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본 외국영화에서 팡팡 터지는 불꽃놀이 장면이 나오면 그리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직접 불꽃놀이를 본 적이 없어서였을까, 형형색색의 불꽃놀이 모습은 마냥 근사하고 낭만적으로 느껴졌고, 기억에 오래오래 남았다.
오랫동안 살았던 부산에서도 2005년부터 부산불꽃축제가 시작되었다. 궁금하긴 했지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것이 예상되어, 선뜻 나서지 않았다. 첫해 불꽃놀이를 보러 가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은 지인은 내게 열정이 없는 거라고 했다. (에이 설마요.)
올해로 18번째인데, 직접 본 것은 작년이 처음이었다. 쓰줍인 연말 파티를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숙소로 잡고, 날짜를 정했는데, 연기되었던 부산불꽃축제가 우연히 같은 날로 잡힌 것이다. 모래사장에 나가지는 않았지만 숙소에서도 화려한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쓰줍인 파티를 축하하는 거라며 우리끼리 농담을 주고받았다. 불꽃놀이가 환경에 좋을 리 없겠지만, 오늘은 환경피해는 잠시 잊고 즐기자는데 동의했다.
매년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아주 성대하게 열린다. 100만 명 이상이 모이는 가을철 최대 축제가 되었다. TV로 본 한강 주변에서 불꽃놀이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대에 찬 모습으로 마치 서울이 들썩이는 것 같았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 (10월 28일) 여수 밤바다불꽃축제가 유튜브로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다. 일주일 후, 11월 4일 토요일에는 부산불꽃축제가 개최될 예정이다. 10월 진행한 양산삽량문화축전에서는 이틀 동안 진행되면서 개막식, 폐막식 모두 불꽃놀이를 했다. 세상에나! 부산 동래구 행사인 동래읍성축제에서도 폐막식 때 불꽃놀이를 했다. 이제는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불꽃놀이는 행사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순서가 되었다.
불꽃놀이는 화약과 금속이 만나 공중에서 터지며 빛과 폭발음이 들리는 것이다. 사용한 금속이 어떤 종류냐에 따라서 우리 눈에 보이는 색상이 달라진다. 불꽃놀이를 보면 어떻게 저런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참 신기하다. 화려한 색상, 다양한 디자인의 불꽃은 사람들의 맘을 설레게 한다.
불꽃축제가 더 이상 영화 속 장면처럼 그리 아름답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단지 익숙해져서 만은 아니다. 불꽃이 터질 때의 화학반응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질소 등이 에어로졸 형태로 만들어져 대기가 오염된다. 불꽃놀이가 끝나고 모두 그 자리를 벗어나니 그곳에 사는 다른 존재에 어떤 피해가 생길지 생각하지 않는다. 폭죽의 파편으로 호수나 강 등 주변이 오염될 수 있고, 그 지역에 사는 생물에게 피해를 준다. 순간적인 큰 소리와 강한 빛 등에 놀란 야생생물이 스트레스를 받으며, 특히 번식기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온실가스 줄이기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 불꽃놀이로 인한 탄소 배출량도 엄청나다. 한 예로 미국 독립기념일에는 미국 전역에서 불꽃놀이 행사를 하는데, 1년 중 가장 대기질이 나쁜 날 중의 하나라는 기사를 보았다. 기념일을 축하하기에 바빠 폭죽을 터트리다 보니 그 양이 어마어마한 것이다. 대형 산불로 인한 대기질과 맞먹는 정도라니 가히 충격적이다.
불꽃놀이로 누가 즐거울까? 단연코 우리 인간만이 즐겁다.
2021년 영국에서 실시한 '불꽃놀이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61%가 불꽃놀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불꽃놀이가 문화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답한 응답자가 44%에 달했다.(출처: 뉴스 펭귄) 영국에서 조사한 내용이지만 우리나라 사람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불꽃놀이는 여러모로 친환경적이지 않으니 우리 불꽃놀이 행사를 자제하자라고 제안한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 상상이 된다. 매일 하는 행사도 아니고, 1년에 몇 번 치르는 행사에 뭘 그리 깐깐하게 따지느냐고 왠지 인상을 쓰며 말씀하실 듯하다. 무미건조한 우리 삶에 잠시 즐거움을 준다는데, 그 의미가 크지 않냐고 나를 설득하는 사람도 있을 테다.
보통 숲을 생각하면 직관적으로 눈에 보이는 나무와 식물만 떠오른다. 분명 많은 생물이 그 숲에 기대어 살고 있을 텐데 우리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생물이라면, 가축, 가족이 된 반려동물이나 동물원 속 동물들, 수족관의 물살이 정도이다. 2023년 한 논문에서 지구의 포유류의 전체생물량(무게)을 측정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육상 포유류의 생물량은 2천만 톤이고, 사람의 생물량은 3억 9천만 톤, 가축의 생물량은 6억 3천만 톤이다. 인간이 먹기 위해 키우는 가축의 생물량이 야생 육상 포유류의 생물량의 약 30배나 된다. 생태계의 불균형이 확 와닿는다. 너무나 기형적이다. 이 결과를 보니 우리가 다른 야생 생물을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것도 납득이 된다. 주로 도시에 살아 야생생물을 볼 기회가 없고, 자연은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공간이 되었으며, 자연 공간에는 무관심하다.
자연 속에서는 절대 존재하지 않을 불꽃놀이는 100% 인위적이다. 우리 인간이 잠시 즐거워야 하니 야생 생물에게 그 정도 스트레스는 견디라고 말할 권리가 있을까? 자구 상에서 인간은 단지 숫자가 많은 한 종일뿐이다.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을 가진 존재도 배려하는 행사였으면 한다. 불꽃놀이를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조금씩 들려온다. 드론 쇼, 레이저쇼 등이 불꽃놀이를 대체하는 방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우리 인간은 분명 '모두'가 즐거운 축제 행사를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