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겨울이 왔다. 올해 가을은 유난히도 좋았다. 어여쁜 단풍들이 세상을 물들여도
그저 푸르고 푸르고 높기만 한 하늘을 동경해서도 아니다. 그저, 그냥, 왠지 가을이 좋았다.
떨어지는 낙엽에게 다가가 속삭이며 이름 모를 나무 곁에 다시 돌아가라고 할 수도 없는 일.
뾰족이 가시나무들이 휘청일 때, 어김없이 겨울은 오고 있었다.
차갑게 굳은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왔다. 추켜 올리는 안경 사이로 희뿌연 안개가 스며들었다.
소복이 내리는 첫눈이 안개를 닦아주었다.
따스히, 뜨겁게도 타올랐던 이는 금방 잠이 들고, 어느덧 땅거미의 커튼이 드리워졌다.
까맣고 까만 하늘 아래 보름달은 너의 햇살처럼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