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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득여사 Jul 04. 2024

"바꿔!" "뭐뭐"

## 사회성그룹치료 중의 작은 에피소드


이제는 IQ 보다 SQ의 시대라고들 한다. 이론적인 단어로는 사회성지수(SQ)이고 쉽게 말하면 ‘눈치’이고, 더욱 가벼운 말(?)로 보자면 결국 ‘눈치코치’이다. 상황판단력, 사고의 유연성, 순발력, 문제해결력, 감정조절, 자기인식, 타인인식, 공감력, 화용언어적 기술, 주의력 등등. 눈치코치가 좋으려면 이러한 들이 잘 갖춰줘야 한다. 결국 인간발달성장의 종합성취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상담센터에서 주요하게 직접 진행하고 있는 상담분야 중 하나가  ‘사회성향상 프로그램’이다. 언어치료, 인지치료, 놀이치료, 미술치료 등의 개별 치료를 받는 아이들이 사회성향상프로그램 그룹치료를 병행하는 경우이다. 대 여섯 명 정도의 소그룹 상황에서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하면서 그 안에서 사회성향상을 위한 세부 발달영역을 촉진한다.



서론이 좀 진부하고 거창했다.


아무튼, 이런 사회성그룹치료 과정에서 있었던 짧은 에피소드이다.   


에피소드 1.

## 순수 MR(지적장애) 또는 경도 자폐스펙트럼을 동반한 MR 청소년 6명의 그룹치료 상황


그룹수업 시작 때 아이들을 집중시킬 겸 자주 하는 끝말잇기 말놀이 상황.

시작 순서를 정해야 하는 ‘가위 바위 보’ 부터도 훈련 반복이다.

나는 ‘가위 바위 보’를 큰 소리로 천천히 외쳐준다. ‘가위 바위 보’라는 말이 끝나면 동시에 손을 뻗어야 하는 것 부터가 늘 몇 번 연습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러번의 ‘동시에 손 내밀기’를 연습하니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자, 그럼 이제 시작이다. ‘가위바위보!’ 여러번의 우여곡절 끝에 여섯명에서 두 명의 결승 주자들이 남았다. 시연이(가명)와 민수(가명). 시연이와 민수의 각오어린 표정!


‘가위 바위 보!’

둘 다 손바닥을 쫙 펴고 ‘보자기’를 내었다.

다시 ‘가위 바위 보!’

또 둘 다 ‘보자기’를 내었다.

다시 ‘가위 바위 보!’

또 둘 다 ‘보자기’였다. 그리고 같은 반복 여러차례.

답답 해 진 내가 다급히 외쳤다.

“바꿔 봐!”

다시 ‘가위 바위 보!’

시연이는 여전히 보자기,

오! 민수가 바꿨다.

어떻게?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보자기’.

민수는 당당하게 손을 바꿨다.



에피소드 2


## 초등 저학년 사회성언어그룹치료 상황

순수 MR(지적장애) 또는 자폐스펙트럼을 동반한 MR, 경계성 지능정도의 아스퍼거신드롬, ADHD(또는 ADD), 선택적 함구증 등  6명의 그룹치료 상황.


‘좋아하는 것 친구들 앞에서 말하기’ 과제.

일단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스스로 생각하고 그것을 문장으로 잘 표현하기가 목표이다. 특히 왜 그것이 좋은지 싫은지 이유를 말할 수 있다면 특급칭찬과 보상(마이쥬 또는 새콤달콤)이 기다리는 상황.

일단 가장 접근성이 좋은 주제로 시작한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 말하기!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입니다. 왜냐하면 □□□이기 때문입니다.” 라는 패턴 문장에 다

양한 음식과 이를 대입하며 모링을 보여주었다.


이제 그룹친구들의 발표시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탕후루입니다. 왜냐하면 좋아하니까요.”

구체적인 이유가 좀 아쉽지만 그래도 잘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치킨입니다. ” 왜 좋아해? “…”.

그래, 그래도 일단 패쓰.

벌써 눈빛이 흔들리는 선우(가명). 내게 SOS를 바라는 애절한 눈빛을 보낸다.

내가 또박또박 친절하게 말했다.

“선우야, ‘나는 뭐뭐를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자 시작!”

선우의 눈빛이 조금 자신감이 생겼다. 선우는 당당히 말했다.

“나는 뭐뭐를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선우야 뭐뭐가 뭐냐구 ㅜㅜ.



바꿔! 했더니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뭐뭐’라 했더니, 말 그대로 ‘뭐뭐’로.


이 귀여운 애들을 어쩌지!


“보자기만 내지 말고, 다른 것으로 바꿔!’

“너는 어떤 음식 좋아해? 응 햄버거로구나, 그럼 ’나는 햄버거를 좋아합니다.‘라고 하는거야, 시작!”


이렇게 말해주었다면 민수도, 선우도 더 잘 해 냈을 거야!!

  답답하기도 했다가 웃음도 빵 터졌다가 애쓰는 아이들을 보면 맘이 찡하기도 했다가 ‘아이들은 틀리지 않았다’고 맘속으로 아이들과 나를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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