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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스므 Dec 12. 2022

[D+65] 극장 나들이

미국, 타코마

극장을 다녀왔다.


나란 사람, 추석에 KTX 타고 집에 내려가다 대전역에 내려서 영화 한 편 보고 가는 사람. 물론 잘 가다가 갑자기 내렸다는 건 아니고 온전한 표를 구하지 못해 구간을 쪼개서 예매를 했더니 벌어진 일이었다. 뜨는 시간을 메꾸고자 영화를 봤던 거다. 아마 <타짜>를 봤던 것 같다.


뭐, 그런 이유로 어제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 정류장을 찾다가 뭔가 포스가 느껴지는 극장을 발견한 것이다. 마침 영화 <기생충>이 개봉을 했길래 미국 사람들과 함께 보는 한국 영화는 어떨까 호기심이 생겼다.


'그랜드 시네마'라는 이름의 이곳은, 회원제와 자원봉사자들로 꾸려나가는 지역의 독립 극장이었다. 한국으로 치면 예술영화들을 상영하는 '아트하우스 모모'나 '아트나인' 정도 되겠지만 규모는 훨씬 작았다. 티켓을 판매하는 직원을 빼면 독특하게도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지 몇 분이 깜찍한 앞치마를 두르고 팝콘도 팔고 관객 안내도 하고 계셨다.


저예산 독립 영화는 내 석사 논문의 주제기도 했지만 내 가방끈을 조금 길게 늘여줬을 뿐, 그들의 흥행이나 환경 개선에 도움을 준 건 개뿔도 없을 거다. 톰 행크스와 스칼렛 요한슨 같은 대배우의 영화가, 저예산 독립영화란 이유로 이런 곳에서 볼 수 있다는 자체가 신선하고 부러웠다. 아니, 그들이 이런 저예산 영화에 출연했다는 자체가 신기했다. 


왜 우리나라의 (대 혹은 티켓파워 짱) 배우들은 저예산 영화에 출연하는 걸 겁내 하는 걸까. 매니지먼트들의 욕심과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을 하고 있는 거겠지만 (작품) 선택권을 가진 대배우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참 안타깝다. 만일 그들이 이런 (좋은) 독립영화들에 출연만 해준다면 제작진들은 물론이고 아트 시네마류의 극장들도 먹고살 수 있고 관객들도 훨씬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을 텐데. 


무튼, 미국에서 만난 영화 <기생충>은 예술영화로 분류되어 이런 지역 극장에서 상영이 되고 있었다. 내 고질병 중 하나가 단기 기억상실증인데 한번 본 영화를 다시 볼 때 참으로 유용한 능력이다. 영화의 엔딩이 어땠었는지 1도 기억이 나지 않아서 마치 이 영화를 처음 본 사람처럼 소름이 돋았다지.


평일 낮시간, 약 100석이 조금 안될 듯한 극장에  중년의 한국인 부부를 빼고 약 20명 정도의 미국인들이 함께 영화를 봤으니 나름 선전하고 있는 게 아닐까. 당연히 종북 유머에는 아무도 웃지 않았지만 꽤 많은 부분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내년 아카데미상 후보로 오른다에 한 표.


타코마는 항구 도시였구나. 극장 가기 전 항구 구경


여행지에서 자신의 관심거리에 집중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손때 묻은, 깨알 같은, 은 이럴 때 쓰는 말


참으로 소박한 극장 내부


극장 홍보 전단. 자원봉사자의 얼굴이 당연한 듯 할아버지다


극장 한켠에 가장 큰 배너로 당당히 서 있던 우리 영화


상영관 내부


그림일기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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