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연의 매듭의 끝
책을 읽던 막내가 내게 물었다,
“만약 내가 최진하였다면 엄만 어떻게 했을 것 같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나는
“나도 진하 엄마처럼 했을 거야. 더했으면 더했지.”
라고 말했다.
책을 읽는 내내 독자의 입장으로 윤리의 잣대를 들이대던 내가 막상 엄마라면?이라는 질문 앞에서 이성적 판단을 이렇게 쉽게 내려놓다니… 나는 참으로 간사한 사람이로구나. 내 머릿속의 정의란 이리도 허망한 것이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스릴러, 미스터리의 대가 정해연작가의 이번 책 매듭의 끝이다.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린 자식을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 모성애는 어디까지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야기의 축이 되는 두 개의 매듭은 <인우와 엄마의 관계>와 <진하와 엄마>이다. 공통 질문 역시 두 개(의 매듭), 이야기 내의 “누가 죽였는가?”와 이야기 밖의 “모성애는 어떻게 작용하는가?”이다.
책날개에 있은 정해연작가의 소개 글에 ‘……사람의 저열한 속내나, 진심을 가장한 말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를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이야말로 그동안의 어떤 책 보다 저열한 속내를 낱낱이 드러낸 책이 아닐까 싶다.
어머니의 모성애를 발판 삼아 어머니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는 진하의 저열한 속내와 진하의 어머니를 수렁에 빠뜨리기 위해 위증과 살인 증거를 들이대는 악의가 공존하는 책이다.
하지만 정해연 작가의 최고의 책은 아직도 ‘홍학의 자리‘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