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정 Oct 11. 2021

[논어에 나를 묻다] 제1장. 「학이장(學而章)」1-4

교언영색하는 사람 중에 어진 자(仁)가 드물다

子曰 巧言令色이 鮮矣仁이니라
자왈 교언영색이 선의인이니라     

공자 말하길 말을 듣기 좋게 하고 얼굴색을 착해 보이게 하는 사람 중에 어진 자(仁)가 드물다.          


| 나 돌아보기 |     


 교언영색이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본심과는 달리 말과 표정을 상대방이 듣기 좋도록 꾸미는 것이다. 어질다는 것은 곧 자신의 본 마음에 충실한 상태를 말하는데, 그렇게 보자면 자칫 투박한 본심을 좋으나 싫으나 그대로 내보임이 옳다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된다. 

 이러한 의구심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다. 감각적인 문화를 추구하며 개인 중심 문화로 향해가는 현대 사회에서 자신만의 페르소나를 쓰지 않고 본심을 그대로 표현한다는 것은 삶의 기술이 떨어지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공자가 살던 시대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야욕과 혼란의 시대였다. 수십 개의 나라가 존립을 반복하며 수없이 전쟁 속에 먹고 먹히던,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춘추 전국시대’ 였던 것이다. 

 어쩌면 현대 사회보다 더 야만적으로 이익만이 추구되던 공자의 시대에 이런 조언이 등장했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충격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사실 공자는 외면으로 드러나는 행동거지와 표정관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던 인물이었다. 곧, 외양을 매우 중요시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이익을 위해 자신의 본심을 속이고 상대방의 기분만을 중심에 놓는 것의 위험성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혼란의 춘추전국시대에 공자가 선택한 자신을 지킬 지혜는 바로 자신의 마음을 진실로 바르게 하고, 그것이 겉으로 진중하고 무게 있게 표현돼 나오는 예(禮)스런 모습이었다.      


 유교는 실천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여러 덕목 중 몸으로 실천하는 예(禮)를 가장 중요시한다. 실천하지 않는 도덕은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즉, 아무리 고고하고 높은 이상이라도 직접 몸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현실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머릿속에만 들어 있는 이상과 이론은 나의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곳에서 새사람을 맞이할 때나 사람을 평가할 때 예를 중요하게 놓고 본다. 예란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예란 각기 다른 상황에서의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정해 놓은 것이다. 혼인과 생신 및 손님 맞이 같은 기쁜 자리에선 어느 정도로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맞는지, 초상과 제사 같은 슬픈 자리에선 어떤 말을 주고 받으며 어떤 행동을 보여야 적절한 것인지 등이다. 일상 생활 속에서 자주 일어나는 행사 속에서 정해진 예법을 따라해 가면서 적절한 감정의 절제와 표현 방식 및 행동거지를 배워가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올바른 마음가짐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린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치는 유교 경전인 『소학(小學)』에서는 구용구사(九容九思)라는 것을 가르쳤다. 아홉 가지 생각의 주의법을 잘 익히고, 행동에서도 아홉 가지를 신경 써서 주의하는 것이다. 어린아이부터 몸에 익히길 가르쳤을 만큼, 그것은 매우 쉽고 간단하다. 그럼에도 생각과 몸가짐을 바르게 하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구사(九思, 아홉 가지 생각 주의법) 

 1. 긍정적으로 밝게 볼 것을 생각하고  
2. 가리움 없이 총명하게 들을 것을 생각하고  
3. 안색은 온화하게 하려고 생각하고  
4. 용모는 공손히 할 것을 생각하고  
5. 말은 진심을 다할 것을 생각하고  
6. 일할 때는 경건함을 생각하고  
7. 의문이 나면 질문할 것을 생각하고  
8. 화가 날 때는 곤란이 닥칠 수 있음을 생각하고  
9. 이득을 보면 의로운지를 생각하라     


구용(九容, 아홉 가지 용모 주의법)  

1. 발걸음은 진중하게  
2. 손가짐은 공손하게  
3. 시선은 단정하게  
4. 입은 가만히  
5. 말소리는 고요하게  
6. 머리는 곧게 세우고  
7. 호흡 등 분위기는 정숙하게  
8. 서 있을 때는 덕스럽게  
9. 표정은 장엄하게     


 이런 단순한 습관과 행동거지가 모여 생각을 바꾸고, 표현과 행실을 바꾸며, 결국 마음가짐을 바꾸고, 운명마저 바꾼다. 


 예란 먼저 성공한 이들이 만들어 놓은 일종의 루틴이다. 즉, 올바른 길을 걸어가 성공을 경험해본 이들이 자신들의 성공 전략을 되돌아보고 습관과 행실을 판에 박힌 일정한 규칙으로 정리해 놓은 것이다. 때문에 어릴 때부터 예를 몸에 익히다 보면 인위적으로라도 예가 추구하는 정신 상태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태권도에서는 인사예절을 강조하는데, 몸에 익어갈수록 자연스럽게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커간다. 이러한 이유로 태권도 학원은 자녀가 올바르게 자라길 기대하는 초등학생 학부모들에게 꾸준히 인기가 높다. 또 생활 중에 다도를 중요시하겨 매우 권장했는데, 매일 습관처럼 마시는 차 한잔을 음미하는 예법 속에서 자연스럽게 집중, 배려, 안정, 공경, 성찰 등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논어에 나를 묻다] 제1장. 「학이장(學而章)」1-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