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업무 -3

말은 무섭습니다.

by 히히

말이라는 건 참 무섭습니다. 뾰족한 말하나 때문에 하루 종일 불쾌 할 수도 있지만 동글동글한 말 한마디에 그날 하루가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한번 떠나면 주워 담을 수 없는 게 말이니 만큼 조심해야 하는 건 모두 알고 있지만 이게 참 쉽지가 않아서 우리 모두 한 번쯤 실수해보았을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직장에서의 말실수가 참 치명적인데, 말 한마디의 결과가 퇴사까지 이루어질 때도 있으니 말입니다.


뭐...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제가 경험한 일입니다. 사장의 말 한마디가 너무 상처가 되어 퇴사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생각해 보면 지금도 화가 나는데, 그땐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화가 나 잠을 못 잤지요.


그날이 더 짜증 났던 이유는 회사사장이 당일 저녁에 전화가 와서 웃으면서 아무 일도 아닌 거처럼 자연스럽게 넘어가려는 모습에 조금 남아 있던 정이 떨어졌었지요.


나중에는 아차 싶으셨는지 “내가 무릎이라도 꿇어야 하니?” 하시길래 “아니... 뭐 그러실 필요는 없으십니다만. 지금은 꿇어도 해결안 될 거 같기도 하고요.”라고 말했었습니다.


분노에 밤을 지새우고 사직서 양식을 찾아 다음날 일찍 사직서 제출하고 인수인계 후 떠났었습니다..


이 말 때문에 손해 보는 일 도움을 받는 일 참 다양하게 있는데 우선 하나 생각나는 것은, 당시 다니던 회사에 여자 직원 분이 한분 계셨습니다.


말을 참 얄밉게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여자 직원 분을 제외한 모든 남자 직원들이 그분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제가 입사한 지 반년정도 지나서 퇴사를 하시더군요.


몇 달간 얄미운 소리를 안 듣게 되니 다들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었습니다. 그러다가 몇 달 뒤 사장님께 다시 입사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하셨다 더 군요?


그때 모든 남자 직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들고 일어서며 반대를 하며 그간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니, 사장님도 수긍하고 없었던 일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론 그분의 소식을 알지 못합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연말에 한해의 성과가 역대 최고로 좋았던 저희 팀은 서로를 격려하며 퇴근 후 회식을 계획했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이 저희를 회의실로 부르더니 “한 해 동안 수고는 했는데 내년엔 어쩔 거야?” 라며 물으시더군요.


다들 그때 멍한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사장님을 쳐다보았습니다. 사장님은 말을 이어 갔습니다.


“아니 올해는 잘했다 하더라도 내년엔 어쩔 거야? 잘 안되면 누가 책임지려고?”


저는 순간 너무 화가 나서 한 마디 하려 하였습니다. 한해 수고했다고 하는 자리에서 이 무슨 진상인가 싶었습니다.


그날 회식 분위기는 처음 계획과는 달리 최악의 분위기이었습니다. 사장님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누구 하나 억지로 술을 권하거나 그런 분위기도 아니었지만 다들 후다닥 식사만 하고 퇴근했지요.


그 말 한마디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퇴사자들이 나오면서 꽤나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들 어찌 그리 기분 나쁜 말만 골라서 하시는지 퇴사했던 한 친구는 “이렇게 성과를 내고 고생을 해도 칭찬한마디 안 해주는 회사에는 있고 싶지 않다.” 말하며 퇴사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때 참 말이라도 거짓말이라도 성과를 낸 직원들에게 “잘하고 있다.” “너를 믿는다.” 등 그 말 한마디라도 해줬으면 조금은 달라졌을까요?


말을 얄밉고 험하게 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가끔 생각나는 이야기를 해주신 분도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알바를 할 때의 일입니다. 방학 때 잠시 알바를 할 수 있게 하게 되었었는데 당시 나이가 좀 있으신 점장님이 회식 때 해주신 말이 있습니다.


“oo아 생각해 보면 내가 너한테 굳이 인상 쓰면서 일을 지적하거나 언성을 높이지 않잖아?”


“네 그러시죠.”


“혹시 왜 그런지 알 거 같니?”


“음... 글쎄요?”


“내가 성격이 착하고 그래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일을 해보니까 어떤 일이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대부분 일이 수준에 오른단 말이지? 사람에 따라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그렇죠?”


“그럼 일을 어느 정도 했을 때 내가 했던 심한 말을 곱씹으며 나를 어떻게 생각하겠니?”


사회생활을 하며 처음 본 어른이었습니다. 보통은 짜증을 내고 심하면 욕을 하며 지시하시는 분들을 보다가 제가 실수를 하더라도 표정하나 안 변하면서 차분하게 수습을 해주셨던 분이셨기에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생각 해보면 더 감사함이 큽니다.


말이 무서운 걸 이젠 더 절실히 경험했기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생각나는 경험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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