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사이의 사람과 함께 있어도,
내 밑바닥까지 다 나눈 친구들과 대화해도,
물보다 진하다는 피를 나눈 가족들과 같이 있어도,
허하다
허해
밥을 안 챙겨 먹는 것도 아닌데
뭐가 이리 공허한지
추운 겨울을 나서 그런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롱 패딩 바깥으로 나온 두발은 뼈까지 시린 것 같으니깐
아니다 반복되는 생활이 지겨워서 그런 것 같다
흠 한 살 더 나이 들었다는 것 때문 일지도?
이 이상한 공허함의 이유는 몰라도
얼른 행복한 것들로 채우고 싶다
공허함을 포근한 속으로 만들어줄 오늘의 한 끼는
오늘의 준비재료는
파프리카 반개(피망 대체 가능), 양파 반개, 소시지 2개, 케첩, 후추, 쌈장, 소금, 취향에 맞는 파스타면
그리고 사진은 없지만
고구마(감자 대체 가능), 마요네즈도 준비해 주세요!
재료 손질부터 먼저 해주겠습니다
양파, 파프리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릅니다
자 금방 재료 손질 끝났죠?
그럼 소스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케첩 5스푼 정도에
그리고 쌈장 반 스푼 넣어줍니다
"엥? 쌈장을요?" 할 수 있지만
케첩의 새콤 달콤한 맛을 끌어올려주고
케첩만으로 가벼울 수 있는 맛의 중심을 잘 잡아줍니다
개인적으로 간장, 굴소스 보다 쌈장이 케첩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자 이제 조리 시작해보겠습니다
팬에 기름 적당히 둘러줍니다
소시지 먼저 볶아줍니다
소시지가 어느 정도 익은 것 같으면 야채와 같이
열정적으로 볶아줍니다
오래 볶지 않고 5분 정도만 볶아 줍니다
야채들이 아삭한 맛이 남아있어야 맛있더라고요
이제 면을 삶겠습니다
삶는 물에 올리브유를 넣어줄게요
면끼리 붙지 않고 탱탱하게 삶기 위해서입니다
면을 넣고 9분 정도 삶아줄게요
사실 스파게티보다 먼저 만들었어야 한 스위트 매쉬드 포테이토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고구마를 준비해보겠습니다
?
집에 이 고구마 밖에 없었습니다
통 크게 가보겠습니다
너무 큰 고구마라 강불로 20분 익힌 후에 확인해보겠습니다
?
??
???
젓가락이 안 들어가는 건 둘째치고 빠지질 않습니다....
다른 젓가락 꽃아가며 빼려 하고, 위아래로 쿵쿵대며 노력했지만
돌아온 건 부러진 젓가락뿐입니다..
이렇게 60분을 끓였는데도 도저히 익질 않길래
익은 부분만 쓰기로 했습니다
큰 고구마를 익힐 때 절대 저처럼 하지 마세요
꼭 자르고 익히시길 바랍니다
열심히 분리했는데
왜 고구마가 줄어든 것 같지 않은 건지..?
왜 고구마를 파도 파도 부러진 젓가락이 나오지 않는 건지..?
세상 열심히 살아도 알 수 없는 것 투성인 거 보면
적당히 살아도 문제없는 것 같습니다
휴~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네~!
마요네즈 적당 한양과
후추 적당히
소금 아주 약간 넣어 주세요
그리고 잘 섞어서 예쁘게 퍼주면 되는데
다들 스쿱 없잖아요 그렇죠?
집이 배스킨라빈스도 아닌데 그쵸?
적당한 크기의 국자에 스매포(스위트 매쉬드 포테이토)를 꾹꾹 담아줍니다
자 이제 수저로 예쁘게 나오게 슬슬 긁어주면..
짠..?
짠... 음식이 짠하다 뭔가...
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있던 그릇의 잘못인 걸까, 내 잘못인 걸까, 원래 이런 걸까...?
괜히 집에 있는 허브 소금을 뿌려봅니다
좀 나은 것 같기도 하네요
그리고 이쯤에서 잊혀진 파스타를 야채들과 소스와 면과 잘 섞어줘야 하는데
사진을 못 찍었습니다
그림으로 대체하겠습니다
(후추와 소금 적당히 꼭 넣어주세요, 기호에따라 케첩 더 넣어줘도 됩니다)
오늘의 한 끼와 잘 어울릴 오렌지 주스 한잔 또로록 따라봅니다
괜히 부족해 보여 스매토(스위트 매쉬드 포테이토)에 다이어트한다고 사놓은 카카오 닙스도 뿌려주고
스파게티 위엔 파슬리도 파슬파슬 뿌려 줬습니다
소시지와 아삭한 파프리카 새콤달콤한 스파게티 면을 한입에 와앙!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입안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니
공허함을 입안에서 채워주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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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이 최고;인 스매토(스위트 매쉬드 포테이토)도 한입 먹어주면
뱃속을 든든히 채워줘 뭘 해도 잘 해낼 수 있을꺼같은 힘을 실어줍니다
싹싹 긁어먹으니 왠지 모를 힘이 납니다
'먹어야 하는' 시리즈는 제게 일어나는 일과 감정선에 의해서 쓰는 글이다 보니
실제로 공허함에 미쳐버려서 너무 긴 시간 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얘네 만들어먹으니 좋은 기운이 생기더라고요
여러분 이럴 때일수록 잘 먹읍시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대요
다른 누군가보다 지금 공허해하는 자신을 먼저 안아주세요
그럼 오늘 한끼도 잘 먹었습니다 !