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2] (1) 아프리카 3개국 하루에 가기

미국, 뉴욕

by 므스므

여행을 다니며 경유지를 2번 거쳐보긴 또 처음이다.


돈 없고 시간 많은 백수라 해도 금쪽같은 여행 전체의 시간을 기다림에 쏟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 일정을 짜는 중 가장 골치 아파했던 구간이 바로 이 아프리카 탈출 구간이었으니. 원래라면 KLM을 타려고 했지만 내가 원한 날짜마다 만석이었다. 겨우 좌석이 있는 날로 변경하자 들면 그 전 구간인 유럽과 그다음 구간인 미국에서의 이동 일정이 엉망이 되는 거였다. 이틀 머물자고 아프리카까지 갈 순 없잖아.


그래서 결국 대안인 케냐항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이런 이유로 경유지를 2번이나 거치게 된 것이다. 공항을 밟은 것도 그 나라에 가본 것으로 쳐준다면 나는 본의 아니게 아프리카 대륙의 3개 나라의 땅을 밟아봤다. 사실, '땅을 밟는다'는 글자 그대로의 의미라면 1개 나라는 밟으면 안 되는 나라였다.


내가 받아 든 이티켓엔 경유지의 이름 외에 도착시간이나 출발시간 모두가 공란이었는데 이건 또 뭔 경운가 싶어서 첫 번째 경유지인 잠비아의 리빙스턴까지는 정줄을 바짝 당기고 있었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도착하고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길래 당연히 비행기를 갈아탈 거라 생각하고 따라 내렸다.


탑승 계단 마지막에서 막 잠비아 땅을 밟은 순간, 승무원 하나가 나를 붙잡았다.


- 너 케냐 나이로비 가는 거 아냐? 여긴 잠비아야. 얼른 도로 올라 갓!


유일한 동양인 승객이어서인지 내 여행 일정을 기억해 준 승무원 덕분에, 비행기가 날 버리고 떠나버리는 최악의 사태(는 20년 전에 한번 겪긴 했지)는 피했다. 아마 나이로비 가는 승객들은 그대로 앉아있으라고 멘트를 했을 텐데 가방을 꼭 쥐고 어쩔까, 어찌해야 해, 내려 말어? 수만 개의 생각에 빠져있다 그걸 놓쳤을 확률이 크다.


무튼 그 잠깐의 시간에 활주로 영상도 찍었으니 난 잠비아에 가본 걸로.


난 잠비아도 가본 뇨자


청소부들이 번개같이 올라와 청소기까지 돌리고 사라진 뒤 비행기는 다시 케냐로 향했다. 중간에 이렇게 손님을 내려주고 태우고 하는 짓이 영락없는 시외버스 같더니 비즈니스 좌석이라는 것도 딱 우등고속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이고 이런 걸 타고 다시 15시간을 어떻게 간담, 했으나 나이로비에서 갈아탄 뉴욕행 비행기는 그야말로 반전. 보잉 787-8의 의자는 나 같은 체구의 동양인에게는 그냥 싱글 침대였다.


내 배낭만 다시 만날 수 있다면, 22시간의 비행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사자가 비행기에 탔다는 것만으로도 비상사태 아닌가??!!


비행기.png (좌) 이게 비즈니스 좌석이라닛 (우) 남는 공간만큼 돈을 돌려주면 좋겠는, 뉴욕행 비행기


IMG_2458.HEIC 아프리카 정말 안녕


그리하여 도착한 뉴욕 JFK 공항. 배낭도 무사히 나를 따라왔다. 하지만 난 지금 도착 6시간 째인데 공항을 못 벗어나고 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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