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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스므 Dec 13. 2022

[D+66] 색칠 공부의 즐거움

미국, 타코마

보니의 아버지랑 절친 수준의 말동무가 됐다. 


첫날 너무 어두운 거실에서 만난 터라 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오는 줄 알았는데 밝은 대낮에 보니 그건 아니고 어깨를 덮는 정도. 며칠 동안 본인의 방을 페인트칠 한다고 분주한 걸 봤는데 방 밖에 나와있는 다 쓴 페인트통의 색깔이 어쩜, 너무나 '핫 핑크'다. 


아침마다의 내 패턴이 오전 6~7시 사이에 눈을 떠서 3~4시간 동안 줄창 커피를 마시며 핸드폰을 보는데 보통은 거실이나 부엌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보면 빌딩의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는 아버지의 퇴근시간과 맞물려 자연스레 같이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데. 


미국인치고 단어 하나하나 신경 써 천천히 말해주는 그의 배려심 덕에 큰 어려움 없이 알아듣고는 있다. 문제는 내 대답들. 머릿속에서는 분명 아는 단어라고 외치는데 입가에서만 맴돌 뿐 당최 떠오르질 않는다. 그러다 보니 정작 하고 싶은 말은 하질 못하고, 떠올리지 못한 단어를 설명하느라 하세월. 


미국 온 지 한 달이 훌쩍 넘었는데 내 영어는 점점 미궁 속으로.




도착 첫날 방문한 오가닉 마트 주변이 상가 구역이었는데 레스토랑과 카페, 인테리어 가게 등등이 포진해 있길래 떠나기 전 날 한번 더 와보자 했더랬다. 구글맵 검색을 하다보니 이 구역에 타코마 공립 도서관이 함께 있었다. 시카고 미술관의 기념품샵에서 구입한 초미니 수채화 물감을 들고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원래는 제대로 색칠까지 할 생각은 없어서 한국에서 미니 색연필 정도만 들고 왔는데 이게 물을 묻히면 수채화 효과도 내는 거라 겸사겸사 밸 꼴리는 대로 놀면 되지 싶었다. 그런데 싸구려 긴 해도 색연필이 아닌 진짜 물감을 쓰니 색칠공부 재미가 이만저만이 아니더란 말이지. 그렇구나. 장비 욕심이란 게 이렇게 시작되는구나.


하지만 난 내 자신을 잘 아니깐. 장비 욕심을 부리기엔 그림을 발로 그리는 중이니깐. 수천만 원짜리 붓이나 물감이 있대도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니깐. 그래도, 그린다는 행위가 너무 재미있으니깐. 내 어깨 토닥토닥.

 
드디어 내일 스타벅스가 시작된 그 도시, 시애틀 입성이다.


색깔 예쁜 소품들


오늘의 고양이 1


오늘의 고양이 2


오늘의 고양이 3


타코마 공립 도서관. 북한 관련 책도 있는 게 흥미로웠다


색칠 공부의 재미가 어마어마하다


그림일기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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