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법정 지원금 미납 / 출처: 연합뉴스
수많은 국민이 매달 납부하는 건강보험료는 우리 사회의 가장 굳건한 안전망 역할을 한다.
하지만 국민의 건강을 함께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던 정부가 18년 동안 법정 지원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아 그 규모가 무려 21조 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한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결국 국민의 보험료 인상이라는 청구서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료 법정 지원금 미납 / 출처: 연합뉴스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에 따르면, 국가는 매년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건강보험 재정에 의무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는 국민 건강을 국가가 보장하겠다는 약속이자, 제도의 지속성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그러나 국회입법조사처와 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지원을 시작한 2007년부터 2024년까지 법이 정한 20%를 모두 채운 해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 기간 정부의 평균 지원율은 14.6%에 그쳤다.
정부가 법적 의무를 이행했다면 지난 18년간 건강보험 재정에 추가되었어야 할 미지급금은 총 21조 7,285억 원에 달한다.
건강보험료 법정 지원금 미납 / 출처: 연합뉴스
특히 최근 10년(2015년~2024년) 동안의 미지급금만 해도 18조 5,338억 원에 달해,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미흡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재정 당국은 이 국고 지원 규정을 영구적 의무가 아닌 ‘한시적 지원책’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여왔고, 매년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해 왔다.
정부 지원금의 구성도 문제의 핵심이다. 이는 일반회계(14%)와 담배 부담금으로 조성된 국민건강증진기금(6%)으로 나뉘어 지원되는데, 특히 건강증진기금 지원 부분에서 구조적인 모순이 드러난다.
법 본문에는 보험료 수입의 6%를 지원하도록 명시되어 있지만, 부칙 조항에 ‘담배 부담금 예상 수입액의 65%를 초과할 수 없다’는 단서가 붙어있다.
건강보험료 법정 지원금 미납 / 출처: 연합뉴스
이 부칙 조항 때문에 애초에 6%를 온전히 채울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으며, 이는 정부의 지원 부실을 더욱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재정 곳간은 비어가는데, 건강보험이 짊어져야 할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간병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간병비 급여화’가 논의되고 있으며, 아파서 일하지 못할 때 소득을 보장하는 ‘상병수당’ 제도 도입도 예정되어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상병수당 도입에만 연간 최대 1조 5천억 원 이상의 추가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에게 필수적인 보장 확대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필수적이다.
건강보험료 법정 지원금 미납 / 출처: 연합뉴스
그러나 가장 큰 공동 책임자인 정부가 법적 의무마저 외면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늘어나는 지출에 대한 부담은 결국 고스란히 가입자인 국민의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부의 태도가 미래 세대에게 더 큰 짐을 넘기는 무책임한 결정이며,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제도 자체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