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2)

by 고캣

그 후로 승민은 계속 달렸다. 점점 거리가 늘어 어느새 5km를 한 번에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살도 조금씩 빠지는 것이 눈으로도 느껴질 정도였다. 그럼에도 더 욕심이 났다. 살도 더 빼고 싶고, 더 먼 거리를 달려보고 싶다는 욕심이었다. 그렇게 승민이 달리는 날이 점점 늘어났다.


달리기를 하면서 평소에도 받는 잔소리의 양이 더 늘었다. 누군가는 승민을 보고 왜 사서 고생하냐고 물었고, 남자는 그런 거보다는 근육이 더 중요하다고도 했다. 동네 친구는 나이도 많은 놈이 그러다 나중에 무릎 다 망가진다고 말했고, 학교 선배는 그런 거 할 바에 축구나 나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승민을 응원하던 그의 엄마도 주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는지 달리기에 관한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결혼이나 저축이나 그런 것과 관련된 잔소리였는데, 이제는 달리기의 자세나 부상 방지에 관한 잔소리가 늘었다. 승민은 그런 것에 익숙해져야 했다. 좋게 보면 애정이 담긴 잔소리이고, 나쁘게 보면 편견에 사로잡힌 무책임한 간섭들을, 그저 달리면서 털어내야 했다. 그렇게 승민은 계속 달렸다. 비가 오는 날이나 너무 추운 날에는 나가지 않았지만, 그는 퇴근하고 나면 습관적으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단조로운 그의 일상에 달리기라는 작은 점이 하나 찍히기 시작했다.


그렇게 승민은 어느 정도 자신의 페이스를 알게 되었다. 숨을 쉬는 방법이나 다리에 어느 정도 힘을 주어야 하는지, 나의 속도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조금씩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마라톤 현수막이었다. 그렇게 발견한 마라톤 대회의 접수 마감이 곧 끝나는 듯했다. 승민은 원래부터 혼자서 뛰는 사람이었다. 러닝 크루에 들어가지도 않고, 지나가는 사람은 신경도 쓰지 않는 외로운 러너였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뛰는 것은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다. 그래서 무작정 신청을 넣었다. 겨우 몇 번의 클릭으로 접수가 끝났다.


대회 날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승민은 아침 일찍 일어나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 그리고 씻고 나와 미리 받은 티셔츠를 갈아입고 그 위에 배 번호를 붙였다. 승민은 이번 마라톤 대회가 인생에서 처음 나가는 대회였다. 학창 시절에도 흔하디흔한 여러 대회에 참여하지 않았고, 운동과 관련된 대회는 관심도 주지 않았었다. 그렇기에 승민의 심장 소리가 밖까지 들려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승민은 숨을 크게 쉬고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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