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7] 레이키 효과??

포르투갈, 리스본

by 므스므

매번 새로운 도시에 도착 후 첫 아침은, 샤부작 샤부작 동네 산책이다.


그렇게 산책하다 만나는 식당이나 카페 중에 맘에 드는 곳이 있다면 생전 먹지 않던 아침을 커피와 함께 시켜 먹는다. 숙소 바로 앞 공원 한복판에 야외 테이블이 놓인 카페가 있길래 산책을 시작도 하기 전에 앉아버렸다. 커피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토스트와 함께 햄이 나온 터라 칼질을 하려는데 문득, 오른팔이 아프지 않단 사실을 깨달았다. 가져온 진통제가 줄어드는 게 속상해서 매번 큰 이동이 있는 날 아침에만 2알씩 먹기로 했는데, 적어도 그날은 통증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약효가 꽤 기네? 하며 내려다본 나의 오른손. 응? 어라?? 더 이상 슈렉 손이 아니다??!! 관절에 주름도 잡힌다?? 부종이 생긴 이후 처음 본 멀쩡한(에 가까운) 손이라니. 레이키를 받았던 것이 이틀 전인데 난 정말 우주의 기운을 받았던 걸까. 그저 신기할 따름.


손.png 정말 레이키의 효과일까. before & after




포르투에선 집콕이 그리 좋더니 리스본에선 창 밖으로 내 이름을 부르는 환청이 들려올 지경이다. 오늘의 계획은 리스본 공부를 좀 하다가 저녁 해 먹고 안토니오랑 노는 거였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24시간 교통 패스를 사서 28번 트램 정류장 앞에 서 있더라.


어딘가 목표로 하고 집을 나서지 않는 한, 일단 집 밖으로 나가면 인터넷이 안되므로 갈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다. 내 사랑 구글맵이 도보와 대중교통 길은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여행 패턴 상 유심침이 필요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에 인터넷 없이 돌아다니는 게 이제는 많이 익숙하다.


그렇게 끌리는 곳마다 타고 내리길 반복하며 가다가 28번 트램의 종점에서 내렸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버스를 타고 다시 리스본 언덕길을 돌아 돌아 하염없이 간다. 버스를 타면 창문 밖으로 동네 구경을 하고 버스를 타고 내리는 이 지역 주민들을 훨씬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기에 나는 이런 패턴을 좋아한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다시 집으로 가는 노하우. 운전기사에게 제일 가까운 메트로(전철) 역에 내려달라고 하면 된다. 메트로 노선표를 보면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어떻게 환승을 하면 집으로 가는지 한눈에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와 오늘, 리스본 동물원 근처까지 갔던 거 같다고 하니 호스트 두 사람의 눈이 커진다. 멀리 가긴 갔었나 보다. 그 덕에 이 동네 슈퍼에는 없던 납작 복숭아까지 득템 했으니 오늘은 성공한 하루.


날이 선선해져서일까 아니면 정말 온 우주의 기운이 아직 내게 남아서일까. 포르투에서와 달리 돌아다니는 게 즐겁다. 크리스티나는 어제 새벽 2시까지 일했다며 주말까지 넘겨야 할 그림이 더 있지만 일단은 넷플릭스 보며 쉬겠단다. 한국 영화 <기억의 밤>을 틀더니 왜 더빙 밖에 없냐고 흥분한다. 한국말 듣고 싶으면 내가 해 줄게, 했다.


KakaoTalk_20221030_112250140_12.jpg 같은 언덕길인데 왜 리스본에서는 힘이 들지 않는 것인가


그림17.jpg 그림일기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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