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지 말고, 즐겁게 살자

- 마지막 주소

by 박수정


지난주, 고등학교 친구가 하늘나라로 갔다.
경기도와 경상도에 떨어져 살아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연락하며 안부를 주고받았다.
유방암으로 고생하던 친구는 끝내 전이로 세상을 떠났다. 내게도, 가족들에게도 너무 갑작스러운 이별이었다.

그저께 토요일, 독후감 공모전 시상식이 있었다. 운 좋게 또 입상을 해서 꽃다발과 상장, 부상까지 받았다. 시끌벅적한 행사장을 나서며 문득 생각했다. ‘이 기쁨을 함께 나눌 친구가 이제는 없다’는 사실을.

그래서 곧장 영덕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제 이 세상에서 가장 그리운 친구가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퍼질러 앉아 목놓아 울었다. 내가 네덜란드 여행 간다고 했을 때 “잘 다녀와” 하며 여행 경비를 보내주던 친구. 블로그에 늘 하트를 눌러주고 댓글을 남겨주던 고마운 친구.

이제는 더 이상 연락할 수도, 만날 수도 없다니 — 그 현실이 너무나 참담했다.

돌아오는 길에 지인 한 분께 전화를 드렸다. 그분이 조용히 말씀하셨다.

“잘 살려고 하지 말고, 즐겁게 살자.”

다들 잘 살기 위해 애쓰는데, 그분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셨다. 잘 살려 하면 애를 써야 하니까,
그냥 즐기며 살자고.

그분도 내 친구와 같은 고향의 배우자를
2년 전에 먼저 보내셨다. 그래서일까, 그 말이 유난히 마음에 박혔다.

“잘 살지 말고, 즐겁게 살아라.”

한 평생 고생해도 마지막 주소는 가로세로 50센티 남짓이라니. 봉안당이라면 그보다 더 좁을지도 모른다.

그 말을 떠올리며,
앞으로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곱씹어 본다. 며칠 새 삶이 드라마처럼 확 바뀐 건 아니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분명 무언가가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잘 사는 삶’보다 ‘행복한 삶’, '즐거운 삶'을 택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맞춤법 보다 중요한 어머니가 가르쳐 준 문학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