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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스므 Dec 20. 2022

[D+71] 오늘의 사건사고

미국, 시애틀

행운 1


아침에 버스를 탔는데 그리 이른 시간이 아님에도 내가 첫 손님. 그래서일까, 운전기사 양반이 1회권 버스 티켓의 사용 시간이 2시간 반인데 무려 4시간 반을 끊어줬다. (이곳의 버스 티켓은 종료 시간을 티켓에 표시해 준다)


행운 2


과일 킬러인 나에게 여긴 천국인가 했던, 유기농 과일들의 무한 리필이 가능한 브런치 식당에서 과일&넛츠 바를 무한 왕복하며 레코드판만 한 팬케이크를 먹었다. 슬슬 지쳐갈 무렵 to go를 외쳤더니 박스를 갖다 주며 과일을 더 얹혀서 싸가란다. 블루베리만 한 십만 원어치 먹은 듯.


지금까지 시애틀에서 최고로 행복했던 순간


행운 3


크리스틴이 추천하기도 했고 체험거리 많다는 'Museum of History and Industry' 일명 모하이를 방문했다. 티켓 오피스에서 결제를 하려는 찰나, 웬 아주머니가 불쑥 내 옆에 나타나더니 '나 얘랑 친구야, 얘 입장 공짜로 해 줘' 이런다. 응?? 


순간 블로그에서 읽은 어떤 글이 머릿속에 파바박. 미국의 박물관이나 갤러리는 멤버십으로 운영이 많이 되는데 이 멤버라는 사람이 입장할 때 동반 1인이 무료인 경우가 있어서 가끔 생판 모르는 남인데도 입구에서 '너 나랑 들어갈래?' 하는 행운을 만나기도 한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난 거다. 아니 이런 행운이 나에게?? 실화임??


그렇게 기분 좋은 행운을 만나 들어온 박물관에서 난 또다시 초딩놀이. 이거 저거 만져보고 눌러보고 체험하면서 돌아다니는 재미가 너무 좋아서 또 정줄 놓고 놀았다지요.


특히 모하이는, 스타벅스며 아마존이며 스타트업 기업들 중 세계적으로 성공한 '메이드 인 시애틀' 기업들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뿜뿜인 박물관이었다. 나 같은 관광객 혹은 초딩들에겐 깊이 있는 정보까진 아니라도 직관적으로 그들의 성공 이유를 알 수 있게 해 놓은 전시 아이디어가 굿. 


남녀노소 상관없이 꼭 한번 방문해 보길 강추


보잉사에서 일했던 여성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아이디어 어렵지 않아요~ (정말?)



[퀴즈 1] 이 기업은 누구일까요?


[퀴즈 2] 이 기업은 누구일까요?


내가 이곳에서 가장 흥미 있게 구경한 건 다름 아닌 시애틀 대화재에 관한 영상이었다. 


스토리(노래)에 등장하는 각종 소품들로 꾸며 놓은 무대 + 당시 기록 사진과 신문기사들을 가사에 맞춰 영상으로 쏘는 스크린 + 이야기 흐름대로 그때마다 조명이 소품들을 강조 + 이 모든 내용을 재기 발랄하게 이해시키는, 한 마디로 사람은 1도 등장하지 않는데 뮤지컬을 한편 본 느낌이랄까. 


풀영상을 찍다 보니 10분가량이고 이 말인즉슨 이곳 인터넷 사정으로 보건대 페북엔 못 올리지 싶다. 정말 어느 행사에서든 꼭 한번 기획해 보고 싶은 아이템이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연락 주시라. 영상 보내줄 테니.


그림(+소품)과 조명과 스크린이 하나가 되어 화재 당시를 표현해 주는 상영관


신발을 선택해 열심히 걸으면서 환경에 대해 생각해 보는 체험


불운 1


아침에 버스 기사가 4시간 반으로 티켓을 끊어준 덕에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나왔는데도 잘하면 집으로 가는 버스까지 이 티켓으로 탈 수 있겠다 싶어 눈누난나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는데. 이런. 순간 동서남북을 헷갈리고 말아 가야 할 버스정류장을 한참이나 벗어나 걸어버렸다. 이렇게 되면 지금의 버스는 탄다 쳐도 환승하는 곳에서 시간이 종료되어 다시 티켓을 사야 한다.


지도를 보니 버스를 갈아타는 곳에서 '언더그라운드 투어'사무실이 멀지 않고 Link(기차) 정류장도 가까워, 이왕 이렇게 된 거 투어 예약이나 하고 기차 타고 집엘 가자 했다.


불운 2


시내에 나왔으니 다음번 버스 티켓을 위해 잔돈이나 만들 셈으로 들어간 편의점. 지갑을 열어보는 순간 눈앞이 캄캄했다. 신용카드가 없다. 잠시 멘붕. 정신을 가다듬고 카드의 마지막 행선지를 떠올려보니 박물관이다. 박물관 입장을 하며 브런치 집에서 들고 나온 to go box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어 락커에 보관했는데 보관 조건이 아무 아이디나 맡기고 키를 받는 것. 여권이 없다 하니 내 이름이 있는 신용카드라도 맡기래서 그렇게 했는데 나오면서 키만 던져주고 유유히 나온 거지.


행운 4


이 나라가 아직은 믿을만한 사람들이 많은 미국인 게 다행. 내 신용카드는 봉투에 꽁꽁 싸매여 서랍 안에 그대로 들어있었다. 박물관을 다시 가느라 샀던 버스 티켓으로, 집까지 환승하여 잘 왔는데.


불운 3


크리스틴이 아침에 빨래가 있으면 달라길래 하나밖에 없는 히트텍(내복)을 내놓고 나가면서 오늘만 좀 추워도 참자 했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세탁기 배관에 문제가 생겨 빨래를 못 했다고. 주섬주섬 다시 입었...


그림일기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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