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예산 범위 안의 숙소를 찾다 보니 이번처럼 메인 도시에서 좀 벗어난 곳이 몇 군데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로 약 20~30분 떨어진 '알미르'는 네덜란드가 간척 사업을 진행한 곳 중에서 유일하게 해수면보다 낮은 지역이라고 한다.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번화가 분수대를 턱도 없이 바닥(길거리)과 수평으로 설계한 걸 보면 그런 이유일지도. 아님 말고.
알미르 산책은 오늘 말고
호스트 까롤린은 대학에서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는데 잘 모르는 분야라 대충만 알아듣고 말았다. 대학끼리 혹은 기업과의 프로젝트들을 할 때 다리 역할을 하는 뭐 그런 일 같다.
그녀는 남자 만날래, 에어비앤비 할래 하고 누가 물으면 당연히 후자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왜 게스트들에게 청소비를 받는지, 자기 집 청소는 매일 하는 거 아냐? 하며 누군가를 호스팅 하는 게 그렇게 즐거울 수 없다는 까롤린. 그동안 자신을 거쳐간 게스트 모두와 한 마을을 이루고 살고 싶다는 어린아이 같은 꿈도 가졌다.
파리에서 온 게스트 하나는 여기서 묵고 난 뒤 네덜란드에 빠져서 인턴쉽을 마치자마자 이 집 근처에 완전 정착을 했단다. 가끔 만나서 밥도 먹는다고. 다음 달엔 다른 게스트의 결혼식 참석차 시애틀을 갈 예정이란다.
그녀의 집을 다녀간 게스트들의 나라와 도시를 깃발 핀으로 모두 표시해 두었다
무튼 그녀의 섬세하기 이를 데 없는 끝판왕급 서비스로 말하자면 알미르 역에서 픽업을 해주고(비 맞으며 스쿠터 타본 사람?!!) 집에 오면 웰컴 티와 네덜란드 전통과자(너무 맛있어서 여행 내내 소중히 들고 다님)를 앞에 두고 온갖 정보를 나눠주기 바쁘고 고양이와 놀자 그걸 사진으로 찍어 나에게 보내주고(살 빠진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음) 아침엔 '뭘 좋아하는지 몰라 다 준비해봤어' 스타일로 한 상 가득 식사를 준비해 두고 나갔다오니 침대가 다시 정리되어 있고 욕실의 샴푸나 바디워시는 향별로 기본 3종류가 놓여있고 빨래도 그냥 빨래 바구니에 넣어두면 빨아주겠다 하고... 끝이 없을 지경이다.
낯선 이의 챙김을 받는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급기야 그녀의 섬세함에 감동까지 받기에 이르렀으니. 이 밤, 마당에 나가 밤공기를 쐬고 있자니 조용히 나와 초를 넣은 등불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옆에 두고 간다. 고양이도 주인도 너무 사랑스럽다.
까롤린이 조용히 두고 간 등불. 호스팅이란 이런 것
딱 봐도 얼굴에 개구쟁이라고 쓰여있는 고양이 볼짓트는, 딸아이가 키우고 싶다고 해서 인터넷에 올라온 분양글을 보고 입양했다고 한다. 현재 8살 수컷인데 이름인 볼짓트는 미국 유명 만화영화 캐릭터란다. 미국식 이름임에도 네덜란드 특유의 발음이 섞여 알아듣는데 한참이 걸렸다.
볼짓트 역시나 산책냥이었는데 식탐이 어마어마해서 정원으로 나가는 문 앞에서 간식 봉지를 쉐킷쉐킷했더니 글자 그대로 어디선가 '쿠당탕탕'하며 달려온다. 이미 내 요거트도 빼앗아 먹은 냥반. 조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