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사회는 어떠한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는가?
겉으로는 평등을 지향하지만 계층 간 출발선이 다르고 또 동원할 수 있는 자본력과 영향력이 다르다. 또 그 어느 때보다도 모든 부분에서 경쟁이 극심하다. 심지어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비교와 경쟁은 시작된다. 키는 몇 센티인지, 몸무게는 얼마인지, 어느 유치원에 들어가는지, 아이큐는 얼마이고, 상장은 몇 개나 받아 오는지…. 좋은 대학만 가면 끝날 것 같은 경쟁은 이후 취업, 승진, 결혼, 출산, 육아, 자녀 문제, 재산, 지위 등 무덤에 들어가는 순간까지도 끝나지 않는다. 이처럼 매 순간 비교와 경쟁이 반복되는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게다가 세대 간 차이도 그 어느 시대보다 크다. 유난히 빠른 격동기를 겪어 왔기에 세대마다 경험한 사회상과 받아 온 교육의 차이가 너무나 큰 것이다. 심지어는 한 집에서 사는 부모·자식 간에도 가치관, 인식, 사고 구조, 지향성, 사회화, 생활 방식, 언어 등이 너무나 다르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와 모순을 감당하는 것은 고스란히 젊은 세대의 몫이 된다. 권위주의가 익숙한 기성세대들에게 배움과 변화는 아랫사람의 몫일 뿐이다.
예를 들어 성 평등을 배우고 인권 개념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가 사회에 나가면 성차별과 불합리가 만연한 낡은 문화와 마주하게 된다. 정작 양성평등 교육을 받아야 하는 건 차별과 권위적 환경이 익숙한 기성세대이지만, 기득권의 위치에 있는 그들은 구태여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결국 온갖 괴리와 불합리에 분노하면서도 그냥 참거나 큰 결심을 하는 등의 노력은 젊은 세대의 몫이 된다.
때문에 그 본질을 직시해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혐오 감정은 건전한 방향으로 풀어질 수 있다. 더 근본적인 상위 가치를 공감하며 협력의 태도를 유지하려는 자세가 사회에 널리 퍼져 있으면, 협력과 배반을 선택해야 할 때 사람들은 협력을 더 많이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점점 가열되는 여혐과 남혐 및 온갖 혐오 문화를 떨쳐내고 불평등과 불합리한 사회구조를 바꿀 수 있는 가장 멀고도 가까운 방법은 바로 문화의 힘일 것이다. 개인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약하지만, 올바름으로 향하는 생각이 모여 거대한 동조 의식이 생기면 공분이 일으키고 문화가 변화하기 시작하며 마침내 풍속이 변화하고 가치가 바뀐다. 그렇게 사회 전반의 가치가 바뀌면 법과 제도가 바뀌며, 그런 과정을 통해 사회 체계와 시스템도 변화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