먹잖아. 다른 거 먹자"라고 할 때, 현실 속의 나는 속삭이듯 '앗 고마워..!' 하고 그 상황을 보내버리지만, 사실 나는 그 두 번째 누군가를 와락 껴안고 싶어 진다.


물론 좋아하는 것을 기억하는 것만큼 싫어하는 것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 좋아하는 열 가지를 해주는 것보다 싫어하는 한 가지를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님으로.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탐탁지 않아한다는 것을 기억한다는 것은 나에게 좋은 관심을 가지고 더 알고 싶다는 의미이고, 좋아하는 걸 하고 싫어하는 걸 하지 않음으로써 나와 더 친밀한 사이가 되고 싶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의미 속에서 사랑이 생기지 않기란 쉽지 않다.



2. 공유

두 번째부터 벌써 나에게는 약간씩 어려워진다. 그래서 사랑을 말할 때 믿는 것을 떠올리기 위해 사랑을 말할 때 믿을 수 없는 것을 떠올려본다. 자 다들 한 번 사랑의 반의어를 떠올려보자.




어떤 개념이 사랑의 반의어일까.








증오나 미움을 떠올리고 쉽지만 증오 속에 애증 있고, 미움 속에 정이 있기에 그 생각을 얼른 다시 돌려본다.

사랑을 말할 때의 나는 소유를 함께 떠올릴 수 없다. 소유하려는 마음엔 사랑이 없다. 못된 사랑도 사랑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내가 믿고 싶은 사랑에는 소유가 들어올 자리가 없다. 사랑을 한다는 건 내가 가지고 있는 세계가 조금씩 넓어지는 것이고 내 세계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문을 한 번 두 번 자꾸만 열어보면서 나만의 원을 넓히는 것인데, 내 세계를 당신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것, 교집합이 아닌 합집합이 사랑의 완성이라고 여기는 곳에 내 사랑은 없다. 너는 그렇고, 나는 이래. 너는 이렇고 나는 그래.라고 누구 하나 불편감 없이 말할 수 있을 때, 그때 사랑도 함께 말할 수 있다.




3. 미래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누군가의 알 수 없는 미래까지 벌써 알고 싶어 진다. 내가 그 미래 속에 없더라도 누군가가 어떤 누군가가 될지 기대되고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얘는 지금처럼 그대로 멋질까. 지금도 심하게 멋진데 혹시 설마 더 멋져질까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대로 하고 있을지, 아니면 지금은 관심만 있는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게 될지, 그것도 아니면 나도 얘도 지금은 모르는 생경한 삶을 살고 있을지 와 같은 것부터 시작해서 삶에서 어떤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어떤 것을 지향하는지까지 그 궁금증은 끝을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미래에 나도 슬그머니 껴있고 싶은 마음도 부정할 수는 없다.





내가 사랑을 말할 수 있는 세 가지 조건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느껴질지 궁금하다.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느낄 때 기억과 공유와 방향성을 믿는 것처럼, 누군가를 사랑할 때의 나는 그 사람을 최대한 기억하고 소유가 아닌 공유까지만 하려고 하고 미래가 담긴 방향성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내가 당신의 음식 취향을 기억하고, 당신을 어쩌면 서운할 만큼 적당히만 궁금해하고 당신도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자꾸 묻고 또 묻는다면 높은 확률로 내가 꽤 크게 사랑하고 있음을 알고 있으면 된다.



물론 내가 쓴 사랑의 대상에는 나 자신도 포함된다. 내가 어떤 걸 하고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긴장감 없이 축 늘어져 편안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 기억하고,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나의 미래를 건설적으로 구축해나가는 것은 내가 나를 사랑하는 시기에 필수적으로 하고 있는 것들이다.



오늘 여기까지 이 글을 읽었다면 잠깐이라도 나는 어떨 때 사랑을 말할 수 있는지, 믿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가능하다면 나처럼 1번 2번 3번 숫자도 매겨보자! 하나하나 숫자를 매기는 일은 보다 생각을 명확하게 만들어주는 장점이 있다. 그 숫자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면 어디든 적어보자. 일기나 핸드폰 메모장이나 나에게 보내는 메일 답장으로나 어디든 상관은 없다. 한 번이라도 더 상기해 보는 것이 중요하니까!





그렇다면 사랑 더 늘어서 다음 글로..!

https://www.youtube.com/watch?v=RpyyNKD1W3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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