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시들어가는 꽃을 보았다
한순간 세상의 모든 강렬함을
작은 꽃잎마다마다에 담아 내던
사랑스럽고 오만하던 아름다움이
가을 잎의 숙성된 붉은빛에 기대어
가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 순간을 잃고 싶지 않아
퇴색한 꽃 모서리에 남아있는
한점 검붉은 빛으로
또 다른 발아를 꿈꾸며
무성한 갈 잎 사이에서 버티고 있었다.
지난날 꽃의 아름다움을
더욱 눈 부시게 하던 하늘조차
새로운 열정의 빛깔로 다가오는
가을 색계(色季)에 눈길을 빼앗기니
청명한 하늘은 맑고 공허하기만 하다
가을이 영그는 어느 날
문득
여름을 빼앗긴
고독한 꽃의 끝을 보았다.
영원회귀가 잰걸음으로 다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