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재활용 강국이다.
분리배출률 59%, 독일에 이어 당당히 2위이다. 분리배출을 우리가 그렇게 잘한단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이 마구 생긴다. 나 역시 환경을 위해 내가 할 일은 바로 분리배출을 잘하는 것이라 믿었다. 7가지 종류별로 제대로 분류하고, 사용한 플라스틱 용기는 깨끗하게 헹구고, 스티커를 떼려고 애썼다. 지정된 요일에 모아서 내놓기만 하면 내 임무는 다하는 것이다. 배출하는 쓰레기양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왜? 제가 포장지, 용기 안 만들었고요, 또 재활용이 되니까요.
'재활용'이라는 마법이 있으니 재활용이 뚝딱 되어 자원순환이 되는 줄로 오해하고 살았다. 재활용 과정에는 누군가의 노동력과 에너지가 필요하고,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우리가 부지런히 모은 쓰레기들의 실질 재활용률은 40%이다. 이유는 재활용하기에 부적합한 것들이 섞여있어서이다. 항목별로 수거된 쓰레기들은 선별과정을 거치는데, 그 과정에서 수거한 양의 35%가 폐기된다.
우리 아파트 분리배출일에 모여있는 '종이류'만 보아도 낮은 실질 재활용률이 이해가 된다. 테이프와 송장이 그대로 붙여져 있는 박스는 흔하디 흔하고, 음식물 자국이 남아있는 컵라면 종이용기와 빨대까지 꽂혀있는 우유팩, 두유팩이 박스 사이에 끼어있다. 어이쿠! 사용한 휴지 조각도 보인다. 이것도 종이인가요? 종이 빨대도 있다. 다른 수거장에도 이렇게 섞여 있을 텐데, 이 정도면 우리는 분리배출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 종이류는 박스와 종이 같은 것만 넣어야 한다. 잘 찢어지지 않는 코팅이 심한 종이, 음식물이 묻은 종이컵 용기도 일반 쓰레기이다. 우유팩, 멸균팩도 종이류가 아니라고요.
일본에는 '쓰레기 제로 마을'이 있다. 폐기물을 무려 45가지로 분리배출하는 가미카쓰 마을이다. 재활용률이 80%에 달하고, 예전에 비해 쓰레기 처리 비용은 60%나 감소했다. 지금의 가마가쓰 마을이 되기까지 처음부터 마을 주민 모두가 두 손들고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 반대한 주민도 있었지만, 다른 주민이 자신이 대신하겠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당연히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처음부터 쉬운 건 없다. 9가지 항목으로 나누기로 시작했고, 그다음은 22가지, 35가지, 그리고 45가지로 확장했다. 분류가 섬세할수록 재활용률이 높아진다. 그 마을 주민의 자원순환에 대한 정성이 놀랍고,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에 45가지로 나누어야 할 품목이 있다는 것이 또 놀랍다.
제품과 포장지를 생산할 때, 사용 후 폐기되는 순간까지 생각해야 한다. 모든 제품은 결국 폐기가 될 것이고, 분리배출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제품 생산 단계에서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 스티로폼의 경우에는 오직 흰색 스티로폼만 재활용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유색 스티로폼이나 빨간 물결 줄이 그려진 스티로폼 접시는 생산을 못 하게 해야 한다. 따로 기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디자인적으로 꼭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모두 같은 투명 페트처럼 보이는 일회용 커피컵도 똑같지 않다. 컵 디자인은 다르게 만들더라도 재질이 정해져 있다면, 재활용률도 높고 재활용하기 수월해질 것이다. 재활용할 때 저품질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판매자의 일회용 컵 선택에 자유를 주는 것만 중요하지 않다. 짧은 시간 한번 사용하고 버려질 컵을 만들면서, 그 뒤에 재활용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 생산해서는 안 된다. 애초에 10분 사용하려고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이다. 어느 커피 브랜드는 테이크아웃용으로 다회용 컵을 사용한다며 친환경이라 외치는데, 길에 버려진 것을 여러 번 보았다. 아, 정말 아깝다. 이게 뭔가요? 일회용 컵을 안 쓰도록 개인 텀블러를 지참해야 하자.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지만,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 한 번만 사용할 제품을 꼭 만들어야 되는지, 꼭 사용해야 하는지 전 국민이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다.
재활용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았으니, 무엇보다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 갈수록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속도는 빨라지고,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양이 많다. 내가 편리하면 할수록 쓰레기의 양은 많아진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다섯 가지 원칙(5R)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거절하라(REFUSE). 생각해 보고, 불필요한 물건은 거절한다. 공짜라고 생각 없이 받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두 번째, 줄여라(REDUCE).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처음부터 노력한다.
세 번째, 재사용하라(REUSE). 그대로 다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중고 옷을 구입하거나, 유리병을 다시 사용하는 것이다. 고장 난 물건은 고쳐서 사용한다.
네 번째, 재활용하라(RECYCLE).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은 자원으로 재활용하고, 업사이클링한다.
다섯 번째, 썩혀라(ROT). 자연분해가 쉬운 제품을 사용한다.
인간이 만든 물질로 둘러싸인 우리는 곧 쓰레기 속에 파묻힐 것 같다. 기업에서 제품을 생산할 때부터 포장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이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까지의 전 과정을 고려한 친환경 제품을 만들도록 규제해야 한다. 과잉생산도 이제 그만! 개인은 쓰레기양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자원순환 측면에서 제대로 분리배출하자. 동시에 매의 눈을 장착하고 과대포장된 제품은 불매하는 소비권을 행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