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내가 가진 신용카드의 혜택 중 연 3회, 월 1회로 전 세계 공항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대륙을 이동하며 비즈니스를 타게 되는 공항은, 비즈니스 라운지를 가면 되니 이 몇 번 안 되는 찬스를 잘 굴려 활용해야 한다는 소리다. 라운지 키 홈피에 들어가니 알란다 공항의 라운지가 그나마 그럴싸해 보여 9월에 있는 한 번의 찬스를 이곳에서 쓰기로 했는데.
지난번 리스본에서 스톡홀름으로 향할 당시, 내가 선택한 기내식을 까먹고 가져다주지 않은 망할 승무원 때문에 하루 죙일 굶은 채로 이동을 했었다. 내리기 직전, 나랑 눈이 마주친 그는 얼굴이 사색이 되었지만 착륙 직전이라 서비스를 해줄 수 없었다. 어차피 저가항공이라 내 돈 내고 먹어야 하는 기내식이었으니 그냥 돈 굳었다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몸은 녹초가 되었으니.
그래서 오늘은 내 반드시, '먹고 떠난다'를 외치며 라운지 찾아 삼만리를 시작했다. 분명 인포 기계가 알려준 대로 가는데 라운지가 있는 위층으로 올라갈 방법이 없다! 유일한 통로 가운데에 출국심사대가 떡. 난 이미 출국심사를 마쳤는데 말이지.
지나가는 직원에게 물어봐도 알란다 라운지는 어딨는지 모르겠단다. 할 수 없이 출국심사대의 긴 줄 끝에 서 보았다. 겨우 만난 직원에게 나 좀 위로 올라가게 해조, 했더니 알란다 라운지는 유럽 밖으로 나가는 승객만 이용 가능하고 넌 암스테르담을 가니 못 가, 한다.
그리하여 숙소 출발 3시간 만에 이 공항에서 제일 꾸진 라운지에 앉아 오이와 피망과 햄을 우그적 씹어대며 단 한 번의 찬스를 정보 부족으로 이렇게 날린 것에 대해 넋두리 중이라는 긴 얘기.
그나저나 미국 시애틀 인근 도시인 '먼로'의 호스트가 집에 사정이 생겼다며 굳이 니가 오겠다면 자긴 아래층 카우치에서 잘 테니 '기쁘게' 자기 방을 쓰란다. 이걸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일단 새로운 숙소를 찾다가 어젯밤을 꼬박 새웠는데... 아예 캐나다로 넘어가 오로라를 보러 갈까...
호스트인 '까놀린'과는 숙소에서 가까운 기차역에서 만났다. 나를 픽업해주겠다며 스쿠터를 타고 나온 아줌마. 비가 내리는 도로를 빠아아앙 하며 달리는 기분이라니. 많이 추웠어요...
웰컴 드링크와 쿠키를 먹으며 몸을 녹이고 있자니 발 밑으로 턱시도 한 마리가 몸을 비비댄다. 이름이 '볼짓트'라는데 발음이 정확히 들리지 않아 까놀린의 입모양을 한참 따라 해야 했다. 이렇게 오자마자 환대(!)를 해준 고양이는 네가 처음이야, 볼짓트. 며칠 안되지만 친하게 지내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