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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차 Dec 08. 2021

우두커니 서 있는 자물쇠처럼

너를 제자리에 갖다 놓는 길에 

우두커니 서 있는 자물쇠를 보았다 

시간을 되돌리지 못하는 대신 

우리는 자물쇠 위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하염없이 서로의 안부를 물었지 


구름은 언제나 그렇듯 

무심하게 세상을 직시하는데 

왜 우리의 심장은 마주하는데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린 건가 


영문도 모르는 뱃사공을 자물쇠에 바친다 

영원토록 간직하려던 눈동자를 돌려준다 

씁쓸한 마음을 애써 광대에게 맡긴다 

돌려 말하기 싫어 실어증을 달라 한다 

사라지기 싫어 머리카락을 세어 본다 


나는 뒷모습을 사랑했나 보다 

너를 온전히 사랑할 수 없어서 

너의 뒷모습만 내 눈에 담아놓았나 보다 

너에게 이 눈을 돌려줄 때까지 

네가 알아줄 때까지 

나는 우두커니 서 있는 자물쇠 옆에 

우두커니 서 있겠다 


그리고 네가 알게 될 때 즈음 

우리의 뒷모습은 손을 뻗으며

허공의 한가운데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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