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발선인장 꽃
줄기 모양이 게의 발과 닮았다 하여 이름도 게발선인장이다. 꽃집 앞을 지날 때마다 흐드러지게 핀 고혹적인 진분홍빛에 마음이 끌렸었다. 가까이 두고 즐기려고 큰맘 먹고 들였는데 흰색 꽃망울이 맺히는 걸 처음 보았을 땐 설레기는커녕 되려 당황스러웠다. 초록색 지붕 집에 온 ‘빨간머리 앤’처럼 그렇게 환영받지 못했던 게발선인장은 분갈이도 잊은 채 적응을 잘하더니 이내 꽃을 팡팡 피우는 순둥이가 되어 식물 집사의 사랑을 받고 있다.
게발선인장 흰 꽃은 한삼 흰 저고리 마냥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꽃이 핀다. 꽃잎은 또 얼마나 얇은지 꽃이 질 때면 물에 한번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꽃잎들이 찰싹 한 몸이 되어 붙어 버린다. 한겨울 볕 잘 드는 곳에 두었더니 계절을 잊은 채 두 차례나 꽃을 피워 주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게발선인장 꽃을 보고 있으면 이형기 님의 시구절이 절로 떠오른다. 게발선인장은 꽃피울 때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이 세상 머물 때는 호시절을 맘껏 누려도 좋으련만 게발선인장 꽃이 향하는 곳은 오로지 제 몸 떨어질 자리이다. 호기롭게 어디 멀리 떠나는 것처럼 날개를 활짝 펼쳐 비상한다. 가는 이의 뒷모습이 이리 아름다워도 좋은가. 흰 빛이라 더욱 사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