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므스므 Dec 14. 2022

[D+67] 스벅의 시작, 시애틀 입성

미국, 시애틀

보니의 아버지가 떠나는 내게 신신당부를 했다.


시애틀에 가면 홈리스들을 조심해야 해, 그들은 약에 취해 있는 경우가 많아서 굉장히 전투적이니 절대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고 혹여라도 말을 걸면 무시하고 빨리 걷도록 해.


자기 몸의 2/3쯤 차지하는 커다란 배낭을 메고 그 무게에 못 이겨 허리를 반쯤 접은 채 신발을 신는 나에게, 낯선 도시로 떠나는 말동무의 안위가 많이 걱정스러웠나 보다.


그동안 여행했던 도시들에서 정말 많은 홈리스들을 봤었다. 어떤 도시에선 버스 안에서 난동을 부리는 것도 봤고 심지어 길거리에서 약물 투여하는 것도 직접 목격했다. 하지만 아직까진 직접적으로 어떤 해꼬지를 당하거나 하지 않아서 큰 두려움은 없었지만 그래도 매번 스쳐 지나갈 때마다 시선을 피하고 걸음이 빨라졌던 건 사실이다.


아직까지 마약과 총기류에서 자유로운 대한민국의 안전함이 새 고맙다




북쪽으로 다시 2시간여를 달린 버스는 시애틀 남쪽 버스 터미널에 날 내려줬다. 지하철과 환승이 가능한 곳이라서 일까.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도록 걸으면서 내가 대도시에 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시애틀의 대중교통은, 검색을 해보면 이런 식이다. 한번 타는데 2.75불인데 가끔 버스 기사가 2불이나 2.5불만 받기도 한다 하고(실제 나도 동전 쏟아 넣다가 그만 됐다는 찰나의 소리를 듣기도), 누구는 여기 사람에게 들었다며 한번 끊은 티켓으로 하루 종일 탈 수 있다 하고, 누구는 2시간 반 안에만 무제한이라 하고.


여태의 경험에 의하면 호스트들은 대부분 차를 가지고 있어서일까, 대중교통 시스템에 대해선 자기 동네임에도 잘 모른다. 뉴욕, 시카고에선 각각 7일권과 3일권 패스를 샀고 포틀랜드에선 원데이 패스를 사서 돌아다녔던 터라 큰 고민이 없었는데 이런 패스가 없는 시애틀에서의 가장 큰 문제는 잔돈이다. 버스비가 2.75 라지 않나! 1불짜리 바꾸는 것도 모자라 동전까지 만들어야 하다니!


우리나라처럼 버스 정류장 앞에 바로 편의점이 있는 나라가 아니니 시내 한번 나갔을 때 껌만 백만 통 사게 생겼다. 잠깐, 시애틀의 관광 명소 중 하나인 '껌 벽'이 이런 이유로 생겼나???




시애틀에서 만난 크리스틴은 할머니와 아줌마의 경계 어디쯤에 있는 중년의 호스트였다. 요가를 하고 있는 프로필 사진과 취미가 아웃도어 스포츠인 걸 보고 막연히 젊은 아가씨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크게 빗나갔다. 버드 와칭을 좋아해 온 집안에 새 관련 잡지가 널려있고 창틀엔 망원경이, 뒷마당엔 새집과 새 모이, 물통들이 나무 가지마다 주렁주렁이다.  


그리고 이 집에 사는 두 마리의 고양이, 윈스턴과 준을 만났다. 둘 다 보호소 출신이라는데 살갑게 구는 윈스턴과 달리 준은 2층에 살고 있는 크리스틴의 방에서 거의 내려오지 않는단다. 거실에 있다가도 내가 나타나면 빛의 속도로 2층으로 도망가기 바쁘다. 간식으로도 꼬셔봤지만 쳇. 흥칫뿡이다. 윈스턴이랑만 놀 거야.


시애틀 역시 오후 5시를 넘기니 금세 날이 어두워진다. 오늘 밤에는 정말 관광객답게 도시 공부를 해보자. 몸의 컨디션도 많이 회복되어서일까, 긍정의 에너지가 뿜뿜이다.


왠지 이 도시는 나에게 친절할 것만 같다.   


(좌) 앞뒤로 맨 배낭 덕에 무게 중심 하나는 짱 (우) 버스 뒷좌석 한가운데는 앉지 마세요


이젠 한글도 눈물 날 만큼 반갑다


새덕후의 집이라니, 이 또한 신선하다


귀여움을 담당하는 윈스턴과 쫄보를 담당하는 준


그림일기 #67


매거진의 이전글 [D+66] 색칠 공부의 즐거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