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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고도 남은 것들

구병모 작가님의 파과

by 아침엽서


뭐지? 이 소설?

책장을 덮었는데도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나는 슬픈 드라마에도 잘 울지 않는다. 그런데 파과는 달랐다. 슬픔이 감정이 아니라 감각으로 남았다. 조각의 생이 내 안에 잠시 깃든듯했다.


처음엔 배우 이혜영의 얼굴이 떠올랐다. 포스터 속 그 눈빛이, 페이지마다 조각과 겹쳐 보였다. 조각은 누구인가? 킬러로 읽어야 하는가, 아니면 운명을 거부하지 못한 인간으로 읽어야 하는가. 결국 나는 조각을 삶의 경계에 서서 끝내 인간다움을 놓지 않으려는 한 사람으로 읽혔다.


이 소설의 문장들은 감정을 파고들었다. 처음 보지만 익숙하게 느껴지는 문장들, 낯설지만 낯설지 않으며 부드럽게 읽히는, 마치 오래전에 들어본 적이 있는 음악 같았다.


구병모 작가의 문장은 아름답고 온기가 흐른다. '지쳐 노그라지는 바람', 이 짧은 문장에 조각의 삶이 깃들여 있었다. 무너지는 순간조차 단단하게 버티려는 인간의 힘이 느껴졌다. 거친 듯, 단단하게 세계를 묘사하지만 그 속의 인간을 따뜻하게 비춘다. 조각은 킬러로 살아왔지만, 나는 그를 '지키는 사람'으로 기억하게 되었다. 목숨을 걸고 지켜려 한 것은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 인간다움'이 아니었을까? 그의 삶은 냉정했지만, 따뜻함을 향한 한 인간의 몸부림이었다. 우리는 언제 무엇을 위해 인간다움을 잃고 되찾는가?


책을 덮고도 한참 동안 조각의 숨결이 머물렀다. 삶은 때로는 잔혹하지만, 그 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서로를 향한다. 구병모의 문장은 그 사실을 잊지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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