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직접접속통화료' 55,075원이라고요? 세상에!
알림 문자가 왔다. 만 원만큼 데이터 비용을 더 사용했다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2만 원...... 결국엔 5만 원이 되었다. 헉, 실화인가요? 휴대폰 요금이 7만 5천 원이라고요? 데이터 추가 요금만 5만 원. 휴대폰 사용한 지 24년 만에 이런 적은 처음이다.
알뜰폰 요금제로 갈아탄 지 1년째이다. 오랫동안 KT 통신사를 이용하긴 했지만 멤버십 포인트도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고, 비용만 높게 지불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핸드폰 구입 시 24만 원 지불했고, 6개월 동안은 5만 원에 상당하는 요금제를 사용해야 했다, 또한 2년 약정 기간이 있었다. 그동안 통신비로 낸 비용은 적지 않다.
알뜰폰 요금제는 정말 저렴했다(갑자기 광고 같다) 10GB에 매월 14,900원이라니 예전 요금제 반값 정도다. 가족 모두 이제 알뜰폰 요금제를 이용한다. 통신요금이 훨씬 가벼워졌다. 진작에 바꿀 걸, 만족 또 만족이다.
그렇게 저렴한 요금제를 내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일이고? 곰곰이 생각 좀 해보자. 무지 바빴던가? 특별한 일이 있었던가? 지난 10월은 좀 바쁘긴 했다. 체험부스행사가 있었던 두 번의 토요일, 생물 다양성 탐사에 참여한 일요일 정도가 평소와 달랐다. 지하철에서 지하철 무료 와이파이 대신 데이터를 사용해서 유튜브 동영상을 보기도 했다. 평소 하던 대로 사용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이럴 수가!!!!
13GB 데이터로 무얼 했을까? 5만 원의 비용을 더 지불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들이었을까?(뒤늦게 본전 생각이 났다) 아마도 아닐듯하다. 평소 행동과 별반 다르지 않다. 분명 급한 일이었다면 수시로 보내는 카톡 대신 통화를 했을 것이다. 와이파이가 되는 사무실에서 보내도 될 사진을 야외에서 데이터로 전송했고,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 동영상을 보다 말다 했다. 이 모든 것을 데이터로 했다는 얘기다. 아이고, 아까워라. 피곤할 때는 주로 멍하니 영상을 본다. 집중할 수 없으니 안 보면 될 텐데 또 그렇게 하진 못한다. 이미 폰 중독인 것 같습니다만.
스마트폰이 '오장칠부(五臟七腑)'가 되어 우리 손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폰이 내 시야에서 사라지고 잃어버린 것 같으면 가슴이 철렁한다. 내 모든 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에 과하게 의존적이 되어간다. 알람부터 SNS, 영상. 오디오북, 메모까지 모두 폰을 이용한다. 습관처럼 인터넷에 접속한다. 습관이 참 무섭다. 지하철 안 풍경, 모두가 한결같이 폰을 쳐다본다. 예전 스마트폰이 없었을 때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 무얼 하고 있었을까?
스트리밍으로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영상을 보는 도중에도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한 데이터 센터에서는 온실가스도 배출하고, 특히 열을 식히기 위해 냉각수가 많이 필요하다. 미국 오리건주 댈러스에는 구글 데이터 센터가 3개가 있는데, 댈러스시 물 사용량의 4분의 1을 데이터 센터에서 사용한다는 가사를 보았다.
난 요금을 지불했으니까 탄소를 배출하든, 물을 사용하든 신경 안 써도 될까? 노노! 데이터 센터가 있는 그 지역의 물이 부족해지면 나도 한몫 거든 셈이 된다.
어느 지역이든지 가뭄이 들면 식수를 비롯해서 생활용수가 부족해지고, 농업과 어업에 영향을 주게 되고 수질이 나빠진다. 인간과 달리 생수조차 공급받지 못하는 생태계에는 더 심하게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연쇄적으로 기후 위기를 더 부채질한다.
평소 우리는 일회용품을 쓰지 말자는 말은 자주 듣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개인 물병을 챙겨 다닌다. 하지만 이메일함을 정리하고, 폰 배경을 다크모드로 바꾸면 탄소배출을 줄인다거나 데이터 사용에 탄소가 배출된다는 얘기는 관심을 기울여야 겨우 들린다. 자칭 환경활동가라고 얘기하면서도 데이터 사용에서는 까맣게 잊고 무감각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이를 어쩌면 좋죠?
내 손에서 나가는 비용만 비용이 아니다. 우리는 많은 것들의 "외부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살아간다. 그래서 당장은 저렴하고 값싼 것들로 여겨지고, 그 덕분에 부담 없이 과하게 소비한다. 결국 그 외부비용은 갚기 힘든 고금리 이자가 더해진 청구서가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왔다.
데이터 추가 요금에 충격받고 그다음 날은 출근길 1시간 동안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기를 시도해 보았다. 언제 버스가 오는지 2분마다 검색하는 카카오 맵을 안 들여다봤고, 유튜브에 어떤 영상이 업로드되었나 기웃거리지 않았다. 대신 인터넷 연결을 끄고 폰 메모장에 글을 썼다(폰이랑은 떨어질 수는 없는 것인가?). 이렇게도 가능하네? 우리의 습관이 어쩌면 기후 위기를 막을 수도, 더 부채질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훅 와닿게 한 10월 폰 요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