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타고 시청에 도착한 승민은 차가운 바람에 몸을 떨고 있었다. 곧 겨울이 다가오는데 반팔에 반바지라니. 승민은 추위에 덜덜 떨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달리다 보면 몸에 열이 올라 더워지기 때문에 긴팔을 입을 수는 없었다. 추위를 떨쳐내기 위해선 달리면 되었지만, 시작하기 전부터 체력을 빼는 느낌이라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벤치에 앉아 추위를 견디고 있는 승민에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민소매티에 반바지를 입고 있는 남자였다.
-혹시 우비 필요하세요?
-네?
-아, 이거 입고 있으면 덜 춥거든요.
승민은 비도 안 오는 데 웬 우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인자한 미소에 자신도 모르게 비닐 우비를 받아들었다. 이 얇은 비닐이 추위를 막아주나 싶었지만 막상 입어보니 훨씬 나았다. 고작 얇은 비닐 우비 하나만으로도 몸의 떨림이 멈췄다.
승민은 이번 대회에서 10km를 골랐다. 하지만 승민은 여태 10km라는 거리를 뛰어본 적도 없고 뛰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10km라면 승민의 집에서 유명 놀이공원까지의 거리인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30분 정도 걸린다. 차와 지하철이 있는데 그 거리를 그것도 승민의 속도로는 1시간 조금 넘게 뛰어야 한다는 것은 이성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승민이 지금은 10km를 달리는 출발선에 서있다.
마이크를 들고 있는 사회자가 크게 카운트다운을 했다.
-오! 사! 삼! 이! 일! 출발!
모두가 다 같이 카운트다운을 따라 하며 출발선을 지났다. 초반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한 도로에 있었다. 사람으로 가득 찬 그 모습이 출근길 지하철역을 보는 거 같았다. 모두가 같은 길목에 같은 방향으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었다. 모두가 밀집되어 있는 공간에서 앞서 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몇몇은 능숙하게 여러 사람을 가로질러 앞으로 치고 나갔지만 승민은 그러지 못했다. 승민은 어쩔 수 없이 큰 흐름에 몸을 맡기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어느새 흩어진 사람들이 각자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리고 있었다. 승민은 처음으로 도로 위를 달려봤다. 항상 차만 지나가는 그 길 위에 승민이 달리고 있었다. 횡단보도 중앙에 서서 도로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던 승민에게는 달리는 데 힘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평소보다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